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 사들이는 든든전세주택, 다주택 임대인은 ‘역차별’ 지적
잔여채무 상환 연기해주고 재매수 기회도 제공하지만…다주택자 제외
“주택 수 적으면 선량한 임대인?…그동안 운영 행태 고려한 기준 마련돼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연말까지 든든전세주택Ⅱ 매입에 나서면서 임대인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임대인들에게도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서인데, 대상 임대인이 전세보증 가입 주택 2가구 이하인 경우로 제한돼 있어 해당 요건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일 HUG에 따르면 든든전세주택Ⅱ 유형을 신설해 올해 2000가구, 내년 4000가구 총 6000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당초 HUG는 전세반환보증을 통해 대위변제가 이뤄진 연립·다세대·오피스텔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매입 후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공급했으나, 신설된 유형을 통해 경매 단계로 넘어가기 전 기존 집주인과 HUG가 대위변제액 이하로 주택을 협의매수하기로 했다.
협의매수가 이뤄질 경우 HUG는 주택 매입과 채권 회수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대위변제금에서 HUG의 매입가를 제외한 잔여채무를 상환하면 된다. 특히 잔여채무 상환 시점은 6년 뒤로, 이 시기에 HUG는 기존 임대인에게 주택을 재매수할 수 있는 권리까지 부여한다.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 위축으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임대인이 소유 중인 전세보증 가입 수가 2가구 이하인 경우가 든든전세주택Ⅱ 매입 시 단서로 붙는다. 3가구 이상의 다주택자인 임대인의 경우에는 대부분 경매 낙찰을 통한 든든전세주택Ⅰ 유형으로만 매입이 이뤄지며, 재매수 기회는 없다.
HUG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임대인들에게 일종의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유형이 도입된 것”이라며 “3가구 이상인 임대인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보니 이러한 기준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보증 가입 주택이 3가구 이상인 다주택자는 보증사고 발생 시 대부분 경매를 통해 회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전세보증반환보증 가입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갚지 않은 사람이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에서 악성 임대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임대인들은 단순히 주택 수로 선량한 임차인을 구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보유 주택 수가 많을수록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 발생 시 연쇄적인 보증금 미반환 고리를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장은 “주택임대사업자들은 과거 국가에서 권장해서 비아파트 전세를 공급했던 것이다. 정부가 하기 어려운 역할을 임대사업자들이 한 셈인데 지금은 투기 세력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보유 주택 수 2가구 이하인 임대인들만 구제해주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역전세난 발생 시 1~2가구 임대인보다 3가구 이상의 임대인의 리스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주택 수로 선량한 임대인을 규정할 수 없다”며 “아파트 전셋값 급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든든전세주택Ⅱ 매입 기준을 완화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 활성화 등 기축 비아파트 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사학과 교수는 “재매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임대인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이를 보유 주택 수로만 판단하는 것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HUG의 업무 편의를 위한 최악의 지표”라며 “주택 수가 적다고 해서 성실한 사업자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임대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반영하는 지표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그동안 전세가율이 얼마나 높았는지, 임대인이 HUG에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역전세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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