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팔면 시장 초토화”…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늘리나

김남영 2026. 5. 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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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향후 5년간의 자산배분 계획에서 국내주식의 목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단기간에 폭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변동성과 비중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최종 허용 범위 등을 두고 막판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보건복지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규모는 1700조원대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약 1458조원이었다. 올해 들어 기록한 수익만 2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폭등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운용 수익인 23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눈부신 성과’를 기록 중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국민연금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단기간에 기금 덩치가 커지고 국내주식 가치가 폭등하면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높이라는 압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공식 집계로 24.5%(395조 원)였던 국내주식 비중은, 이후 코스피가 약 26% 추가 상승하면서 현재 실질적으로 2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7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국민연금이 설정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9%다.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허용 한도인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3%포인트(p))를 적용한 운용 상한선은 17.9%다. 시황에 따른 추가 재량 한도인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 범위(±2%포인트)까지 동원해 범위를 19.9%로 극대화하더라도 현재 비중은 상한선을 한참 초과한다.

만약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기계적인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에 나서 강제로 맞출 경우, 국민연금이 시장에 쏟아내야 할 매물 규모는 최대 130조~165조원에 달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금위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0.5%포인트 높이고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며 시장 충격을 늦춘 바 있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문제는 이 유예 조치가 다음 달 종료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달 말 확정되는 중기자산배분안이 향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기금위 회의에서 채권이나 대체투자 비중을 조정해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높이는 중기자산배분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중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허용 범위의 확대 폭과 속도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5년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운용 방향을 정하는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은 오는 28일 열리는 제5차 기금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기금위에서 합리적인 중기 자산배분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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