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저 엄마 대 흑수저 아빠, 딸이 선택한 요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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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정 기자]
나는 직업 영양사로 일하다가, 잠시 쉬는 중이다(관련 기사: 영양사 엄마도 딸 소풍 도시락 쌀 때 고민합니다 https://omn.kr/2aamf ).
요즘에 핫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넷플릭스에서 하는 <흑백요리사>가 되겠다. 보다 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한편만 더, 한편만 더'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3~4시간이 훅 하고 지나가 버리는 마성의 프로그램이다.
나는 전부터 서바이벌 요리프로그램을 좋아했었다. 그중 <한식대첩>을 재밌게 시청했었다. 내 지역을 응원하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되었다.
"사람을 왜 계급으로 나누냐"는 딸... 그럼에도 진정성 느껴지는 내용
내 고장, 내 지역을 앞세워 경쟁하는 것도 재밌었는데, 흑수저-백수저라는 신조어를 써 요리사들을 등급을 나누어 경쟁하게 하다니, 역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흑백요리사>를 본 딸이 말한다.
"사람을 어떻게 계급으로 나눌 수가 있어?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야?"
▲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포스터 |
ⓒ 넷플릭스 |
요리대결에서 자기가 하는 요리에 진심을 다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까지 느껴졌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자극적인 제목이기도 하지만, 역시나 내용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야 하는 것 같다.
흑수저 요리사들의 서사를 들으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생존했다고 하면 그게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여러 다양한 캐릭터의 요리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참 재미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는 영양사이면서도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프로를 보면서 '요리사라는 직업이 참 멋지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화면 갈무리 |
ⓒ 넷플릭스 |
이 분이 처음 음식을 선 보인 음식은 식판에 보쌈과 상추쌈이다. 그 음식을 보자마자 내가 자주 보던 딱 급식 스타일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맛을 보지 않아도 어떤 맛일지 느껴졌다. 내가 영양사라 그런지 '급식대가' 여사님이 끝까지 올라가길 응원하며 프로그램을 봤다.
이 프로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백종원 님과 안성재 님이 눈을 가리고 음식을 맛보는 장면이었다. 엄숙한 장면인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고 하는데 눈을 가리고 맛으로만 평가하는 게 맞는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였기에 음식을 보지 않아도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있는 건지.
그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역시 그냥 이름만 유명한 백종원, 안성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래서 심사위원을 하는구나 싶었다. <흑백요리사>를 보다가, 내가 우리도 집에서 요리대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 스크램블에그 왼쪽이 백수저엄마표, 오른쪽은 흑수저 아빠표 |
ⓒ 송미정 |
간단한 스크램블에그를 만들어 완성하고, 아이의 눈을 가리고 맛을 보게 했다. 이 대결의 생존자는 바로! '백수저 엄마', 즉 내 승리였다.
약간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명색이 엄마가 요리하는 사람인데, 딸이 신랑이 만든 스크램블에그를 고르면 어쩌나 싶었다.
▲ 우리집 흑백요리사 눈을 가리고 신중하게 맛을 보는 심사위원 |
ⓒ 송미정 |
요리프로그램을 보고 가족들이 함께 요리도 해보고 추억도 만들 수 있다니. 이 프로그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최종 3억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물론, 출연도 하지 않은 나는 3억을 받진 못했지만, 내 음식을 골라준 딸의 선택이 3억보다 더 빛난다(고 믿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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