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카세 1호 픽" 역주행 노리는 오뚜기 이 기름…흑백요리사 열풍

오삼권 2024. 10.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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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인기를 끌자 식품·유통 업계가 관련 상품 출시로 분주하다. 요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자 마트에선 식재료 매출이 늘었다.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열풍이 식품·유통 업계로 번졌다. 식품 기업들과 편의점들이 인기 셰프와 협업한 제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는가 하면,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쉐프들의 요리법을 따라 해보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흑백요리사가 일으킨 요리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편의점 CU는 지난 12일 흑백요리사에 ‘나폴리 맛피아’로 나온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했다. 사전 예약 첫날인 지난 8일 20분 만에 준비된 수량 2만 개가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GS25는 이달 말 흑백요리사 출연진과 협업한 ‘편수저 시리즈’를 출시한다. ‘이모카세(이모+오마카세)’ 김미령 셰프의 보쌈 수육, ‘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의 마라샹궈 등이 대표적이다.

CU는 지난 12일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했다. 밤 티라미수는 출시 전 사전 예약 기간 중 20분만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BGF리테일 제공

간편식 시장도 들썩였다.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14일 최현석 셰프와 협업해 ‘쵸이닷:직원食당’ 브랜드를 론칭했다. 최 셰프가 식당 직원들과 함께 먹는 직원식을 밀키트로 구현한 상품군이다. 프레시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지난 10일 최 셰프를 명예 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체 컬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화제의 예능, 셰프의 레시피’ 기획전을 진행하며 간편 가정식 등을 판매했다. 컬리는 기획전 기간 중 관련 상품의 일평균 매출이 지난달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식품 기업과 쉐프의 협업 상품을 반기고 있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의 식당에 손님이 몰려 방문하기가 어려워지자 대체재로 협업 상품을 찾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28)씨는 “직장 바로 앞에 임태훈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이 있어서 가보려고 했는데, 새벽부터 줄을 서야해 포기했다”라며 “대신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협업 상품이라도 먹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에서 윤남노 셰프가 너구리 라면을 활용해 만든 '팟타이'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화제가 되자 농심이 자사 SNS에 패러디 게시물을 올렸다. 농심 인스타그램 캡처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일부 식품회사들은 역주행을 노리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너구리 라면 활용 요리가 나온 것을 계기로 농심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흑백조리사’라는 패러디 게시물을 올렸다. 오뚜기는 김미령 셰프가 김을 구울 때 자사 참기름과 들기름을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SNS에 ‘이모카세 1호 PICK(픽)’이라며 제품을 홍보했다. 흑백요리사에 통조림 활용 음식이 나오자 일주일 새 통조림 매출이 30~40% 늘어난 동원F&B는 방송 레시피에 착안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은 내가 흑백요리사”


요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자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에선 식품 매출이 늘었다. GS더프레시는 지난 1~7일 채소·축산 매출이 흑백요리사 방송 전인 지난달 같은 요일(3~9일) 대비 각각 77.2%, 45.5%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식재료 매출이 약 5% 늘었다고 밝혔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무·두부 등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었다”라며 “요리 트렌드가 계속 이어진다면 식품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흑백요리사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대형 마트와 SSM에선 식재료 매출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요리 트렌드가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보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흑백요리사가 집에서 요리하는 트렌드를 가속할 거라고 전망한다. 황진주 가톨릭대·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불경기가 이어지자 식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던 참이었는데,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그 레시피를 SNS로 공유하며 집밥 요리 흐름이 더 확대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건 요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라며 “자신이 배운 걸 직접 해보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트렌드가 앞으로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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