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화물연대 막말' 김미나 의원, 2심도 선고유예

창원지법 항소심 재판부 "항소 기각"... 민주노총 "이게 진심 어린 사과냐"

[윤성효 기자]

▲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모욕' 혐의로 기소되었던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선고유예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주연·곽리찬·석동우 판사)는 15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은 김 의원에 대해 징역 3개월에 해당하나 선고를 유예하자 검찰이 항소했던 것이다.

선고유예는 범죄가 가볍다고 판단할 경우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는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부분들은 이미 원심에 반영됐고, 항소심에서 양형에 반영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며,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가 벌금형보다 형이 가볍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던 것이다.

김미나 의원은 이날 법정에 목발을 짚고 나왔으며,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선고 뒤 법정동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의원은 처음에 "할말이 없다"라고 했다가 재차 묻자 "유가족들한테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목발을 짚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넘어져 다쳤다"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연합 등 관계자들이 나와 지켜보았다. 법정동 앞에서 김 의원과 마주친 이들은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는 게 맞느냐", "유가족한테 사과는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오늘 재판부가 앞서 열린 다른 사건의 선고에서 상당수 기각을 하더라. 김미나 의원에 대해서도 기각을 하면 어쩌나 싶었다"라며 "아니나 다를까 추가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며 기각했는데 심히 유감이다. 어떻게 대응할지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법정을 나오는 김미나 의원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을 때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사과한다고 하더라. 이게 진정어린 사과냐. 안타깝다"라고 비판했다.

김은형 본부장을 비롯한 진보단체 대표들은 최근 며칠 사이 창원지법 정문 앞에서 김미나 의원의 엄벌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미나 의원은 2022년 11~12월 사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시체팔이 족속들' 등이라고, 파업을 한 화물연대에 대해 '쌩 양아치 집단'이라는 등이라고 표현하는 글을 올렸다.

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 등 단체 "법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 민주노총 경남본부, 창원통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는 자료를 통해 "김미나 의원 항소심 1심 선고유예 유지 판결, 법이 법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법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들은 "김미나 의원의 행위가 문제인 것은, 실정법에 어긋나고, 정치적 혐오와 차별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미나 시의원에 대한 법원의 '관용'적 판결은 사회적 통념과 상식, 법리적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위법, 차별, 혐오에 대한 사법적 면죄부일 따름이다. 법이 법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불의를 용인하는 것이다. 불의한 자가 활개치면, 민중은 분노하고 저항과 심판에 나설 것이다. 사법부의 엄중한 인식과 각성을 쓰라린 가슴으로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 등 단체는 "오늘의 판결을 똑똑히 기억하고 되새길 것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노동자들과 언제나처럼 연대하며, 참된 '정의'와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15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창원지법 앞 1인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