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왜 갔냐, 놀기에만 바빠서…" 생존자 울린 의사의 비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유족과 부상자들은 트라우마와 사회적 비난 시선에 따른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8일 KBS와 인터뷰를 한 김모씨는 지난달 29일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김씨와 아내는 팔에 피멍이 들었고 메스꺼움 증상을 느껴 이틀 뒤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김씨가 진료를 위해 다친 부위를 보여주며 부상 경위를 설명하자 의사는 되레 “이태원을 왜 갔냐”며 비판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 의사는 김씨에게 “그 사람들을 왜 애도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지원금에 내 세금이 들어가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씨와 아내가 상황을 모면하려 애써 웃어넘겼지만, 의사의 비난은 이어졌다고 한다.
의사는 “희생자들을 왜 애도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애도할 마음도 없다” “내가 20~30대 때는 공부만 했는데, 요즘엔 다들 놀러 다니기만 바빠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엔 참사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멍하니 듣고 있었다”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진료를 보러 온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진료를 거부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이태원 참사 부상자라서 내가 이렇게 아파요’ 라고 얘기하기가 눈치 보인다”며 “이태원 갔다는 얘기를 못 하겠다. 병원에서 ‘얘도 우리 세금 떼먹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할까 봐 서류를 함부로 못 내밀겠다”고 토로했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KBS에 “트라우마가 일차적으로 끝난 게 아니고 그 후에도 계속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 재경험 같은 과각성 증상들이 더욱더 자극되거나 악화될 수 있는 계기들이 있을 수 있다”며 “작은 말 한마디와 따뜻한 위로는 큰 힘이 되지만 비난이나 섣부른 충고, 지적은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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