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흥국생명, 자본시장 오해 풀었지만…인정 못 받는 '연금저축' 성과
지난 2022년 11월,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에 대해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가 언론과 금융당국의 뭇매를 맞았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에 조기상환을 '의무화'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반론도 많았지만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극심했던 때였다.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하며 사과하는 등 단기간에 큰 풍파를 겪었다.
그로부터 단 1년 만에 흥국생명은 금융시장의 '혼란 주동자'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지난해 10월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 1600억원을 순조롭게 상환하며 자본조달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자금운용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환한 물량은 2013년 10월, 10년 만기에 5% 금리로 발행했던 2000억원 규모다. 흥국생명은 400억원을 같은해 9월 중 차환발행하고 남은 1600억원을 만기에 맞춰 상환한 것이다. 이로써 흥국생명에 남은 후순위채는 1200억원 수준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는 그룹 계열사인 티시스와 티캐스트에 2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발빠르게 대응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며 자금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185.6%를 기록,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상회했다. 같은해 1분기 152.7%, 2분기 165.7%에 비해 지속 상승 추세다.
다음 숙제는 여전히 중소형급 보험사로 분류되는 흥국생명이 확충한 자본으로 '체급 상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이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의하면 흥국생명의 2023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인 873억원에 그쳤다. 이에 흥국생명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22년 12월 흥국화재 주식 약 492억원을 태광산업에 처분했기 때문"이라며 "흥국화재의 연결지분이 빠진 영향이 크다"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숙제는 또 있다. 2023년 2분기 기준 25회차 계약유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금리 상승으로 저축성 보험 해약이 증가하며 보험금 지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험금지급률이 181.35%에 이르며 효력상실 및 해약률도 5.39%로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흥국생명이 연금저축보험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연금저축보험 상품 소급 1년 평균 수익률이 3.51%로 3.6%를 기록한 KB라이프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편이다. 동기간 대형보험사인 삼성생명(2.83%), 한화생명(2.6%), 교보생명(2.54%)이 2%대라는 점과 생보사 평균 수익률이 2.39%임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한 것이다.
사적연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만큼 보험사의 연금상품 수익률 역시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동인으로는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열위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작용한다. 다만 금리가 뛰고 증시가 침체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한 체감도가 커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보험사 중 높은 수익률을 실현하는 연금저축보험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운용보수 수익과 자산운용의 밑천인 저축성보험을 재유치하지 못하고 계약유지율이 속수무책인 것은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개인 고객의 가계 상황이 나빠진 것에 더해 회사가 유무형의 '신뢰'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흥국생명은 지난해부터 저축성보험을 축소하고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구조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계리 솔루션 도입으로 신제도 하에서 리스크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신속성과 유연성, 안정성 등을 확보했으며 11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출범했다. 또 '톡톡패널단'을 진행하며 판매중인 상품에 대한 의견과 개선점 등을 공유하고 모바일 창구 등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및 편의성 향상 방안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며 신뢰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