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상상초월..3~4년 뒤면 '승리호' 현실화된다

최준호 2022. 10. 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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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첨단의 끝을 찾아서] 우주쓰레기와 인류의 대처


영화 승리호에 등장한 우주쓰레기.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1만100t. 여러분이 기사를 읽고 있는 지금 이 시각, 하늘을, 정확히는 고도 200㎞ 이상의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space debris)를 포함한 우주물체의 총 중량이다.(22년 8월, 유럽우주청 기준). 종류도 다양하다. 연료가 바닥나거나 고장나면서 기능이 정지된 인공위성에서부터 위성을 쏘아 올려준 뒤 지구로 내려가지 못하고 궤도를 떠돌고 있는 로켓 동체 상단, 위성끼리 충돌 또는 자체폭발, 미사일 요격 실험으로 생긴 조각난 위성 부품과 파편, 심지어는 위성이나 로켓에서 떨어져나온 페인트 조각까지…. 작건 크건 이들이 지구 저궤도를 도는 속도는 최소 초속 약 7㎞로, 음속의 20배에 해당한다. 우주선이나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페인트 조각 하나라도 국제우주정거장에 부딪힌다면 유리창에 금이 갈 정도이다.

‘케슬러 신드롬’이란 말이 있다. 197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주장한 우주 재난이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충돌을 반복해, 파손된 잔해들이 지구를 감싸 인류가 지구 밖으로 진출하기는커녕,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이 중지됨으로써 GPS 등 현대의 첨단기술 대부분을 쓸 수 없게 되고, 인류 문명이 1960년대 중후반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케슬러가 처음 이 이론을 주장했을 때만 해도 주위 반응은 냉담했다. 기우(杞憂), 즉 고대 중국 기나라에서 살던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것처럼 지나친 걱정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젠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2011년 미국 국립연구회(National Research Council)는 지구궤도상의 우주쓰레기 양이 한계점에 도달했으며, 일부 컴퓨터 모델로는 이미 임계점을 돌파해 서로 충돌하면서 그 양이 더욱 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정옥철 항우연 우주상황인식연구실장과 J.C 리우 미국 NASA 우주쓰레기 문제 수석과학자, 홀거 크래그유럽우주청(ESA) 우주쓰레기 담당실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지난해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한국의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는 이미 우주쓰레기 문제에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14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는 우주 쓰레기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제40차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 총회’(IADC)가 열렸다. 총회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ㆍ영국ㆍ일본 등 13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는 위원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이번 총회를 총괄했다. IADC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주쓰레기로 인한 지구 궤도 환경 문제를 논의하고자 1993년 만들어진 협의체다. 한국은 2014년부터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 대표단을 구성해 위원회에 가입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13일 제주에서 미국 NASA 우주쓰레기 문제 수석과학자 J.C. 리우 박사와 유럽우주청(ESA) 우주쓰레기 담당실장 홀거 크래그 박사, 한국 항우연의 정옥철 우주상황인식연구실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Q : 우주쓰레기는 언제부터 생겼고 얼마나 많나.
A :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면서 우주쓰레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구 근처의 우주 환경은 아주 깨끗한 상태였다. 현 시점 기준으로 볼 때, 10㎝ 크기 이상의 우주물체는 약 3만개, 1㎝ 이상은 약 100만개, 1㎜ 이상은 약 1억5000만개로 알려져 있다. 사실 아주 작은 물체의 경우 실제 볼 수도, 셀 수도 없지만 그 숫자를 추정할 뿐이다. 현재 우주물체의 전체 질량을 모두 합치면 1만100t에 달한다. 우주쓰레기는 ㎜ 크기도 아주 중요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우주인들이 유영 등 외부 활동을 할 때, 0.4㎜ 크기의 우주쓰레기가 우주복의 특정부위를 관통할 수 있다. 이런 작은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추적이 어려워 통계적인 방법으로 우주인 활동을 위협할 위험도를 확률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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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누가 우주쓰레기를 추적하고 있나.
A : “미국 국방부 우주군에서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와 광학추적시스템들을 이용해 저궤도 상의 10㎝ 크기 이상의 우주물체를 추적하고 있다. 정지궤도의 경우에는 거리가 멀어 1m 정도 크기의 우주물체 추적이 가능하다. ‘스페이스 펜스’(Space Fence)로 불리는 신규 레이더 시스템의 경우에는 성능이 좋아져 수㎝ 사이즈의 저궤도 우주물체도 추적 가능하다.

Q : 그럼 10㎝ 이하의 작은 우주쓰레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 두 가지 방법을 들 수 있다. 첫째는‘보호’(protection)다. 우주복이나 연료탱크 등 충격에 취약한 부품에 쉴딩(shieldingㆍ보호장치)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작은 우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폭발 또는 충돌에 의한 궤도 상 분열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주공간에서 확인된 4번의 궤도 상 충돌 이벤트가 있었다. 이런 충돌 이벤트로 수천개의 우주쓰레기가 생성된 바 있다. 우주쓰레기 제거에 관한 첫째 원칙은 ‘Do No Harm’(현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자)이다. 우주쓰레기를 포획하고 제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 과정에서 어떠한 새로운 우주쓰레기를 생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 부분은 꼭 강조하고 싶다.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청소위성의 상상도. 미국 등 우주강국을 중심으로 우주 쓰레기를 밀어내거나 포획하는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ESA]

Q : 중국ㆍ러시아는 물론 과거 미국에서도 미사일을 이용한 위성요격 실험(ASAT 테스트)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2007년에는 중국이 미사일로 자국 위성을 요격하면서 3000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생성됐고, 지난해 러시아도 같은 실험을 해 1500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더해진 일이 있었다.)
A : 국제 가이드라인은 위성요격 실험과 같은 고의적인 우주물체 폭파 시험 등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 차례의 시험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주 공간 상의 실험이 어떤 고도에서 어떻게 수행되는지에 따라서 우주쓰레기 생성 숫자는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400㎞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생성된 우주쓰레기는 수개월 안에 지구로 재진입하면서 불타 없어지지만, 800㎞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생성된 우주쓰레기는 100년 이상 우주공간을 떠돌게 된다. (ESA의 홀거 박사가 먼저 답했다. NASA의 리우 박사는 대답하기를 주저하다가 “올해 초 미국 부통령은 우주공간에서의 고의적인 폭파 실험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

Q :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과 같이 우주파편의 연쇄 충돌로 인해 우주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우주활동이 지속 가능한가. 언젠가 인류가 지구 탈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A : 케슬러 신드롬은 우주물체들끼리 충돌이 발생해 생성된 파편이 다른 물체와 다시 충돌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을 말한다. IADC에서는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 보고 있다. 현재 우주환경에서는 지금까지 상황만으로도 연쇄적인 충돌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제어 불가능한 우주물체를 미리 제거하는 방식을 고려해아 한다.

우주쓰레기를 소재로 다룬 한국의 SF영화 승리호.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주연으로 서기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Q : 가까운 미래에 케슬러 신드롬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인가.
A : IADC는 시간이 갈수록 우주물체가 비선형적으로(점점 더 많이) 증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예를 들어 2030년쯤에 우주활동을 아예 못하는 수준은 아니다. 위성을 쏘거나 우주정거장에 사람 또는 화물을 보내는 건 매우 짧은 시간 우주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라, 우주쓰레기와 같은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우주공간에 오래 체류하는 경우에는 위험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케슬러 신드롬을 제기한 케슬러 박사는 실제 NASA 과학자로 IADC의 멤버였으나 현재는 은퇴했다. 리우 박사의 전 전임이기도 하다. 리우 박사는 그와 계속 연락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Q : 유럽은 어떻게 우주쓰레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 ESA에서는 “우주쓰레기 완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사된 우주물체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궤도상에서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실패할 경우에는 우리가 국립공원에 가서 쓰레기를 남겨두지 않고, 돌아올 때 모두 수거하는 것처럼, 우주공간 상에서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하는 ADR(Active Debris Removal)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SA는 스위스에 있는 스타트업과 함께 2026년까지 첫번째 ADR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 목표로 협업하고 있다.

Q : 미국은 어떤가.
A : NASA 역시 미래 ADR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계획된 NASA의 자체 ADR 임무는 없다. 미국에는 여러 산업체가 ADR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주공간상에서 어떻게 우주쓰레기를 포획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낮은 고도로 이동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현존하는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은 앞으로 3~4년 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리우 박사는 넷플릭스로 한국 SF영화 승리호를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그는 “영화 속 기술은 현실보다 앞서 있고, 과학공상 액션영화로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Q : 우주쓰레기에 대한 미래 전망을 하자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A :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해 모두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까지 우주쓰레기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고민해 왔고 새로운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인류가 우주개발을 시작한지 이제 막 60년을 넘긴 시점으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우주물체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도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서로 협업해 새로운 우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주 궤도 상에 있는 우주쓰레기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Q : 한국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A : 한국은 지난 10년간 IADC 멤버로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이번 총회를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주환경보호 문제에 강한 의지를 가진 국가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대한민국 우주법에도 우주환경보호에 대한 관련 조항이 있다면 우주쓰레기 경감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다 가속화하여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서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동시에 우주개발을 이제 시작한 국가와도 함께 우주쓰레기 경감에 대해 같이 공유한다면, 안전한 우주임무 수행을 위해 모두 함께 우주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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