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대 연착" "사고 날 판"…퇴근대란, 열차에 몸 구겨넣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를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의 양대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조·통합노조) 총파업 영향이 30일 오후 퇴근 시간대 본격화됐다. 이날 오후 6시 역삼역과 홍대입구역, 용산역 등 서울의 여러 지하철역에선 탑승구부터 플랫폼까지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는 상황이 빚어졌다.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에선 “왜 안 오고 있나” “(열차) 지연됐냐”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왔고, 역 내부는 평소보다 더 붐볐다. 겨우 열차가 도착하면 시민들은 앞 다퉈 억지로 서로의 몸을 열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날 오후 1·2호선 시청역에선 “열차가 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고 있어 죄송하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시청역에서 수원 광교신도시 자택으로 귀가하려던 직장인 강모(49)씨는 “사람들이 이렇게 몰릴 줄은 정말 몰랐다”며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 20대 연인은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 “지하철이 지연돼 (예약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늦을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용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경기 부천 거주 이상봉(55)씨는 “(공사) 노조도 주장하는 바가 있으니 파업을 하겠지만, 국민을 볼모로 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호선을 타고 귀가하던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역삼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리지도 못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역삼역의 경우 지하 1층 대합실을 지나 지하 2층 개찰구로 들어가는 구조인데, 개찰구 초입 부분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다. 경찰과 소방 인력 약 20여명은 “열차가 지연돼 사람이 밀려 개찰구를 막고 통제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협조 부탁드린다”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20대 직장인 경모씨는 “이런 경우 처음 본다”며 “너무 밀릴 것 같아서 버스를 타려고 한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퇴근길 혼잡 상황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교통) 카드도 못 찍을 정도로 역에 사람이 밀려있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강남역 개찰구에서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다”고 글을 올렸다. “지하철이 10분에 하나씩 온다” “벌써 4대 정도 연착됐다” 등 서울 곳곳에서 열차 지연 상황을 전하는 SNS 글이 계속 올라왔다.
공사 관계자는 “오후 6시쯤부터 인파가 몰렸지만,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경찰·구청·소방 등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큰 문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시민들도 안내에 잘 따라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날 ‘퇴근 대란’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상황이다. 서울시는 30일 노조 파업에 따른 비상수송대책으로 공사 퇴직자 및 협력업체 직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혼잡도가 높은 오전 7~9시 출근시간대는 평소 수준으로 운행 가능토록 했다. 다만 비교적 지하철 이용객이 적은 낮 시간대나 퇴근 시간대(오후 6~8시) 운행률이 평소보다 각각 72.7%, 85.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 이날 출근 시간대엔 일부 호선에서 열차가 지연 도착하곤 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퇴근 시간대엔 열차 운행률이 평소보다 떨어진 데다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신도림역 등으로 시민들이 몰리면서 옴짝달싹하기 힘든 혼잡 상황이 발생했다. 구로구청의 경우 이날 오후 6시 57분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열차 지연으로 구로, 신도림역 등 인파가 몰리고 있어 매우 혼잡하다”며 “교통정보 확인 및 안전에 주의해주시기 바란다”고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한편 공사와 노조는 이날 오후 7시 본사에서 다시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오는 2026년까지 직원 1539명을 감축하겠단 사측 계획에 반발하고 있고, 전날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파업에 나섰다.
나운채·채혜선·최서인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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