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드라마'가 여성시청자 사로잡은 비결은?
[양형석 기자]
지난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디피>는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탈영병을 추적 및 체포하는 군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디피>는 공개 당시 군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군대 내 각종 부조리와 뒷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호평을 받았지만 해외 및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하며 높은 화제성에 비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스튜디오 장삐쭈의 동명 웹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ENA 드라마 <신병>도 군에 입대한 사단장 아들이 이등병으로 자대 배치를 받는다는 설정의 밀리터리 코미디로 방영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됐다. <신병>은 원작을 찢고 나온 듯한 신선한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시즌3까지 제작됐다. 하지만 '타깃 시청층'이 군필 남자들로 한정돼 있던 <신병>은 시즌3까지 한 번도 시청률 4%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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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 후예>는 첫 방송 전부터 32개국에 선판매하면서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 ⓒ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
초등학교 때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다가 중2때 운동을 그만둔 송중기는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해 2008년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같은 해 유하 감독의 영화 <쌍화점>에서 국왕의 친위부대 노탁 역을 맡은 송중기는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산부인과>, 영화 <오감도>, <마음이2>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2010년 SBS 예능 <런닝맨>의 초대 멤버로 합류하며 대중들의 눈 도장을 찍은 송중기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바람둥이 유생 구용하 역을 맡으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2011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의 청년시절을 연기한 송중기는 2012년 박보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665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약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마친 후 2013년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송중기는 전역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을 통해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됐던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였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태백부대 모우루중대장 유시진 대위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달달한 멜로 연기를 함께 선보이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2017년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에서 광복군을 연기한 송중기는 2019년 <시그널>,<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신작 <아스달 연대기>가 한 자리 수 시청률에 머물면서 주춤했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과 재회했던 영화 <승리호>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21년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만난 송혜교와의 결혼과 이혼이라는 개인사도 있었다.
하지만 송중기는 2021년에 방송된 <빈센조>를 14.64%의 최고 시청률로 이끌었고 2022년에 출연한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26.9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023년부터 영화 <화란>과 <로기완>, <보고타>에 출연한 송중기는 작년 <마이 유스>를 통해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올해는 <재벌집 막내아들>에 함께 출연했던 박지현과 신작 <러브 클라우드>에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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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 후예>에서는 군인들을 굉장히 멋있게 표현했지만 현실에서 저런 군인은 결코 흔치 않다. |
| ⓒ KBS 화면 캡처 |
2016년 2월 KBS 수목드라마로 편성된 <태양의 후예>는 14.3%의 시청률로 시작해 3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9회에서는 시청률 30%를 찍었다가 최종회 시청률 38.8%로 막을 내렸다. 동 시간대에 방송된 <돌아와요 아저씨> <굿바이 미스터블랙>에 압승을 거둔 <태양의 후예>는 2010년대 이후에 방송된 평일 드라마 중 <제빵왕 김탁구><해를 품은 달><자이언트>에 이어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부터 2013년 <상속자들>까지 7편 연속 단독 집필을 했던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김원석(유명PD와 동명이인) 작가와 공동 집필했다(애초에 <태양의 후예> 원작이 김원석 작가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 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국경 없는 의사회>다). 김원석 작가는 <태양의 후예>에서 군대, 재난, 액션 장면을 주로 집필했고 김은숙 작가는 멜로 장면을 전담해 드라마를 완성했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을 비롯한 특전사 태백부대 모우루중대와 혜성병원 의료 봉사단이 파견 및 봉사를 떠난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가 등장한다. <태양의 후예> 제작진은 태백산과 강원도 정선군, 경기도 파주시에 세트장을 지어 발칸반도 끝에 위치한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 촬영했다. 한국의 구름 낀 하늘은 CG작업을 통해 그리스풍의 맑은 하늘로 바꿨다.
흔히 드라마에서는 주제곡이나 엔딩곡 또는 주요 장면에 삽입되는 노래 1, 2곡이 집중적으로 사랑 받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의 후예>는 OST 전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M 음원 사이트의 2016년 연간 차트에는 다비치의 <이 사랑>이 5위, 거미의 <유 아 마이 에브리씽 You Are My Everything>이 8위, 윤미래의 <올웨이즈 Always>가 19위, 케이월의 <말해! 뭐해?>가 26위, 첸, 펀치의 <에브리타임 Everytime>이 27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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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 이후 <쌈,마이웨이>에 출연하며 단독 주연급 배우로 급부상했다. |
| ⓒ KBS 화면 캡처 |
<상속자들>에서 국내 굴지의 의류업계 상속자 유라헬을 연기하며 김은숙 작가와 인연을 맺었던 김지원은 차기작 <태양의 후예>에서도 특전사 태백부대 의무대 군의관 윤명주 중위 역을 맡았다. 등장할 때만 해도 유시진과 강모연 사이를 방해하는 '사랑의 연적' 같았지만 명주의 마음은 처음부터 서대영 상사(진구 분)에게 향해 있었다.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를 계기로 확실한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다.
김지원이 <태양의 후예>를 통해 유망주의 껍질을 벗고 주연 배우로 거듭난 것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오랜 기간 활동했음에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진구 역시 <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를 통해 스타배우로 성장했다. 물론 '군대 내에서 여자 장교와 남자 부사관의 연애가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군필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지만 그 인물이 김지원과 진구라면 누구도 토를 달기 힘들다.
'형사반장 전문배우' 강신일은 <태양의 후예>에서 윤명주의 아버지이자 육군 특수전 사령관 윤길준 중장 역을 맡아 '참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인질 구출을 망설이는 청와대 안보수석에게 "어이, 거기 정치인. 지금부터 모든 책임은 사령관인 내가 질 테니까 당신은 섬세하게 넥타이 골라 매고 기자들 모아다가 우아하게 정치해"라고 일갈하며 구출 작전을 강행하러 가는 장면은 대단히 속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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