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찾아 3시간, 손엔 할인권만...국내유일 고래관광선 목격 0건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5시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선착장. 곡선형의 흰 선체에 물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 그림이 그려진 '고래바다여행선'이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마다 손에는 명함 크기의 종이가 있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있는 고래박물관 등 일부 시설을 무료로 입장하거나 입장료를 40% 할인해주는 할인권이다. 바다에 나갔지만 고래를 만나지 못했을 때 준다. 배에서 아빠의 손을 잡고 내린 한 아이는 "아빠 고래 왜 안 나왔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70대 한 승객은 "할인표 이걸 어디다 쓰냐"라며 퉁명스레 일행에게 말했다.
울산 고래 관광을 대표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이 이제 '고래를 보기 어려운 배'가 됐다. 2013년 취항한 고래바다여행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나가 야생 고래를 직접 관찰하는 관경선이다. 길이 42.38m, 너비 10m, 550t급 규모로 한 번에 365명을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래 발견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용객 감소와 적자 운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울산 남구의회 박인서 의원이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운영 결산 및 2026년 운영관리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고래바다여행선의 수입은 3억5000여만원, 지출은 8억여원으로 4억40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선박유 비용만 9700여만원으로 전체 지출의 12.2%를 차지했다. 최근 고유가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운영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용객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총 134회 운항해 2만4650명이 탑승했다. 회당 평균 승객은 184명으로 승선 정원(365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박 의원은 "관광효율이나 만족도 측면에서 고래바다여행선 운영을 재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고래 발견율 하락이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73차례 고래 탐사에 나섰지만 실제 고래를 목격한 것은 3차례뿐이었다. 마지막 목격은 지난해 8월이다. 지난 3월 28일 올해 첫 운항 이후 현재까지 고래 발견은 0건이다.
고래 발견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2019년 20.3%였던 발견율은 2020년 13.0%, 2021년 14.6%, 2022년 7.1%, 2023년 5.2%로 떨어졌다. 2024년 10.5%로 다소 회복했지만 지난해 다시 4%대로 추락했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장 큰 원인은 항로 변경이다. 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울산 북구 정자항 인근 해역은 과거 주요 탐사 구간이었다. 그러나 정식 항로가 아니고, 안전상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19년쯤 해양 당국이 지정 항로 이용을 요구했다. 이에 동쪽 해상으로 항로가 바뀌었다. 운항 시간이 3시간으로 제한된 점도 문제다. 여기에 수온 변화와 먹이 감소까지 겹치면서 고래의 이동 경로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래의 주요 먹이인 오징어·청어·멸치가 줄면 고래 떼도 다른 해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관계자는 "고래 출몰이 잦은 해역까지 갈 수 있도록 항로 조정을 요청했지만, 현행 선박입출항법상 지정 항로를 따라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단은 고래 출현이 집중되는 6~8월 탐사 횟수를 하루 두 차례로 늘려 발견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불꽃놀이 관람과 EDM 파티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고래를 보는 배'에서 '바다를 즐기는 배'로 활용 범위를 넓혀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래 출현이 많은 시기에 탐사를 강화하는 등 고래바다여행선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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