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영희’, 진짜 이름은 ‘영이’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그런데 말입니다. 이 캐릭터 이름은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영이’여야 맞습니다. 왜냐하면 해방 이후 1948년 발행된 우리나라 첫 국어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국어 1-1)’에서 등장한 남녀 어린이 이름이 ‘철수와 영이’기 때문입니다.
여학생 이름이 영이가 된 건 이유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인 1948년, 한국학회 선생님들은 첫 국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는데요. 이때 1930년대 미국 교과서 남녀 캐릭터 ‘딕(Dick)과 제인(Jane)’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성 이름 끝자로 많이 쓰던 ‘이(伊)’를 활용했다고 하죠.
예부터 족보에 딸 대신 사위의 이름을 기재했고 역사서에도 아무개의 부인이거나 어머니로서만 기록되기에 여성 이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현존하는 여러 문헌에 순이, 영이, 분이, 동이, 향이, 덕이 등 이(伊)로 끝나는 이름은 많습니다. 반면 희(姬)를 넣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영희’는 일본식 이름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여자 이름인 희(姬)가 유입되면서 따라 하기 시작했고 해방 후에도 널리 쓰이다 보니 영이보다 ‘영희’가 더 익숙해진 겁니다. 이 때문에 교과서 속 여학생 영이도 영희로 잘못 기억되는 거죠.
일본에서 ‘희’가 여자 이름에 널리 쓰이는 것도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요. 원래 희(姬)는 중국 주나라 황제 가문 성씨였기에 아무나 쓸 수 없던 글자였지만 일본에 전래된 뒤에는 토착 존칭어인 ‘히메’에 대응하는 글자로 정착된 뒤부터 왕족이나 귀족 딸에게 쓰는 존칭어로 오랜 기간 쓰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1000여년 지속되던 중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정부가 전 국민 호적을 정리할 때 평민들이 그간 귀족의 전유물이던 희(姬)를 너도나도 딸 이름에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30년대를 기준으로는 여성 이름 중 85%에 쓰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유행이 당시 식민지 조선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니 기존 이름 끝자로 쓰이던 ‘~이’가 그저 부르는 호칭형 조사인 줄 착각하면서 ‘희’자로 기재하던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글학회 분들이 여학생 이름으로 영이를 채택했던 겁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 사실에도 많은 이들이 영이라는 우리식 이름 대신 영희로 잘못 알고 있게 된 점, 또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오징어게임을 통해 이 같은 명칭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대표 어린이 이름을 영이로 지으셨던 한글학회분들의 노고를 기리면서 이제라도 본래 이름을 널리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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