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제작발표회에서 박지현을 본 김고은이 왈칵 눈물 쏟은 이유

김고은 (사진: 넷플릭스)

가을 초입, 잔잔하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이야기가 문을 열었다. 9월 5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연출 조영민, 극본 송혜진) 제작발표회에는 김고은, 박지현, 조영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의 정서와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웃음도 눈물도 가득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여운이 남는 책 한 권”이라는 말처럼, 현장은 두 배우의 진심 어린 고백과 섬세한 연출 철학으로 채워졌다.

김고은, 박지현

작품은 10대부터 40대까지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 두 친구의 모든 시간을 따라간다. 한때는 서로를 가장 좋아했고, 또 질투했고, 미워했고, 다시 용서했던 관계. 조영민 감독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의 동행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고은은 대본을 처음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4부까지 읽고 5부가 너무 궁금했다. 잔잔히 흐르지만 깊이가 쌓여가는 과정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했고, 박지현은 “상연의 서사가 깊이 와닿았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중과 상연>

10대의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대조적이다. 엄마와 단둘이 자라지만 큰 사랑 속에서 솔직함을 배운 ‘은중’, 풍족한 환경에서 컸지만 사랑의 결핍으로 상처가 많은 ‘상연’. 김고은은 “은중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만 ‘창피했다’고 스스로 말할 줄 아는 당당한 친구”라고 설명했고, 박지현은 “상연은 솔직하지 못한 아이”라고 짚었다. 20대로 들어서며 동아리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은 동경과 오해가 켜를 이루며 멀어졌다가, 30대에는 일과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는다. 시대의 결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시점마다 카메라 필터를 달리 적용하고 미술·소품을 치밀하게 배치했다. 2002년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장면에 대해 김고은은 “초등학생이던 당시에 대학생 언니 오빠들처럼 거리 응원을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에 응원 장면을 촬영할 때 과호흡이 올 만큼 몰입했다”며 웃었다. 박지현은 “촬영 중 들른 옛날 카메라를 파는 상가에서 직접 캠코더를 사 현장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감정의 최고점은 40대에서 찾아온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연’이 ‘은중’에게 스위스로의 ‘조력 사망 동행’을 부탁하며 두 사람의 마지막 여정이 열린다. 박지현은 “겉으로는 이기적이고 뻔뻔해 보일 수 있지만, 상연에게 마지막으로 용서받고 싶은 사람은 은중이었다. 삶과 죽음을 공부하며 접근했다”고 했다. 김고은은 “동행을 결정한 뒤 ‘그 이후 남아 있는 나’를 많이 생각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잘 보내줄’ 기회를 은중이 얻었다고 느꼈다”고 말하다가 끝내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현장에선 두 배우의 유대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박지현은 “부럽다고 인정하고 따라가며 배웠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니”라 했고, 김고은은 “지현이가 주는 응원과 든든함에 수없이 감사했다”며 미소 지었다.

캐스팅 비화도 흥미롭다. 조영민 감독은 “은중은 ‘평범함’이 곧 ‘특별함’이 되는 매우 어려운 역할이다.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중심축인데, 김고은이라면 기존에 안 보여준 면까지 설득력 있게 보여줄 거라 확신했다”고 전했다. 박지현에 대해서도 “전작에서 호흡을 맞추며 감정 스펙트럼의 넓이를 확인했다.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는 지금의 모습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세월을 가로지르는 서사의 몰입을 더할 OST 라인업도 공개됐다. 폴킴, 제이레빗, 권진아, 최유리, 소수빈 등이 참여해 장면의 감정선을 정교하게 받친다.

프로덕션은 ‘기억을 불러오는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1990년대 골목 간판과 질감, 2000년대 초반의 거리 응원 풍경, 2010년대 사무실의 조도와 톤, 2020년대 일상의 냉정함까지 카메라 질감과 미술이 시대를 구획한다. 배우들도 나이대에 맞춘 변화점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김고은은 “20대 은중의 앳됨을 표현하려고 체중 변화를 주었다”며 “나이가 들어가면 얼굴보다 ‘기운’이 달라진다고 생각해 그 결을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박지현 역시 “상연의 말수, 시선 처리, 타인과의 거리감을 섬세하게 조절했다. 갈등을 유발하는 순간마다 상연의 정서와 충동의 동기를 끝까지 파고들었다”고 했다.

김고은, 조영민 감독, 박지현

같은 주에 공개되는 경쟁작 디즈니+의 <북극성>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김고은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과 작가님의 작품이지만, 이기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영민 감독은 “색깔이 전혀 다르다. <은중과 상연>은 ‘동행’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삶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분명 무언가가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작품이 건네는 질문을 관객에게 돌렸다. 박지현은 “현실적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우정의 이야기”라며 “보시는 동안 친구, 사랑, 가족이 겹쳐 떠오를 것”이라고 했고, 김고은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온전히 상대를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지만 가치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친구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시간. 얽히고설킨 감정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직조한 <은중과 상연>은 9월 12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당신의 마음에도 오래 남을 한 문장이 생길지 모른다. “서로여서, 다행이었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