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아트홀, 인천의 소극장 르네상스를 꿈꾸며 [공간을 기억하다]

박정선 2024. 10. 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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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극장으로⑫] 인천 신포아트홀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천은 약 40여년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신포동을 중심으로 한 소극장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1974년 경동 사거리 인근에 우리나라 최초의 복합 문화 공간 명동 카페 떼아뜨르의 체인점 형태였던 다방 겸 소극장 카페 깐느가 들어섰다. 이는 인천 최초의 소장으로, 깐느의 등장 이후 1979년 소극장 돌체, 1980년대 경동예술극장, 신포아트홀, 미추홀소극장, 배다리예술극장 등 무려 10여곳 이상의 소극장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인천 소극장 붐은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영난으로 대부분의 소극장이 사라졌다. 그런데 인천 신포동 상가거리 한복판에서 다시 소극장의 불이 켜졌다. 2011년 떼아뜨르 다락이 문을 열었고, 2022년 신포아트홀이 떼아뜨르 다락 인근에 터를 잡았다. 특히 신포아트홀은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이하는 지역 대표 극단 십년후의 전용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4층짜리 상가 건물의 일부를 연습실로 쓰고 있던 송용일 대표는, 이 건물 지하에 오랜 기간 방치된 공간을 발견하고 소극장 개관을 준비해왔다. 송 대표의 말을 빌려 “암담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 공간이 소극장으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50여석에 불과한 작은 극장이지만, 십년후를 맡기 전 무대미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던 송 대표의 손때가 여기저기 묻어있다. 서울무대미술제작소라는 전문 무대 업체도 운영했다.

“열정이 넘치던 시기였죠. 그동안 대극장 작품을 만들어 왔는데 극단이 자체적으로 제작하기엔 재정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많았어요. 소극장용으로 작품을 만들고, 장기 공연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소극장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굵직한 업적이 점점 축소되는 기분에 힘들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큰 힘이 됐던 게 단원들이 똘똘 뭉친 힘이었던 것 같아요. 이 공연장에, 극단에 투자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다시 꿈꾸는, 인천의 소극장 르네상스

송 대표는 2001년 극단 십년후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극단을 이끌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슴아 사슴아’를 연출하면서 전국 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 ‘배우우배’ 등 작품성이 돋보이는 공연을 올려왔다. 특히 최근엔 인천이라는 지역을 소재로 한 ‘성냥공장 아가씨’ ‘김구 가다보면’ ‘신포동 장미마을’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과 관련한 소재는 너무 많잖아요. 지역 극단에서 인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각 지역마다 지역 소재의 작품이 많은데 인천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죠. 작은 소재에 투자해서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밭이 있어야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울 텐데 인천은 그 ‘밭’이 되는 ‘공연장’이 없어요. 인천의 문화 상품으로 꾸준히 추진했으면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이유죠.”

신포아트홀은 송 대표가 연구한 극단 운영 시스템을 실현시키기 위한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극단을 A, B, C 총 세 그룹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 등에 출연할 수 있는 인지도를 확보한 A그룹, 작품을 기획하고 올리는 극단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B그룹 그리고 연습생들로 구성된 C그룹까지 이 세 그룹이 유기적으로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그가 원하는 극단이 완성된다.

“이 세 그룹을 가동시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제 연습실도, 공연장도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그룹을 만들고 더 탄탄한 극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죠. 무엇보다 소극장 작품을 위주로 해서, 1년 12개월 항상 공연을 하고 있는 그런 극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신포아트홀은 언제 찾아와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송 대표는 새로운 인천의 소극장 전성기를 일으키고자 하는 꿈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의 도움도 절실하다.

“지원을 해주고 인천 소재의 작품을 개발하는 거죠. 그리고 그 중에 우수연극을 뽑아서 계속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해주면 1년 12달이 축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동네가 문화거리라고 지칭은 되어 있지만, 사실상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떼아뜨르 다락 뿐이었어요. 이제 신포아트홀까지 들어섰고 새로운 소극장 하나만 더 있으면 이 세 개의 소극장이 힘을 합쳐서 연극제도 기획하고 신포동을 진정한 ‘문화거리’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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