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CDS'의 마법…프리미엄 줄게, 부도위험 가져
수수료 내고 부도위험 떨쳐내 '안전' 강화
새로운 수익원 발굴한 금융사도 CDS 선호
투기 목적의 CDS로 세계금융위기 오기도
편집자주 -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국내 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 평균이 지난해 말보다 3배 높아진 75bp로 집계됐습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발표로 한국의 CDS프리미엄이 축소됐습니다.” 최근 신문에서 CDS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중 하나인 CDS는 국가와 기업의 신용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CDS는 무엇이고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요?
CDS는 ‘Credit Default Swap’의 약어입니다. 한국말로 신용부도스와프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신용(Credit)’과 부도(Default)를 바꾼다(Swap)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A씨에게 1억원을 빌려줬다고 가정해봅시다. A가 1억원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 혹시 부도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겠죠. 그래서 B은행에 찾아가 제안을 합니다. ‘A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B은행이 대신 갚아 달라. 대신 매달 10만원을 수수료로 내겠다’고요. A씨는 부도 걱정을 덜게 됐고요, 은행은 매달 10만원이라는 수수료 이익이 생겼죠.
1990년대 JP모건이 개발한 'CDS'
이 CDS는 1990년대 미국의 대형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처음 개발했습니다. JP모건은 1994년 석유회사 엑슨모빌에 큰돈을 빌려줬습니다. 엑슨모빌은 당시 알래스카 기름유출 사고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죠. 엑슨모빌이 부도가 나면 JP모건은 꼼짝없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JP모건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CDS라는 계약을 만듭니다. 엑손모빌이 부도가 나면 EBRD가 대신 돈을 갚아준다는 계약이었죠. 그 대가로 JP모건은 EBRD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요.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여러분이나, 엑슨모빌에 대출을 내준 JP모건이나 모두 수수료를 내고 안전성을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CDS 계약 시 수수료를 내는 사람들을 ‘보호매입자’라고 합니다. 혹은 부도 위험을 타인(은행)에 팔아넘겼다고 해서 ‘위험매도자’라고 합니다. 반대로 수수료를 받는 대신 부도위험을 떠맡게 된 은행을 보호매도자(위험매입자)라고 합니다. 안전함을 버리고 위험을 대신 책임져준다는 뜻이죠.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수수료는 ‘CDS프리미엄’이라고 하고요,
보호매도자(위험매입자)는 보통 은행과 같은 금융사가 맡습니다. 돈이 많고, 신용이 높고, 안전하니까요. 다만 은행도 CDS프리미엄을 아무렇게나 받는 건 아닙니다. 만약 부실한 기업이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대출이라면 CDS프리미엄은 어떻게 될까요? 실제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CDS프리미엄도 높게 책정됩니다. 반대로 튼튼하고 우량한 기업의 대출이라면 CDS 계약 시 프리미엄이 낮을 것이고요. 그래서 CDS프리미엄은 기업이나 국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프리미엄이 높으면 부실위험이 크고, 프리미엄이 낮으면 부실위험이 낮은 거죠.
보험처럼 개발된 CDS, 투자에 이용되다
2013년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셧다운(정부폐쇄) 위기에 봉착했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미국의 5년만기 CDS프리미엄은 36bp를 기록했었는데, 당시 기준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이 제대로 돈을 갚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관련 CDS프리미엄이 높아진 거죠. 최근 한국에서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로 국내 금융시장의 CDS가 크게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흔들렸다는 거죠. 하지만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밝히면서 치솟은 CDS프리미엄이 떨어졌고요.
여기까지 들으면 CDS는 아주 합리적인 경제상품으로 보입니다. 파생상품이지만 일종의 보증보험상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만약을 대비해 보험료(CDS프리미엄)를 내고 사고가 나면(기업부도) 보험금(대출원금)을 보장받는 것과 비슷한 구조니까요. 실제로 JP모건이 상품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CDS는 마치 보증보험처럼 이용됐습니다. 보유자산의 위험을 분산하려는 목적이 강했죠.
하지만 CDS와 보증은 딱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보증보험의 경우 계약자들은 반드시 실제 채권을 주고받습니다. 직접 대출을 해주고 보증을 서주면서 ‘돈 받을 권리’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CDS는 아닙니다. 채권을 주고받지 않아도 CDS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빌려준 적도 없지만,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은행과 CDS를 체결한다’는 뜻입니다. 특정 기업이 부실해질 것 같으면 은행에서 CDS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계속 냅니다. 기업의 파산에 배팅하는 거죠. 실제 부도가 나면 은행으로부터 약속해 둔 돈을 받고요.
CDS가 불러온 금융위기라는 비극
이런 CDS를 ‘네이키드(naked·적나라한) CDS’라고 합니다. 네이키드 CDS는 돈을 빌려주지 않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유동성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위험한 투기를 조장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CDS프리미엄이라는 적은 돈을 투자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금융상품이니까요. 게다가 네이키드 CDS가 커지면 시장이 왜곡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A기업과 관련된 네이키드 CDS가 늘어나면 사람들은 ‘A기업의 파산위험이 크겠구나’하고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투자자의 공포를 부르고 A기업의 주식과 채권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CDS가 세계경제를 무너뜨린 적도 있습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죠. 당시 미국 월가에 있는 금융기관들은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의 위험매입자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대신 갚아주기로 한 거였죠. 대신 은행들은 주담대를 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리미엄을 받고요. 당시 집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주담대 대출자들이 절대 망할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998년부터 2008까지 CDS는 무려 100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2008년 11월 CDS는 33~47조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두배를 넘을 지경이었죠. 그러다 주담대 대출자들이 대거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은행들은 마구잡이로 사들였던 CDS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요. 이는 전 세계에서 CDS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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