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의 시시각각] 공소취소 특검, 그 비겁함

서울·대구·부산 여론조사(뉴스1·한국갤럽, 13일 발표)에서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50% 안팎으로, ‘적절하다’는 응답보다 17~32%포인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지역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월등히 앞섰으나 최근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말대로 ‘공소취소’에 대해 ‘시민들이 잘 모른다’면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올 리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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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대신 특검의 공소취소 추진
지방선거 불리해질까 일단 연기
국민은 권력의 비겁함 용납 안 해
」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로 처리를 ‘잠시’ 미룬 공소취소 특검법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특검에 주는 것과 그 특검을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문명국가의 법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헌정사에 없던 일이다.

여권이 조작기소 의혹을 주장하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는 일찌감치 X(옛 트위터)에 이렇게 호소했다. “특검 수사를 얼마든지 받겠다. 그러나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는 절대로 허용해선 안 된다.” 그러면서 “저를 수사한 결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공소취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재명 정부의 법무 검찰에 절차를 거쳐 공소를 취소하게 하라”고 했다. 어떤가. 논리가 과하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도, 민주당도,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조작기소가 맞다면 공소취소 추진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고, 국민 지지를 받는 것도 하등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 길을 택하지 않는 건 조작기소를 입증할 자신이 없거나 혹은 공소취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몸을 빼고 임시기구인 특검에 맡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 바로 이런 게 비겁한 거다. 정 장관은 이미 전례가 있다. 검찰에 대한 명시적 지휘를 하지 않고도 대장동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를 관철해냈다.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를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도 비겁하기 짝이 없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던 공소취소 특검법을 민주당이 발의한 뒤 보수층 결집 분위기가 감지되자 연기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 그 누구도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는 안 한다는 거다. 선거 이후 판단하겠다고 할 뿐이다. 정말로 옳은 일이라면 지방선거 공약으로 걸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게 맞지 않나.
지방선거 후보들은 아예 대답을 회피한다. 민주당의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부산 시민들이 먹고사는 데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입법부에서 하는 일을 행정부에서 얘기하는 순간 정쟁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서울 시민, 부산 시민은 먹고사는 데만 관심 있고, 삼권분립과 법치 훼손에 아무 생각이 없을까. 게다가 여권이 선거 승리를 특검법 강행의 허가로 간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합리적 추론 아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수층 민심을 잃은 데는 그의 비겁함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재판 중 불법 계엄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냈다. 그는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은 것을 계엄 사유로 꼽았으나 정작 그런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권력이 이득은 취하고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을 때 하는 일이 법을 왜곡하고 사법시스템을 유린하는 것이다. 바로 권력의 비겁함이다. 국민들이 비록 어려운 법률 용어는 잘 모른다 해도 권력이 비겁한지, 정정당당한지는 똑똑히 안다. 그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다.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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