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과 신혜선의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날
〈나의 해리에게〉 관련 반응을 서치하면서 ‘이진욱의 멜로’를 희망하는 대중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확인했어요.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왜 대중이 ‘이진욱의 멜로’에 열광하는지
글쎄요. 어릴 때는 그 이유를 잘 몰랐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아느냐! 아니요. 지금도 모르겠어요. 다만 과거와 달리 많이 말씀해 주시니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자, 이렇게 생각하죠.
〈뷰티 인사이드〉 때도 그렇고, 〈이두나!〉 때도 그렇고, 진욱 씨 등장 신도 자주 거론되는데 그 이유도 잘 모르나요
네. 몰라서 그런 부분은 전문가 이야길 많이 들어요. 회사 분들 의견도 듣고요. 스스로 그 포인트를 알면 조절해 가며 더 잘 써먹을 수 있을 텐데….
포인트를 알게 되면 이성적으로 통제하지 않을까요? 그러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나저나 〈나의 해리에게〉에서 보여줄 헤어진 ‘구여친’과의 로맨스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이하 〈로필〉)에서 연기한 적 있죠. 캐릭터는 다르지만 〈로필〉 팬에겐 기대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로필〉은 멜로드라마를 논할 때 지금도 자주 소환되는 드라마죠
〈로필〉 같은 결의 드라마가 당시에는 없었어요. 〈로필〉 이후 로맨스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드라마들이 생겨났죠. 〈나의 해리에게〉 역시 새로운 느낌이 있어요. 엄청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어릴 때 마음에 생긴 결핍의 영향으로 헤어지는 연인이 등장해요. 그것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담겼고요.
연애를 통해 성장했다는 사람이 많잖아요? 여러 연애를 간접경험한 셈인데, 그로 인해 성장한다는 기분도 드나요
그럼요. 사실 사랑이 전부죠. 잘 보면 세상의 많은 것은 모두 사랑에서 기인한 것들이에요. 성공하고 싶은 이유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 위해서이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고 봐요.
사랑이 전부인데도 국내 미혼 남녀 10명 중 6명이 연애하고 있지 않거나 연애 경험이 없다는 조사가 최근 발표됐더군요. 연애 세포가 메마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이건 너무 긴 얘기인데요. 압축해 말하면 먹고살기 편해지면 개인의 만족을 연애 밖에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은 연애를 대체할 게 너무 많은 시대잖아요. 시대 흐름이라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오래전 인터뷰에서 “로맨스의 핵심은 의외성”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변함없어요. 로맨스는 의외성이죠. 많은 예술가가 한 말이기도 해요. 그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상대에게서 예상 못한 반전을 발견할 때 매력을 느끼기도 하죠 아! 반전과는 뉘앙스가 좀 다른 것 같아요. 반전은 약간 꾀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에 반해 의외성은 우연처럼 스며드는 거예요. 거기에 로맨스가 있고요.
신혜선 배우와의 로맨스 합은 어땠나요? 〈스위트홈〉에서 사실상 1인 3역이라 ‘해리성 인격장애’로 두 개의 인격을 오가는 신혜선 배우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잘하는 배우죠. 연기자도 여러 부류가 있잖아요? 기술이 뛰어난 배우, 자연스러움이 뛰어난 배우, 감정이 뛰어난 배우가 있는데 신혜선 배우는 이 모든 밸런스가 좋아요. 육각형 그래프의 기준 축이 꽉 찬 ‘육각형 인간’이랄까요. 그 육각형의 크기마저 너무나 크고요.
최고의 찬사네요. 장점이 제각각인 여러 부류의 배우가 있다고 했는데, 진욱 씨는 어디에 최적화된 배우 같나요
제가 좀 냉정해요.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타입이라. 그런 걸 생각하면 작아져요. ‘나는 뭐가 장점이지?’ 하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면 제 기준에서는 장점이 없거든요. 그럼 불행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해요.
그게 장점이네요.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은 스위치를 미리 끄는 거
그럴 수 있죠. 고통과 스트레스를 잘 내려놔요. 이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랑은 다릅니다.
안 받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통제한다는 거잖아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타고난 성향도 있지만, 그만큼 노력하죠. 그리고 연습하면 돼요. 정말로요!
어떻게 연습하면 가능한지 알려주세요
마음의 시선을 돌리는 거죠. 가령 이걸(테이블 위에 놓인 조화를 보며) 계속 보면 어느 순간 단점이 보여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런데 이렇게 흐리게 보면 안 보이거든요? 고개를 돌리는 거죠. 그리고 그걸 깨달으면 도움이 돼요. 고민한다고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달라지지 않는 걸 아는데도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본인이 해야 해요. 물론 어렵죠. 그런데 그게 또 제일 쉬워요. 타인이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 중 하나가 내 마음이니까요. 1994년 드라마 〈폴리스〉 OST였던 곡 ‘내가 선택한 길’ 중에 제가 진짜 좋아하는 가사가 있어요. “적어도 내 자신은 이기고 싶다”는 대목이 되게 와닿더라고요. 내가 타인은 못 이겨도 최소한 나는 이겨야 할 거 아니에요. 나약한 마음 같은 것들요.
진욱 씨는 마음 단련이 잘된 배우네요
배우로서 제가 지닌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어떤 것에서든 배울 점을 찾는다는 거예요. 장점을 발견해서 내 안에 담아뒀다가 꺼내 쓰려고 하죠. 단점은 안 보냐고요? 에이,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그럼 저만 스트레스받아요. 장점 볼 시간도 부족한데….
드라마 소재인 ‘해리성 인격장애’는 심리적 갈등이나 심한 외부 충격에 대한 자기방어기제로 나타날 수 있다더군요. 해리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잖아요? ‘망각’이나 ‘도망’ 혹은 ‘싸움’은 그런 방어기제 중 하나고요. 저는 주로 도망가는 쪽으로 방어기제가 발동하는데, 진욱 씨는 어떤가요
저는 어떤 방향이 효율적인지 빨리 결정해요. 싸워야 하는 상황이면 싸우죠. 다만 문제를 회피하는 편은 아니에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고개를 돌릴지언정 말이죠. 이건 피하는 것과 달라요.
혹시 아세요? 인터뷰 내내 표현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단어도 디테일하게 선별하고. 방금도 ‘고개를 돌리는 것’과 ‘피하는 건’ 다른 거라고 했죠. 앞서 ‘의외성’과 ‘반전’의 차이도 설명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인터뷰할 때 조심스러운 게 생겼어요. 내 말의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는 걸 보면서요. 우리나라 말은 또 미묘하잖아요?
말이라는 게 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기도 하니 그 마음 이해합니다
배우들 대부분이 그럴 텐데, 감정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보니 세밀한 표현을 더 갈구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 보낸 21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요. 저는 원래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여러 캐릭터를 맞이하면서 인간을 깊게 보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즐겁고요.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이 충분히 활용됐다고 생각하나요? 누군가 나도 모르는 면모를 더 깊게 파주길 기다리고 있나요
본래의 제가 가진 건 별 볼일 없는 것 같고요(웃음). 좀전에 말한 것처럼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발전해 온 유형의 인간인지라 후자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싶어요.
어릴 때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꿈꿨다고 들었습니다. 종자를 개량하고, 효율적인 농사를 연구하는. 식량 위기가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는데, 과학자가 됐어도 세상에 좋은 쓰임으로 살고 있었을까요
하하하. 아니요. 제가 객관적이라고 했잖아요?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르다는 걸 일찍이 간파했죠. 똑똑한 친구들 보면서 ‘그래, 과학은 저런 친구들이 해야지’ 하는 판단을 빨리 내렸던 것 같아요.
연기는 당신에게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중 어디에 더 가깝나요
굳이 따지자면 연기는 저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에요. 저 같은 타입에게 연기는 재밌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굉장히 행복합니다.
〈웰컴투 삼달리〉 〈그녀가 죽었다〉에 이어 〈나의 해리에게〉까지. 정말 꽉 찬 2024년을 보내고 있어요. 언제나 일하는 중이라 언제 쉬냐는 말이 나올 법한데 ‘일’과 ‘쉼’을 잘 조율하고 있나요
공교롭게도 작품 시기가 겹쳤어요. 작품이 연달아 나오는 걸 보고 제가 소처럼 일만 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분이 계신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전 정말 잘 쉬고 있고, ‘워라밸’도 잘 지키고 있거든요.
쉴 땐 뭘 하나요
원래 저는 일이 없을 때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연기도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제 인생에 새로운 자극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새로운 경험 없이 기존에 있는 것만 꾸역꾸역 꺼내 쓰는 건 이미 바닥이 났다는 거죠. 다음 10년을 위해 내 안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근엔 다양한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취미로 ‘쉼’을 꾸미려는 건 연기를 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겠네요
맞아요. 저는 일을 정말 잘하고 싶거든요. 〈철인왕후〉에 이은 1인 2역이에요.
〈철인왕후〉가 한 육체에 두 영혼이 동거하는 이야기였다면 〈나의 해리에게〉는 한 육체에 두 개의 인격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라서 시청자 입장에선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연기하는 입장에선 차별화가 신경 쓰이지 않았을까요
역할을 떠나 연기 톤이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늘 있어요. 쾌활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다음번엔 감정이 짙은 캐릭터를 찾는 편이에요. 〈철인왕후〉와 〈나의 해리에게〉의 경우 1인 2역이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네 명의 캐릭터 모두 너무 달라서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어요. 그보다 이번 드라마에서 세심하게 살핀 건 주은호와 주혜리가 시청자에게 소중한 존재로 각인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둘 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처럼 다른 인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안고 살잖아요. 아직 내 안에 발견되지 않은 내가 있나요
분명히 더 있을 거예요. 있었으면 좋겠고요.
배우는 다른 직종의 사람들보다 자신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데 더 유리한 입장이지 않나요? 연기한 캐릭터들이 신혜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너무 그래요. 연기하면서 다양한 성격을 꺼내 표출해 볼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이 캐릭터는 이런 성격적인 부분이 좋네, 저 캐릭터는 이런 부분이 훌륭하네 하면서 배울 수도 있고요. 제가 신인 때는 사람 눈을 잘 못 쳐다봤어요. 괜히 부끄럽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연기할 땐 어쩔 수 없이 상대 눈을 쳐다봐야 하잖아요? 참, 신기하지. 연기할 땐 너무 편하지 뭐예요. 그게 좋았어요. 타인 앞에서 부끄러움을 덜 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연기를 빙자한 카메라 앞에선 그게 가능했으니까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일상에서도 사람 눈을 쳐다볼 수 있더라고요.
지금도 제 눈을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네요
어머(웃음)! 연기는 성격 치유에 좋은 직업 같아요. 실제로 제 울퉁불퉁한 부분을 많이 치유하거나 개선해 줬죠.
극중 은호의 직업이 아나운서라는 소식을 듣고 ‘딕션 요정 신혜선’에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어요
직업이 아나운서라는 게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요. 직업은 직업일 뿐 저는 인물이 지닌 서사에 더 집중하거든요. 다만 아나운서는 발음과 발성이 중요하기에 그에 대한 걱정은 했죠. 많은 분이 제 발음에 좋은 평가를 해주지만, 저는 제 발음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여러 시도를 했어요. 발성과 호흡법을 바꿔보고, 목소리 톤도 낮추는 연습을 했죠. 초반엔 힘들었어요. 원래 쓰던 성대 위치를 벗어나니 목이 엄청나게 쉬더군요. 그 순간을 극복하고 나선 무척 보람찼어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저에겐 의미 있는 도전이었어요.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를 테지만요.
남들이 몰라봐도 혜선 씨는 그걸(변화를) 잘 알잖아요
오! 그렇네요. ‘내가 아는 게’ 가장 중요하죠.
목소리 변화를 팬들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어요
알아차려주시면… 진짜 ‘찐팬’입니다(웃음)!
〈나의 해리에게〉에서 이진욱 배우와는 ‘8년 장기 로맨스’를, 강훈 배우와는 ‘첫사랑 로맨스’를 그린다고요. 인간 신혜선은 사랑을 지속하는 것과 사랑을 시작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렵나요
지속하는 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 유지되고 있는 사랑이 없는, 솔로라는 증거이기도 하죠. 그리고 뭐랄까… 사랑의 시작은 ‘기적’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같다? 그건 너무 기적이고, 신나는 일이고,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죠. 그에 반해 지속은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죠. 결혼도 마냥 해피 엔딩이 아닌 게, 많은 부부가 권태와 지속의 어려움을 토로하니까요
맞아요. 사랑을 평생 지속한다는 건 정말 어렵고 대단한 일이에요.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배우들과 “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아?”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대본에서 보여지는 감정 라인이 분명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더 극대화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여러 의견을 나누면서 ‘와, 사랑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렵지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요
제일 재밌는 것! 지구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랑은 또 사람을 변화시키잖아요? 이성 간의 사랑뿐 아니라 많은 사랑이요. 사랑을 느끼는 게 사람이 사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이진욱 배우도 “사랑이 전부”라던데 두 분 통하는군요. 오늘의 화기애애한 커플 화보 촬영 현장을 보면서 느꼈어요. 작품을 통해 많이 가까워졌다는 걸
진욱 선배님은 옆집 오빠 같아요. 제가 커플 화보가 처음인데 진욱 선배라서 믿고 간 부분도 있어요. 선배님이 ‘포즈 장인’이거든요. 드라마에서 은호와 현오(이진욱)의 달달했던 과거 회상 장면이 나와요. 그럴 때마다 “나만 믿어(웃음)” “선배님만 믿고 해보겠습니다!” 하고 찍은 장면을 모니터하면서 이유를 알았죠. 상대방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라 정말 카메라에 예쁘게 담겼더라고요.
〈나의 해리에게〉도 그렇고, 혜선 씨 행보를 응원하며 지켜보는 이가 많아요. 많은 기대와 마주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부담이라기보다 내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거든요. 사랑하는 내가 만들어낸 작품이 내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은 거죠. 시청자 입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봐도 좋은 작품을 하는 것. 저에겐 그게 중요해요.
연기를 막 시작하던 시기엔 어땠나요
그땐 오히려 즐거웠죠. 신인 때는 저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값이 없으니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캐릭터 그 자체로 봐줬어요. 그래서 부담이 없었어요. 거침없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한가람 작가가 〈나의 해리에게〉를 통해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행복에 대해 질문하자면 행복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그렇기에 행복의 스위치를 켜주는 소소한 습관들을 삶 속에 많이 포진해 두는 게 좋다”고 했어요. 혜선 씨는 어떤가요. 행복의 스위치를 켜주는 습관이 있는지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저는 행복을 느끼는 압정들이 진짜 많은 것 같아요. 행복의 반대말을 불행이라고 한다면 불행보다 행복의 빈도 수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가령 아침에 눈이 잘 떠지면 기분이 좋아요. 머리를 감았는데 샴푸 향이 좋으면 그것도 행복하고, 먹어보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너무 맛있으면 그것도 기분 좋고요. 오, 말하면서 저도 알았네요. 난 행복한 사람이었어!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