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대 중 1대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뜻밖의 나라
리비아의 한국 차 사랑
- 인천항을 통한 중고차 수출대수 29만대
- 리비아, 칠레,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 총 136개국으로 수출
- 한국산 자동차가 50% 이상, 국산 자동차 부품 사업도 성행
국산 중고차가 세계에서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천항만공사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8월까지 인천항을 거친 중고차 수출대수가 29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46.1% 증가한 수출 실적인데요.
그 중 가장 큰 중고차 수출 대상국은 아프리카의 리비아입니다. 8만1791대의 중고차를 들여 8년 연속으로 1위 수입국에 등극했죠. 리비아에 수출되는 자동차는 어떤 종류인지, 왜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하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석유 매장량 9위지만 자동차 생산 능력 없는 국가
리비아는 인구 695만명,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93위의 아랍 국가입니다. 북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있죠. 대부분의 아랍 국가와 마찬가지로 리비아도 산유국인데요. 세계 9위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자체 자동차 생산 능력이 없어서, 해외 수입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소형차부터 화물차까지 수입하는 차종이 매우 다양합니다.
◇도로 위 자동차의 절반이 ‘메이드 인 코리아’
중고차 수출은 리비아의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직접 고르고 인천항을 통해 차량을 선적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출되는 중고차 대부분은 연식이 오래된 저가 중고차입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이후 카다피 독재 정권의 철수로 인한 행정 공백으로 중고차량 수입의 연식 제한도 사실상 사라졌었는데요. 그 결과 중고차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2019년부터는 승용차의 연식을 다시 10년 미만으로 제한했음에도 2014년부터 한국산 중고차 수입국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미 2013년부터 한국산 자동차가 리비아 총 자동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해왔습니다.
리비아로 수출되는 가장 대표적인 차종은 아반떼XD, NF소나타, 그랜저TG, SM3 등의 2000년대 이후 출시된 소형, 중형 세단입니다. 자가용으로 많이 쓰이죠.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른 수출 품목도 인기...짝퉁 자동차 부품까지?
리비아를 포함한 칠레,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 136개국으로 중고 자동차가 수출되고,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수요도 증가했는데요. 이 빈틈을 노린 일당도 나타났습니다. 관세청은 지난 5월 이른바 ‘짝퉁’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해외로 수출한 국내 업체를 검거했는데요. 무려 15만점의 가품을 리비아, 알제리, 칠레 등으로 정품가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다 붙잡혔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씁쓸한 단면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한국산 사랑’은 여전합니다. 리비아에서는 중고 자동차 이외에도 유독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데요. 전자제품을 비롯한 플라스틱 사출, 종이컵, 주사기 등의 제조 설비, 건설 중장비, 보안 제품, 타이어 등의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리비아 소비자에게 한국산은 우수한 제품으로 인식돼 거리에서도 한국 대기업의 상품 홍보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