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만이 아닌 완도의 역사, 법화사와 송징 이야기
[완도신문 정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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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도 법화사지 발굴터 |
| ⓒ 완도신문 |
그러나 장보고가 완도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언제부터 이토록 압도적이었을까. 역사학계에 따르면 장보고 현상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1981년 청해진 유적 발굴을 계기로 장보고는 완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보고 이외의 역사적 층위가 가려지고 마치 완도 역사가 곧 장보고의 역사인 것처럼 고착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장보고 연구에 있어서 좌장격인 목포대 강봉룡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장보고의 위상은 한국사와 동아시아 해양사를 관통하는 만큼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면서도 "완도 역사가 장보고 일변도로만 이해되는 것은 균형을 잃은 해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고려 후기 완도 법화사의 역할에 주목하며, 장보고 중심의 인식에서 벗어난 또 다른 완도사(史)'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차에 걸친 완도 법화사지 발굴은 장보고 중심의 역사 이해에 균열을 낸 중요한 사건이었다.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統三年 癸…' 명문이 새겨진 기와는 법화사가 12세기 전반에 재건되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 '癸卯三月大匠惠印' 명의 기와는 완도가 진도·압해도와 함께 서남해 해상 교통의 거점 섬이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였다.
이를 근거로 보면 완도 법화사가 전략적 의미를 지닌 시설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려 후기 서남해의 섬들이 대몽항쟁의 주요 거점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맥락을 감안할 때, 완도의 법화사 역시 항몽 거점으로서 의미를 지녔다.
실제로 1247년, 백련결사의 지도자 천인(天因)과 그의 도반 천잠 등이 몽골의 침략을 피해 완도 법화사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비슷한 시기 학자 이영(李潁)이 유배되어 완도로 들어왔고, 그의 작은아버지 혜일(惠日) 스님이 뒤따라오면서 이들이 법화사와 인연을 맺는다. 이들의 활동은 완도가 불교와 학문, 그리고 항몽 투쟁의 결집지로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혜일은 이후 제주도로 건너가서 활동했는데, 이것은 곧 삼별초 항몽 거점과의 연결로 이어진다. 완도 법화사가 제주 항몽과 삼별초의 저항과 맥을 같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완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송징'이다. 송징은 오랫동안 우리 지역의 설화 속 인물로 전해져 왔는데, 때로는 삼별초의 장수로, 때로는 장보고와 동일시되며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송징 설화가 갖는 중층적 의미를 되짚어보면 송징은 장보고의 이미지와 삼별초 장수의 이미지가 겹쳐진 존재일 뿐 아니라, 완도에서 살아가며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민중 영웅들의 상징적 집합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법화사지 연구와 결합해 송징을 삼별초 장수로 보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근거로 법화사의 항몽 거점 가능성과 제주 항몽 세력과의 인적 연결을 제시하며, 송징 설화는 삼별초를 매개로 한 완도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역사를 함축한다.

완도 역사의 주축이 장보고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다른 역사를 배제하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법화사와 송징, 삼별초의 맥락을 더해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완도의 역사는 장보고라는 거대한 인물사와 수많은 이름 없는 민중의 집단사, 그리고 항몽의 치열한 저항사가 교차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보고의 완도가 아니라, 장보고와 더불어 수많은 역사들이 공존하는 완도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처럼 역사적 균형의 반석 위에서 비로소 장보고는 완도의 진정한 영웅으로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법화사와 송징, 삼별초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완도사가 그려질 때, 우리는 비로소 완도 역사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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