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필러 밀어내는 리쥬란·쥬베룩…‘스킨부스터’ 전성시대 [K뷰티 숨은 거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1. 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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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매경이코노미가 매주 ‘K뷰티 숨은 거인’을 연재합니다. 매경이코노미는 그간 구다이글로벌, 에이피알, 브랜드501, 올리브인터내셔널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망 기업을 발굴해 보도하며 국내 최정상 뷰티 전문 매체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단순한 브랜드 소개를 넘어섭니다. 임상, 제조, 글로벌 유통 등 K뷰티 생태계를 떠받치는 다양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화려한 조명 뒤에서 묵묵히 활약하며 K뷰티의 글로벌 확장을 이끄는 알짜 기업을 찾아내겠습니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시각으로 차세대 유니콘 기업을 대거 발굴하는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쁘띠 성형’ 대명사였던 1세대 보톡스(보툴리눔 톡신)와 2세대 필러 시대를 지나, 피부 본연 환경을 개선하는 ‘스킨부스터(Skin Booster)’가 3세대 ‘게임 체인저’로 확실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조 단위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노리고 관련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는가 하면, 전통 제약사까지 앞다퉈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며 시장은 ‘빅뱅’ 직전이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군으로 진화하는 스킨부스터 시장을 들여다봤다.

국내 1위 스킨부스터 리쥬란. (파마리서치 제공)
스킨부스터가 뭐길래

덜 아프고 효과는 탁월

소비자는 왜 스킨부스터에 열광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기존 시술과 차이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 미용 시술이 ‘하드웨어 수리’였다면, 스킨부스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가깝다.

권한진 울트라브이 대표는 “보톡스가 근육을 일시 마비시켜 주름을 펴고 필러가 꺼진 부위에 외부 물질을 채워 넣어 물리적 조형을 만드는 것이라면, 스킨부스터는 피부 진피층에 유효 성분을 직접 주입해 세포외기질(ECM)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보톡스와 필러가 ‘메이크업’이나 ‘성형’이라면, 스킨부스터는 메마른 땅(피부)에 비료와 물을 줘 땅 자체를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 개량제’인 셈이다. 땅이 비옥해지면 작물(피부 세포)은 자연스럽게 잘 자란다. 인위적 조형보다는 자연스러운 피부결 개선, 속건조 해결, 자체 발광(Glow)을 원하는 ‘슬로 에이징(Slow-aging)’ 추세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이 해제돼 두꺼운 화장 대신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추구하는 ‘노파운데이션’ 유행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시술 시간이 10~20분 안팎으로 짧고, 회복 기간(다운타임)이 거의 없어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하다는 점도 시장 팽창을 부채질한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 증명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약 13억6000만달러(1조8000억원)였던 글로벌 스킨부스터 시장 규모는 연평균 13%씩 성장해 2030년 28억2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모펀드 본격 참전

VIG ‘리브사이언스’ 출범…시장 재편

시장 재편 신호탄은 자본 시장에서 먼저 터졌다. 올해 초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LG화학 에스테틱사업부, 보톡스 기업 에이티지씨(ATGC)에 이어 스킨부스터 ‘울트라콜’을 보유한 울트라브이를 인수하며 통합법인 ‘리브사이언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리브사이언스는 LG화학의 검증된 고순도 필러 기술력, ATGC의 톡신 파이프라인, 울트라브이의 차세대 스킨부스터 라인업을 결합해 단숨에 ‘메디컬 에스테틱 전체 라인업(Full-line up)’을 갖춘 공룡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필러로 모양을 잡고 톡신으로 주름을 펴며 스킨부스터로 피부결을 개선하는 ‘토털 솔루션’을 병·의원에 패키지로 공급하는 ‘규모의 경제’가 새 성공 방정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갈더마, 엘러간 등 글로벌 거대 제약사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주요 시장 참여자 어디?

리쥬란 선두…쥬베룩·울트라콜 추격

현재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승패를 가르는 건 단순한 마케팅 물량이 아닌 ‘소재 기술력’이다. 각 기업은 독자 기술로 제품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장단점에 따라 소비자가 ‘골라 맞는 시대’를 연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강자는 파마리서치다. 핵심 무기는 ‘연어 주사’로 통하는 ‘리쥬란’. 리쥬란 흥행 비결은 원료인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를 다루는 기술에 있다. 파마리서치는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DNA를 인체 고유 DNA와 가장 유사한 크기로 정제하고 최적화하는 독자 기술 ‘DOT(DNA Optimizing Technology)’를 보유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리쥬란이 각광받는 이유엔 오리지널 PN 제제로서 축적해온 기술과 안전성 데이터가 있다”며 “원료 선별부터 가공·제조까지 전 공정을 자체 기술 DOT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부작용 최소화와 효능 극대화 때문이다. DOT 기술로 정제된 PN 성분은 피부 속 진피층 치밀도를 높이고 손상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복원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시술 시 통증이 상당함에도 소비자가 리쥬란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대체 불가능한 피부 재생 효과 덕분이다.

기술적 진입장벽은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수익성으로 직결됐다. 최근 공시된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3929억원(전년 동기 대비 59.1% 증가), 영업이익 1625억원(75.9% 증가)을 기록했다. 리쥬란의 독보적인 제품력과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된 생산 구조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41.4%에 달한다.

파마리서치는 최근 ‘리쥬란 333 프로토콜’을 통해 브랜드 묶어두기(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의료기기(리쥬란)로 진피층을 치료하고, 시술용 화장품(리쥬란 시너지부스터)으로 표피층을 관리하며, 홈케어(리쥬란 코스메틱)로 일상 관리를 돕는 통합 솔루션이다. 미국 시장은 화장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쌓고, 향후 5년 내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파마리서치를 맹추격하는 회사로는 바임이 손꼽힌다. 주력 스킨부스터 ‘쥬베룩’ 하나로 바임은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쥬베룩은 생분해성 고분자(PDLLA)와 히알루론산(HA)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킨부스터다. 바임 기술 핵심은 입자를 둥글고 구멍이 뚫린 ‘다공성 망상 구조’로 가공했다는 점이다.

기존 입자형 필러는 피부 속에서 뭉치는 ‘결절’ 부작용이 고질적 문제였다. 바임 관계자는 “쥬베룩은 입자 내부를 그물망처럼 만들어 피부 조직이 사이사이로 잘 차오르게 유도해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며 “체내에서 자가 콜라겐 생성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인위적이지 않은 볼륨감을 원하는 MZ세대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기술력은 신드롬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바임은 2024년 매출 665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 기록적인 영업이익률(79.5%)을 구가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의사가 먼저 찾는 제품이 되면서 전 세계 72개국 수출길도 열었다.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울트라브이의 ‘울트라콜(UltraCol)’ 역시 강력한 도전자다. 현직 의사면서 국제미용항노화학회장을 맡고 있는 권한진 대표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용 녹는 실(PDO) 성분을 미세 구형 입자로 가공해 주사제로 만들었다. 이는 세계 최초 제품으로, 독보적인 기술을 인정받아 정부가 주는 ‘IR52 장영실상’을 받기도 했다.

울트라브이 기술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울트라콜 입자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표면이 매끄러운 ‘정구형(Perfect Sphere)’ 형태를 띤다. 울트라브이 관계자는 “불규칙한 입자는 주입 시 조직 손상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울트라콜은 완벽한 구형이라 부작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제품이 체내 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PDO 소재인 울트라콜은 체내에서 100% 가수분해돼 사라져 잔존물 우려가 없다는 점도 부각한다. 분해 과정에서 강력한 자가 콜라겐 생성을 자극하니 안전성과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이런 검증된 안전성은 보수적인 해외 의료진을 매료시켰다.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울트라브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3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해외 매출이 약 88억원으로 전체 65.3%를 차지한다. 주력 제품 울트라콜이 전체 매출 48%를 책임지며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침체에도 유럽, 중동, 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며 수출 주도형 알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후발 주자 휴메딕스는 소비자 진입 장벽인 ‘통증’에 주목했다. 주력 제품군인 ‘엘라비에 프리미어’와 함께, 최근 주사바늘 없이 미세 침(Micro-needle)으로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리들부스터’를 도입했다. 이는 시술 고통을 줄여 피부과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휴메딕스는 고순도 히알루론산 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물광, 탄력, 재생 등 기능별로 세분화된 스킨부스터 라인업을 갖춰 환자별 맞춤형 시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필러 명가답게 기존 필러 유통망에 스킨부스터를 얹어 파는 ‘번들링(Bundling)’ 전략도 병행한다.

엑소코바이오는 4세대 스킨부스터 ‘엑소좀(Exosome)’ 기술에서 선두 주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항암 치료제로만 연구되던 엑소좀을 세계 최초로 피부 재생 분야에 접목하면서다. 대표 제품 ‘ASCE+’는 줄기세포 배양액에서 0.1%인 핵심 성분 엑소좀만을 고순도로 분리·정제한 제품이다. 기술 관련해서만 53편의 학술 논문, 75개 특허를 보유했다. 엑소좀은 세포 간 신호 전달 물질로, 손상된 피부 세포에 직접 작용해 재생 스위치를 켜고 염증을 억제하는 근본적인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기술력에 매료된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엑소코바이오는 2024년 연결 매출 954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96%다.

쥬베룩(위), 울트라브이의 스킨부스터 ‘울트라콜(아래)’. (바임, 울트라브이 제공)
K스킨부스터 계속 성장?

해외 규제 파고 넘어야

스킨부스터 시장 전망은 밝지만 변수도 꽤 있다.

첫째 규제 리스크다. 그동안 스킨부스터 시장은 의료기기와 화장품 경계에서 성장해왔다. 특히 4세대 엑소좀 일부 제품은 화장품으로 허가받은 뒤 병원에서 주사제로 불법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규제 강화는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이지만, 기술력 없이 마케팅에 의존하던 중소형 업체에는 퇴출 선고나 다름없다.

더불어 이익률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바임(79.5%), 엑소코바이오(52.6%), 파마리서치(41.4%) 등 주요 기업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초기 시장 선점 효과와 독점적 기술력 덕분이었으나 LG화학, 휴젤, 메디톡스 등 거대 제약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마케팅 비용이 급증해 영업이익률은 하향 안정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비관세 장벽도 변수다. 내수 시장 포화로 해외 진출이 필수지만, 국가별 허가 장벽이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FDA)과 중국(NMPA)은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파마리서치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5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화장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부터 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거품 논란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핵심 기술 특허가 만료되거나 치명적인 부작용 이슈가 발생할 경우, 장밋빛 전망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이 시장은 규제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빅마켓을 뚫을 수 있는 ‘허가 역량’을 갖췄는지에 따라 기업 명운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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