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중국산’으로 잡나…업계 “현실성 떨어진다”
시멘트값 11만2000원으로 50% 쑥, 건설업계 9만원대 수입 추진
“수입 시 품질유지 어려워…물류비 반영 시 가격 경쟁력도 없어”
시멘트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가운데, 시멘트 수입 논의가 본격화되자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 간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정부에서도 시멘트 수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크다. 유통과정이 길어질수록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운반과 재고 보관 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반영되면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정부는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통해 민간에서 해외 시멘트 수입을 추진할 경우 애로 해소를 지원하고 KS 인증 등으로 품질과 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또 항만 내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설치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 관련 인·허가의 신속심사를 지원하고, 한국철도공사 소유 사일로의 임대계약 체결 절차를 지원하는 등 내륙 유통기지 확보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는 시멘트 수급 불안 및 가격 인상 등의 문제를 시멘트 수입을 통해 일부 완화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실제로 레미콘의 원재료가 되는 시멘트 가격은 1t당 2020년 7월 7만5000원에서 2022년 7월 9만2400원, 지난해 7월 11만2000원으로 49.3% 올랐다. 이는 건설공사비 지수가 2020년 100에서 올해 7월 129.96으로 약 30% 오른 것을 크게 상회사는 상승폭이다.
반면 시멘트 제조에서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은 1t당 2021년 7월 86.85달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3월 246.02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7월 기준 90.02달러로 안정화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한때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을 때 시멘트 값이 같이 올라갔는데, 현재 유연탄 가격이 내린 상황인데도 시멘트 가격은 조절되지 않고 있다”며 “물론 친환경 시설 도입 등의 이유로 시멘트업계에서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수입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멘트 수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유통 과정에서의 품질 유지가 쉽지 않고 재고 보관이 어려워 수입량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이 수입 가격에 산정될 경우 가격 경쟁력도 크게 떨어진다.
건설업계에서 예상하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 가격은 9만5400원인데, 이는 국내 시멘트 기업들의 실제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6개 시멘트사(삼표·쌍용·한일·한일현대·아세아·성신)의 평균 판매 가격은 1t당 9만6082원이다.
특히 건설경기 악화로 수요가 감소해 시멘트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재고량은 126만t으로 1년 전보다 15.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하량은 12.0% 줄어든 2316만t으로 조사됐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이 가능했다면 예전부터 추진해왔을 것”이라며 “수입을 해도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적은 물량을 수입할 수밖에 없고 레미콘 현장까지 이송하는 운송차량도 조달해야 하는데, 이 트럭 확보도 쉽지 않아 물류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멘트 보관 기관이 통상 3~4개월이고 길어야 5개월인데 이 시기를 넘기면 변질돼 사용할 수 없다. 이미 전국에 시멘트 재고가 널려있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고려했을 때 수입에 의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물류비를 감안하면 국내 실제 공급 가격을 넘어설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멘트 기업들은 친환경 설비투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연탄 가격은 내렸지만 그 외 전기료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내리긴 어렵다”며 “시멘트는 국가 기간산업인데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중국산 시멘트를 사용하는 아파트를 국민들이 선호할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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