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 찾은 윤 대통령 "힘든 상황, 업보로 생각…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
"부산, 선한 연대의 힘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범어사·초량시장도 방문…"더 열심히 일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을 찾아 바닥 민심을 훑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범어사와 초량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를 방문해 방장 정여스님과 정오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범어사 방문은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 중 하나로 불린다.
방장 정여스님은 "인생을 살다 보면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고 스스로를 흔드는 경우가 있는데,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우리 마음속 상처를 너무 간직하면 병이 된다. 적당히 비우며 새로운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진작 왔어야 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자승스님이 입적하셨을 때를 떠올리며 "그 당시 자주 전화도 드리고 용기를 많이 주셨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정여스님은 "동산스님의 가르침 중에 '감인대(堪忍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이 있다"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이라는 말처럼 직무를 하시는 동안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감인대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과 글을 받아 간다"며 감사를 표했다.
정오스님은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말씀과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대통령이 되신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며 "코로나 시국에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했다.
정오스님은 직접 쓴 '무구무애(無垢無碍, 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족자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범어사에서 주신 많은 가르침에 힘입어 이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무구무애, 감인대가 적힌 액자 외에 '오직 나라 사랑 한마음', '오직 국민 행복 한마음'이라고 적힌 족자도 선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부산역 인근 초량시장도 찾았다. 윤 대통령의 부산 전통시장 방문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동래시장 등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 내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부산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벤트 행사장에도 들러 초량시장 일대 상권을 살리기 위한 소비 촉진 행사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부산 시민과 초량시장 상인 여러분, 여러분들 이렇게 직접 뵈니까 여러분들을 더 잘 살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여러분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동구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선한 연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이곳 부산"이라며 "부산은 불과 70여 년 전 전쟁의 참화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의 도시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가 어렵고 가난했지만 서로 돕고, 나누고, 배려하면서 전쟁의 상처를 함께 이겨냈다"며 "이곳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세계 각국의 구호물자와 자원봉사자의 헌신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데 크나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어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 어려운 나라를 돕는 원조 공여국이 됐다"며 "선한 의지로 서로 도울 때 얼마나 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이곳 부산이고,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재난, 전쟁과 테러, 디지털 격차와 경제 불평등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도전과 위기로부터 인류의 자유와 번영 지켜내려면 강력한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며,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출범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는 점을 거론하며 "글로벌 차원의 자원봉사 활성화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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