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만이 원인 아니다… 발달장애 막으려면 임신 중·출생 후 모두 신경 써야 [조금 느린 세계]

◇유전자 이상·흡연·조산 등 발달장애 원인 다양
발달장애는 연령에 적합한 발달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크게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있는데, 각 요인은 독립적 혹은 복합적으로 발달장애를 초래한다. 선천적 요인은 유전과 출생 전 환경이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현주 교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중 일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는 정상이라도 아동에게 특정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 염색체 이상 및 미세결실증후군으로 발달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생 전 환경 요인으로는 ▲태아의 발달 과정 중 뇌나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 ▲임신 중 산모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임신 중 흡연·알코올·특정 약물·유해 화학 물질 등에 노출되는 경우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환경호르몬 노출이 많아졌고, 대기 미세먼지 수치가 심한 날이 증가하며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도 증가했다. 미세먼지 속 각종 화학물질이 임산부의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태아 성장을 막는다는 이화여대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며 야간 근무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술·담배를 접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임신부가 흡연하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위험이 두 배로 높다는 덴마크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노산도 큰 영향을 끼친다. 나이가 들면 자궁 혈관이 노화되고, '조산'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조산은 아이가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발달장애의 원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조산아는 뇌나 장기의 성장이 덜 된 채로 나오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출생 후 뇌출혈 등의 고비를 넘긴 후 뇌성 마비, 발달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생 체중이 2.5kg 미만, 4kg 이상일 때도 발달장애 위험이 증가한다. 후천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과거력이 있거나,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의 감염을 겪었거나, 낙상으로 인한 뇌 손상 등도 아이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
◇산모 영양 신경 쓰고, 반드시 금연·금주를
발달장애의 예측 불가능한 원인까지 전부 대비할 순 없어도,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은 있다. 자녀 계획이 있는 부부라면 전반적인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인에 신경 써야 한다. 산모의 건강은 1순위다. 엽산, 철분, 비타민D 등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도 필수다. 약물을 사용할 때 전문의와 미리 상의하도록 한다.
이현주 교수는 “흡연과 음주는 태아의 건강에 매우 해로우므로 임신을 계획하는 시점부터 끊어야 한다”며 “남성의 흡연도 정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함께 금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신 전과 임신 중에는 화학물질, 살충제, 납, 수은 등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도 최소화해야 한다. 청소용 화학제품, 플라스틱 용기, 일부 화장품에도 유해 물질이 포함될 수 있어 주의한다.
임신 전에는 산부인과를 방문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풍진, B형 간염, 수두, 백일해, 인플루엔자 등은 태아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산의 경우 이전에 조산 경험이 있다면 다음에 조산할 확률은 15%, 2회 조산하면 그 이후는 35%로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설현주 교수는 “산모의 임신중독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의학적 조산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비만·고혈압이 있는 산모는 임신 전 적정 체중으로 감량해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모의 나이도 물론 중요하다. 35세 이상 초산모는 임신중독증 등 고령 임신에 의한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아이 발달 문제를 위해서라도 35세 이전에 임신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TV나 스마트폰 같은 화면 기반의 미디어 노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사람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다. 오히려 두뇌 발달과 주의력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가 된다. 특히, 24개월 이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감각 행동이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돌 이전에는 복잡하고 화려한 불빛과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피하고, 두 돌까지는 TV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두 돌 이후에 영상 미디어를 사용한다면 부모와 함께 짧게 시청하고, 4세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규칙을 정해 사용하도록 한다.
◇신체 활동 활발히, 영양소 골고루
영유아 시기 신체 활동도 중요하다. 자연 환경 속에서 놀이, 스포츠, 산책 등을 통해 활동적인 생활을 하면 기고, 서고, 걷는 등의 운동 능력이 향상된다. 음악, 미술 활동을 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뇌의 신경 연결이 강화되고, 인지 능력·언어 발달·문제 해결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임신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영양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생아 시기 때는 비타민D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철분 결핍이 쉽게 발생하는 돌 전후에는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영양 상담 및 평가, 영양제 투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현주 교수는 “수유를 충분히 해도, 생후 6개월 이후부터는 모유나 일반 분유만으로는 철분 요구량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철분 강화 시리얼, 소고기, 녹색 채소, 달걀노른자 등을 섭취하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유식을 먹을 땐 아연의 공급도 중요하다. 멸치 육수, 닭고기, 유아용 치즈 등은 아연 보충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두 돌까지는 이유식을 충분히 섭취해도 분유나 우유를 통해 적절한 양의 단백질, 칼슘,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400~500cc의 우유가 그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과도하게 먹으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적정량을 유지한다.
신생아부터 3세까지의 기간은 신경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때는 환경호르몬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이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게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실리콘, 나무, 유리, 스테인리스 등으로 된 식기를 사용하고, 장난감도 KC인증을 받은 제품을 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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