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서 휴양으로... 13년 전과 너무 변한 베트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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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윤 기자]
베트남 푸꾸옥은 이제 다낭, 나트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인의 '최애' 휴양지다. 내가 베트남을 처음 찾았던 2013년만 해도 하롱베이의 카르스트 지형을 감상하거나 호치민 시내에서 씨클로를 타고 북적이는 오토바이 행렬 사이를 누비는 것이 주된 관광루트였다.
13년 전에는 자연을 감상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목격하는 '보는 관광'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해변과 수영장, 편의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편안히 쉬는 '누리는 휴양'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 한반도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던 2026년 1월 말, 나는 뜨거운 여름을 찾아 푸꾸옥으로 향했다.
'빈그룹'과 '썬그룹'이 세운 인공의 낙원
오늘날 푸꾸옥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있다. 2017년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관광업을 국가 GDP의 10% 이상을 책임지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자 규제를 완화하고 빈그룹(Vingroup), 썬그룹(Sungroup) 같은 민간 대기업에 국유지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했다. 그 결과 푸꾸옥 북부는 빈그룹이, 남부는 썬그룹이 주도하여 그야말로 '지상낙원'을 구현해냈다.
여행의 시작점인 중부의 '킹콩마트'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없는 게 없는 이곳에서 친구들의 선물을 고르던 예비 중학생 딸아이가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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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콩마트에서 쇼핑중인 딸 딸은 킹콩마트에서 수많은 물건을 보면서 공산국가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 |
| ⓒ 정태윤 |
중부에서 이틀을 지내고 북부로 향했다. 이곳은 '빈폴리스(Vin-polis)'라고 불린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통하는 빈그룹이 '숙박(빈펄리조트)-놀이(빈원더스)-쇼핑/식사(그랜드 월드)'를 잇는 빈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랜드 월드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운하가 흐르고 곤돌라가 다니며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빈원더스에서는 놀이공원, 아쿠아리움, 워터파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빈폴리스에서 그랩으로 부른 차량은 1시간 가량 달려 푸꾸옥 남부로 데려다 주었다. 이곳은 베트남 관광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인 썬그룹(Sun-group)이 유럽의 여러 마을을 섞어 놓은 선셋 타운(Sunset Town)이 중심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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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 오브 더 씨(Kiss of the Sea) 공연 장면 물보라로 만든 대형 워터스크린에 물과 불 그리고 빛이 수놓은 이야기는 마지막 불꽃놀이로 절정을 이룬다. |
| ⓒ 정태윤 |
하지만 이 눈부신 화려함 뒤에는 푸꾸옥의 아픈 그림자도 숨어 있다. 바로 '코코넛 나무 감옥'으로 불리는 푸꾸옥 수용소다. 1946년 프랑스 식민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기 위해 만든 이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하며 최대 4만 명을 수용했던 비극의 현장이다.
인도네시아 벌어진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에서 가해자가 태연스럽게 재연한 것을 수용소에서는 마네킹으로 표현했다. 그중에서 '호랑이 우리(Tiger Cages)'는 작은 철조망에 수감자가 구부정한 자세로 뙤약볕과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비인도적 고문 도구로 유명하다. 비록 일정상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다음에는 꼭 가봐야할 장소로 꼽았다.
푸꾸옥은 단순히 리조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만은 아까운 곳이다. 빈그룹과 썬그룹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공의 미' 속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읽히기 때문이다. 출국을 하기 위해 다시 찾은 중부는 고향으로 귀환하는 느낌을 줬다. 마주치는 베트남 사람에게 '신짜오'를 자연스럽게 건네고, 동네 마트 가듯 킹콩마트에서 장을 보며, 골목길에 있는 라이브펍에서 칵테일을 즐겼다.
혹시 푸꾸옥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기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이 섬의 역사적 궤적을 훑어보길 권한다. 아는 만큼 맛있고, 아는 만큼 깊게 보이는 법이니까. 나 역시 이번에 미처 발을 들이지 못한 푸꾸옥 수용소라는 숙제를 남겨두었기에, 조만간 다시 이 섬의 비행기 표를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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