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유행시킨 장본인이 만든 영화, 미치거나 안 미치거나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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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백룸> 스틸컷 |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백룸>은 2005년 생 케인 파슨스 감독의 작품이다. 케인 파슨스는 2022년 페이크 다큐멘터리 '백룸'을 만들어 이 괴담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영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독학으로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와 오픈소스 3D 소프트웨어 블렌더를 배워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의 독특한 연출법과 비주얼적 감각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누적 조회수는 7638만(5월 28일 기준)을 뛰어넘었다.
케인 파슨스는 제작사 A24와 17세 때 장편 영화 계약을 체결해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IP가 메인 스튜디오로 역진출한 특별한 사례다. 영화 <백룸>은 레거시 미디어의 전복과 영상 산업의 진화와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A24와 제임스 완의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 기묘한 이야기의 21 랩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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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백룸> 스틸컷 |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클락은 건축가를 꿈꾸었으나 가구점 사장이 된 인물이다. 사업은 실패했고 아내에게는 이혼을 통보 받아 인생 내리막에 서 있다. 클락은 우연히 가구점 지하에서 백룸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고 발을 들였는데, 무심한 공간에서 은근한 안정을 느낀 클락은 뒤틀린 해방감을 경험한다.
클락이 상담 받는 메리는 직업적(상담가)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극도의 편집증을 보이던 어머니 때문에 어릴 적 집 밖을 나가지 못한 상처가 있다. 과거 재개발로 집이 철거된 경험이 꿈 속에 나와 그를 매일 괴롭힌다. 남을 돕는 데는 열중했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메리는 연락이 끊긴 클락을 찾으러 백룸에 입성한다.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듯 보이나 실은 닮은 존재다. 각자의 방식으로 백룸에서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지켜보던 에이싱크(원작의 MIR)의 직원 필(마크 듀플라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발견했다는 확신으로 차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에이싱크가 이전 MIR 회사였다는 설정이 반가울 것이다. 이로써 백룸이 인간의 뇌라는 가정도 성립한다. 필은 백룸의 지도를 완성하려는 관찰자이자 잠재된 불안을 덮어두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무심한 현대인의 표상 같은 존재다.
백룸의 정체는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들은 백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은 방법을 알면서도 쉽게 답을 얻지 못해 헤매는 존재로 표현된다. 비루한 현실이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인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클락과 메리, 연구원 필에게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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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백룸> 스틸 |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공포 영화의 클리셰도 없이 영화 주인공들은 게임하듯 1인칭 시점으로 끝없이 걸으며 이리저리 헤집는 데만 시간을 할애한다. 카메라로 백룸을 촬영한다는 설정 때문에 관객은 저화질의 화면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의 긴장과 긴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관객을 서서히 미치게 만든다. 누군가는 지루하고 누군가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을 느낄 영화다.
영화에 전형적인 건 없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류 문명으로 아직 모두 밝혀내지 못한 우주, 바다, 뇌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백룸>은 관객에 따라 평이 극명히 나뉠 수 밖에 없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기이한 공간인 리미널 스페이스를 홀로 탐색하는 체험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인기척 없는 친숙한 공간에 나 혼자 갇힌 섬뜩함에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편, 영화는 27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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