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력으로 널리 인정받는 배우, 이정은. 하지만 그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뛰어난 연기력만이 아닙니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진심, 그것이 지금의 이정은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정은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는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후, 오랜 시간 무명 시절을 견디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연극 활동 중 한 차례 큰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공연을 맡았던 연출가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며 공연을 책임지게 된 이정은은, 급하게 제작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때 신하균, 지진희, 우현 등 함께했던 동료 배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흔쾌히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정은은 그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빌린 사람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해요.
혹시라도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과 지인들이 그분들에게 꼭 은혜를 갚아주길 바랐다고 하니 그 마음이 참 따뜻하고 깊지요.

이정은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마트에서 간장을 팔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1년에 20만 원 벌던 시절이 있었어요. 연기를 가르치거나, 간장과 녹즙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죠. 아르바이트와 연기를 병행한 생활은 마흔 살까지 계속됐어요.”
그녀는 “돈을 갚는 게 당시 인생의 목표였다”고 고백하며, 빚을 다 갚고 난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절박하고도 치열했던 그 시간이, 지금의 단단한 배우를 만든 것이겠죠.
이러한 경험은 훗날 드라마 '송곳'에서의 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을 연기의 자양분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 그것이 이정은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던 2008년 뮤지컬 '빨래'에서 보여준 이정은의 인상적인 연기를 본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의 옥자 목소리 연기를 제안했습니다.
단순한 동물 소리 흉내가 아닌, 하루 종일 돼지 다큐멘터리를 보며 감정까지 연구한 이정은의 연기는 봉준호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목소리만으로는 아쉽다며 영화 속에 얼굴도 등장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녀의 존재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후 그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고씨 가문의 가노인 ‘함안댁’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등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다시 만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는 문광 역을 맡아,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합니다.

이정은은 결코 화려한 길만 걸어온 배우가 아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낸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함께 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연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고마움 역시 그는 잊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정은의 연기와 삶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으로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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