“주검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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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작가 한강이 11일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사진)에게 이렇게 말하며 수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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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중동전 등 아픔 언급
한강 “난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작가 한강이 11일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사진)에게 이렇게 말하며 수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승원은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문학과 지성사)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그새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의 생각이 아니라 글로벌적 감각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날마다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며 기자회견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양해해 달라”고 전했다. ‘광주민주화운동’(소년이 온다)과 ‘제주 4·3사건’(작별하지 않는다) 등 참혹한 역사적 사건을 다뤄 온 한강의 의식이 역사적인 노벨 문학상 수상을 대하는 자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한승원은 딸의 수상 소식에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며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자려고 자리에 들었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라고 기뻐했다.
한승원은 딸의 작품과 관련해 신춘문예 등단작인 ‘붉은 닻’은 제목·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딸을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정의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선 한강이 자신에게 “노벨문학상 수상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앞서 한강은 이날 새벽 공개된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직접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책 가운데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강은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며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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