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준기DB 총수 검찰 고발… 위장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 포착

김윤 2026. 2. 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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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회사로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
“지분 외 실질지배 입증 첫 사례”


DB그룹 총수이자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이 10년 넘게 ‘위장계열사’를 운영하면서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 등 재단 2곳과 계열사 15곳(이하 재단 회사)을 소속사 DB그룹 소속 법인에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소회의 의결에 따라 김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재단 회사들은 김 회장이 DB그룹 지배력 행사를 위해 핵심 계열사로 삼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에 수시로 휘둘렸다. DB그룹 측은 2016년 재단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를 둬 총수 최측근이 직접 관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이 지분 23.9%(자사주 제외)를 보유한 DB하이텍은 재단 등 재단 회사들이 대거 동원된 사례로 꼽힌다. 재단 회사들은 DB하이텍 재무 개선을 위해 DB캐피탈 등 계열사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이 돈으로 DB하이텍이 보유한 불필요 부동산을 매수했다. 2022년에는 김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재단 회사가 DB아이엔씨의 지분 1%를 대리 취득하기도 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정황도 포착됐다. 김 회장은 2021년 개인 용도로 재단 회사 중 하나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빌렸다. 김 회장은 중도 상환과 취소를 반복했는데, 이때 중도 상환 수수료도 내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 회장과 딸의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 회사들로부터 수년간 자금·자산을 거래한 내역을 다수 확인한 상태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DB 계열사 대신 재단 회사들을 활용하면 부당지원 등 감시받지 않아도 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단 회사들 존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2023년 DB그룹 조직도에는 동곡재단 쪽 계열사만이 표시돼 있었고, 관계사에 이를 공유할 때는 재단 부분을 삭제하라고 표기돼 있었다. 또 재단 회사들을 동원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공정위가 주목할 것을 우려해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분석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 혐의로 총수를 고발한 것은 지난해 8월 신동원 농심 회장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김 회장은 재단 회사들을 장기간 감추고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피했다”며 “단순 지분율 요건이 아닌 거래 관계, 구체적 정황 등으로 총수 측의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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