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이 '서비스맨'임을 망각한 조희대와 판사들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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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그런 마인드를 갖췄다면, 확정된 자신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에는 법원 외부의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취소할 수 있고(재판소원제), 자신이 위법적으로 증거를 채택 혹은 불채택해 진실을 왜곡하는 판결을 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법왜곡죄)는 점을 당연히 수긍했을 것이다. 또 적체된 대법원 상고심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대법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청(대법관 증원법)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법관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재벌의 힘은 직원 숫자와 재력에서 나오고, 군대의 힘은 병력 규모와 무기에서 나오고, 종교의 힘은 이념적으로는 신에게서 나오고 현실적으로는 신도 수에서 나온다. 법관은 이런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경우에 따라 더욱 강력한 권능을 행사한다. 이는 법관이 풍부한 법률지식을 갖췄거나 사법시험·변호사시험을 통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권자가 그런 권능을 부여해 줬기 때문이다.
피고인석에 앉은 건장한 조직폭력배가 법정 밖에서 만났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을 법관의 판결 선고에 승복하는 것은 결코 법관 개인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법관의 양 어깨 뒤에 버티고 선 공권력이 무섭기 때문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권력이 법원 판결에 대한 저항을 막아주기 때문에 법관들은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막강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임이 철회되는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상당수의 법관들은 이 점에 대한 인식이 불철저하다. 그래서 지금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많은 판사들이 주권자의 힘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보다 독재정권을 더 두려워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또 일제와 독재정권에 부여했던 판사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탓도 있다. 8·15 해방, 4·19 혁명, 6월항쟁, 촛불혁명은 그런 법관들이 공직에서 추방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석에 서는 심판의 무대가 됐어야 했지만, 그 같은 정의의 실현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상당수 법관들이 국민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과의 스킨십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법관을 고용한 궁극적 주체가 누구인지를 항상 느끼게 해주는 시스템의 부재에 기인한다. 원청인 주권자의 위임에 따라 하청인 사법부가 법관을 임명하는 구조를 일상적으로 각인시켜 주는 제도는 현존하지 않는다.
입법부의 경우에는 구성원 중 300명이 국민 직선에 의해 주기적으로 선출된다. 행정부의 경우에는 행정수반 1명이 동일한 방법으로 뽑힌다. 그러나 사법부에는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이나 임명 동의에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할 뿐이다.
국회와 대통령도 국민대표기관이므로 이들이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에 관여하는 것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어느 정도 실현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오랫동안 시행됐는데도 사법부가 여전히 국민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것은 이 같은 장치의 민주적 통제 기능이 그다지 실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법관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만, 재정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이런 방식이 오늘날의 현실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거리에 나가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1표를 호소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갖춘 사람들에게 점점 유리해지는 선거문화를 통해, 오로지 법과 양심에만 의존하는 법관들을 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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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
| ⓒ 이정민 |
법관 선거권을 법관 자격자에게만 주는 이 제도는 그나마 실시되지도 못했다. 이 제도에 대한 사법부의 반발 속에 시간이 계속 지연되다가 선거인단 선거 하루 전에 5·16 쿠데타가 일어났다.
1994년 7월 27일의 법원조직법 개정 때는 대법원장이 법관 중에서 임명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법관인사위원회가 자문을 제공하도록 하는 제25조의 2 규정이 신설됐다. 2011년 7월 18일 개정 때는 대법원장이 임명 혹은 위촉하는 10인 이내로 구성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제41조의 2에 규정됐다.
이때는 법무부장관,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변호사 자격이 없는 유덕자·유식자·유경험자 3명을 추천위원에 포함시켰다. 직업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 추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크게 제고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최근 경험이 잘 증명한다. 민주적 통제가 제대로 실현됐다면, 불과 10년 사이에 양승태·조희대라는 두 대법원장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할 정도의 불명예를 겪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도 사법부 구성원들이 절감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사법부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돈을 모아 법원 건물을 짓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자신들의 힘으로 죄인을 법정에 데려다 놓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피고인들을 제압할 군대나 경찰을 독자적으로 갖춘 것도 아니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사법부가 그런 역할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해 주고 공간을 만들어준 것은 국민들이다. 그런데도 사법부가 주권자의 개혁 요구를 툭하면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의 궁극적 고용주가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이 불철저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사법 서비스맨이 되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이럴 때마다 자신이나 조직의 기득권과 권위를 우선시하는 법관들이 적지 않다. 이는 이번 사법 3법만으로는 사법개혁이 부족할 것이라는 점을 사법부 스스로 웅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의 현상은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대법원장 위에, 대법원장 및 대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국회와 대통령 위에 국민이라는 '원청'이 있다는 사실을 사법부 구성원들이 항상 체감하게 만드는 더 강력한 장치를 강구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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