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용 편집장
포르쉐는 다시 한번 '운전의 즐거움'을 기록으로 증명했다. 수동변속기를 고수하는 운전자들의 자존심을 걸고, 2025년형 911 GT3가 뉘르부르크링-노르트슐라이페에서 수동변속기 양산차 부문 최고 랩타임을 경신했다. 랩타임은 무려 6분 56.294초. 이는 경쟁 브랜드의 고출력 모델보다 9.5초 이상 빠르며, 심지어 992.1 GT3의 PDK 모델보다도 3.633초 더 빠른 수치다.
놀라운 건 파워트레인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여전히 502마력을 내는 4.0리터 자연흡기 박서 엔진, 여기에 수동 6단 변속기를 그대로 조합했다. 그러나 섀시 전반에 걸친 개선, 기어비 최적화, 그리고 바이작 패키지(Weissach Package)의 공력적 이점이 어우러지면서 그 어떤 자동변속기 모델도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주행은 포르쉐 브랜드 홍보대사이자 레이싱 드라이버인 요르크 베르그마이스터(Joerg Bergmeister)가 맡았다. 그는 햇살이 내리쬐는 늦은 오후, 트랙 온도 27도, 기온 약 12도라는 이상적인 조건 아래에서 911 GT3의 진면목을 끌어냈다. 타이어는 전용 인증을 받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R, 전륜 255/35 ZR20, 후륜 315/30 ZR21 사이즈가 장착됐다.
흥미로운 건 포르쉐가 기존의 짧은 20.6km 레이아웃이 아닌, 완전한 노르트슐라이페 풀코스(20.832km)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랩타임 자랑이 아닌, 진정한 기록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의도다. 참고로 경쟁사는 짧은 코스에서 7분 1.3초를 기록했고, 이는 풀코스로 환산 시 약 7분 5.8초다. 이번 GT3 수동 모델은 이보다 약 9.5초나 앞섰다.
포르쉐 GT 부문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프로이닝어(Andreas Preuninger)는 "우리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을 주고 싶었다. 많은 GT3 오너가 '수동으로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면 얼마나 빠를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고, 이제 우리는 그 질문에 공식적으로 답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PDK가 이론적으로는 더 빠르지만, 이번 랩에서는 기계식 LSD와 클러치 조작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나 빠르고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랩을 마친 요르크 베르그마이스터 역시 "이전 세대보다 거의 모든 코너에서 빨랐다. GT3 RS에서 얻은 섀시 기술이 안정감을 한층 끌어올렸고, 특히 범프나 커브를 지날 때의 자세가 훨씬 안정적이다. 기어비는 이전보다 8% 더 짧아져 가속 시 후륜에 더 많은 토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동변속기 덕에 운전 자체가 훨씬 몰입감 있고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번 기록은 단순한 수치 경쟁을 넘어,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드라이버들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포르쉐는 성능과 감성,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끌어내며 또 한 번 브랜드의 철학을 선명하게 증명했다.
이 차량은 단순히 빠른 수동 스포츠카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지켜낸 기계적 예술품이라 할 만하다.
2025 포르쉐 911 GT3 Weissach Package 주요 제원
엔진형식: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배기량: 3,996cc 최고출력: 502마력 최대토크: 47.9kg·m 변속기: 6단 수동 0→시속 100km 가속: 3.9초 (수동 기준) 최고속도: 시속 320km 구동방식: 후륜구동(RWD) 랩타임: 6분 56.294초 (뉘르부르크링 Nordschleife 20.832km) 타이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R (F: 255/35 ZR20, R: 315/30 ZR21) 옵션 패키지: Weissach Package (탄소 섀시 부품, 경량 루프, 스포일러 강화 등 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