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하이브리드를 아시나요…탄소 배출 40% ↓ 연비 68% ↑
택시 트렁크에 짐을 실어본 적이 있다면 ‘가스통’을 보고 새삼 LPG 차량을 실감하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테다. 많은 택시가 LPG 차량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낯선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LPG 차량의 역사는 유구하다. 동행의 시작은 5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서울 용산구 서울역과 성북구 정릉을 왕복하는 버스가 국내 첫 LPG 차였다. 이후 1970년대 택시에 LPG 연료 사용이 허용되며 보편화됐다.
LPG 차량도 흥망성쇠를 겪어 왔다. 2000년대 초반 LPG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대거 출시됐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에는 연간 LPG 차 보급 대수는 245만대에 이르게 된다. 정점을 달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경유(디젤) 차량의 보급과 확산이 LPG 차량 확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성비와 연비 등에서 디젤차와 경쟁이 심화하며 LPG 차량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2014년부터 매년 하락세를 이어오며 주춤한 날들을 지나왔다. 전기 택시 보급까지 더해지며 LPG 차량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랬던 LPG 자동차 시장이 다시 흥행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상반기 등록된 신차 10대 중 1대는 LPG 차량이었다. 상반기 기준 국내 LPG 차 등록 대수는 모두 186만1618대로 지난해 말 대비 1만6028대 증가했다.
친환경 차 바람이 계속되는 가운데 LPG 차는 디젤차를 밀어내며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2019년 LPG 차 사용제한 폐지 등도 LPG 자동차 시장의 활력을 끌어올렸다.
친환경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상황과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맞물리며 ‘LPG 하이브리드차’도 등장했다. LPG 하이브리드 택시는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행 중이다.
서울의 법인 택시회사 4곳과 자동차 개발 전문업체인 블루젠트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차량의 성능과 실제 연비를 측정하고, 택시의 가혹 주행 조건에서 내구성을 검증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최소 10만㎞ 이상을 주행한다는 계획이다.
LPG 하이브리드 차량은 ‘친환경’과 ‘연비’에서 강점을 보인다. 탄소 배출량을 기존 택시보다 45% 낮췄다. 실주행에 앞서 시범 차량인 기아 K5 LPG 하이브리드 차량 4대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연비 시험한 결과, 차량 4대의 평균 복합연비는 ℓ당 16㎞,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당 77g으로 기록됐다. 기존 LPG 택시(연비 9.6㎞, 이산화탄소 배출량 139g)보다 연비는 68% 향상되고 탄소 배출량은 45% 저감된 수치다.
시범운행 중인 법인택시 4대를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택시회사들은 유지비용 등 경제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는 연비는 좋지만 차량 자체가 비싸고, 전기차는 가격도 높을 뿐 아니라 충전이 주는 불편도 상당하다. 경제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택시업계에서는 LPG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 택시는 2교대로 운영하면서 계속해서 순환돼야 하는데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니 영업시간에 지장을 준다”며 “개인택시처럼 충전에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법인택시 회사들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체수리가 어려운 점도 전기 택시의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택시회사에서 간단한 자체 수리를 하기도 하는데 전기 택시는 자체 정비가 어렵다. 고장이 생겼을 때 차량을 빨리 활용하지 못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는 점이 전동화 과정의 걸림돌로 꼽힌다. 멀미 현상, 화재 우려 등도 전기 택시로의 빠른 전환을 막고 있다.
하지만 LPG 택시는 차량 유지보수가 쉽고 충전 시간이 짧아 운영이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택시업계는 LPG 하이브리드 택시의 보급이 활성화되면 승용차 대비 주행거리가 월등히 높은 택시 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LPG 하이브리드 택시는 대중교통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라며 “검증된 차량의 내구성, 충전 인프라,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택시 모델로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는 번개맨”…폭우속 휠체어 보고 달려나간 버스기사
- 가을야구 좌절된 한화·롯데… 명장도 별 수 없네
- “김가루 치우랬다가”…학부모 앞 무릎꿇은 유치원 교사
- “침팬지, 고릴라도 인권 부여” 스페인 정부, 입법 추진
-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글 사이트 “우리도 작성자 몰라”
- ‘동료 추행’ 이어 길에서도…제주 경찰 구속
- “먹던 빵에 시커먼 쇠붙이…” 부산 유명 제과점 고발
- 블랙 먼데이 또?… 한은 “엔 캐리 2000억 달러 추가 청산 가능성”
- 한은 총재 “서울 집값 잡으려면 강남 학생들 명문대 입학 제한해야”
- 배추 1포기 2만3000원 시대… 정부, ‘중국산’ 들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