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제4인뱅’ 도전자들…그들은 지금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9.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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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기준 11월까지 마련한다는데

지지부진했던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뱅) 경쟁에 불이 붙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추석을 앞두고 “늦어도 올해 11월까지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다.

금융당국은 은행업권 내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메기’ 역할을 할 제4인뱅의 문을 열겠다고 선언했으나 속도를 내지 못했다. 홍콩H지수 ELS 사태, 부동산 PF 대규모 부실, 가계부채 급증 등 만만찮은 현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9월 12일 김 위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기존 인터넷은행 평가를 마치는 대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제4인뱅 인가 기준을 작성하겠다”고 밝히자 컨소시엄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더존뱅크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앞서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두 컨소시엄은 기존 은행의 투자로 자본력이 탄탄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 관련 자체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더존뱅크·한국소호은행

‘데이터+자본력’ 2파전 유력

제4인뱅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다섯 곳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더존비즈온이 주축인 더존뱅크는 ERP 솔루션으로 축적한 기업 데이터를 개인사업자 대출에 활용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간 인뱅 3사가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위해 외부에서 데이터를 확보했던 것과 달리, 은행 설립 주체가 자체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더존뱅크에는 신한은행이 일찌감치 우군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디지털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더존뱅크 참여가 확정되면 TF에서 컨소시엄을 지원한다.

한국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리더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알려진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다. 김동호 대표는 소상공인과 관련한 데이터를 토대로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에서 제4인뱅에 참여했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주도하는 한국소호은행에 참여해 힘을 싣는다.

유뱅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렌딧이 중심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의료 기업 루닛, 자비스앤빌런즈(브랜드명 삼쩜삼),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등이 참여를 예고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저출생·고령화에 주목한다. 제1금융권에서 소외됐지만 중요 경제 활동 주체로 역할을 하는 3개 포용금융 주요 고객군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시니어, 외국인이라고 봤다. 이 밖에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 유관 단체와 11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연합했다. AMZ뱅크는 농업 유관 단체 등이 참여한다.

기존 금융사도 적극적으로 ‘참전’을 고려 중이다. 규정상 기존 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지분은 15% 이내다. 아직 투자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기업은행은 유뱅크 컨소시엄에 참여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농협이 신한·우리은행이 각각 투자한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에 참여하면 해당 컨소시엄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형 시중은행 두 곳을 이길 만한 자본력을 갖춘 곳이 나오기 어려워서다. 기업은행이 유뱅크 참여를 확정 짓고, 농협은행마저 가세하면 승리는 유뱅크 몫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경쟁사인 신한·우리은행

과 손잡으면 디지털 기술과 영업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기업은행도 농협은행과 많은 부분에서 사업이 겹친다. 이런 이유로 농협은행은 소소뱅크와 손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제4인터넷은행 경쟁 구도는 기존 ‘레거시’ 은행 간 자존심을 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자 버티려면 자본력 탄탄해야

대안적 신용대출모델 주요 평가

금융권 관계자들은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등급 이하·신용평점 하위 50%) 금융 공급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본 ▲혁신성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첫째, 금융당국은 전통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외면했던 ‘포용금융’이 인터넷은행 설립 이유라는 점을 다시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저신용자를 상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기존 인뱅이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에서 딱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 인뱅 설립 당시 약 2200만명에 달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적극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7~2020년 중금리 대출 중 보증부 정책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에게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 중금리 대출(1조4000억원) 중 91.5%가 사잇돌대출이고, 이 가운데 66.6%가 1~3등급에 대출됐다. 신용대출에서도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해 2020년 말 기준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낮아지기도 했다.

정부가 2021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을 내고 감독을 강화한 결과, 2023년 11월 말 인뱅 평균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0%대로 늘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둘째, 자금력 입증은 제4인뱅 선정의 핵심이 될 듯 보인다. 기존 시중은행이 ‘쩐주’로 참여한다고 해도 지분율 제한이 있는 만큼, 대주주가 될 기업이 흑자를 일으킬 몇 년 뒤까지 여러 차례 증자를 할 수 있는 자체적 자금력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기존 인뱅들은 출범 초기 모두 예상치 못한 자본 확충이 있었다. 일부는 제때 자본 확충을 못해 애로 사항을 겪었다. 현행 규정상 인터넷은행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사례를 보면 인가를 위해선 최소 2000억~3000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인가 당시 각각 2500억원, 3000억원, 2500억원으로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만큼 최소 수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제4인뱅이 ‘메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혁신성을 또다시 꼼꼼하게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듯 보인다.

기존 인뱅은 영업 시작 뒤 5년이 지나서야 자체적인 신용평가 방식을 추가했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12월 7개 기관의 가명결합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가명 처리된 통신, 쇼핑 정보를 금융 정보와 결합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2022년 2월부터 대출 심사에 적용했지만, 기존 은행의 대안신용평가모형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6월 인터넷은행 세미나에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도 신용평가모델 구축 등 소상공인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4인터넷은행 인가에서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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