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거미 소년, 어른이 되다…‘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네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2016년 ‘어벤져스: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표 스파이더맨은 10년간 3편의 단독 시리즈를 거치며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여전히 그는 ‘친절한 이웃’이지만 그사이 꽤 많은 것이 달라졌다. 29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명랑 소년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거듭난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내외면적 성장을 다룬다.
전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 피터는 자신을 찾으러 다른 우주에서 넘어오는 악당들을 막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잊게 하는 마법을 부탁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외톨이가 되는 희생적 선택을 한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MJ(젠데이아 콜먼)도, 가장 친한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도 이제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명제대로 그는 지독한 고독을 히어로의 숙명으로 여기며 감당해 낸다.

세상과 철저히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인간 피터와 영웅 스파이더맨의 역할 사이에서 그는 매번 갈등한다. MJ와 네드가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로 몰래 지켜보며 그리워한다. 마음이 힘들수록 ‘일’에 매진한다.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고 범죄자를 소탕한다.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도 내면은 늘 공허하다. 새 남자친구와 다정히 입맞추는 MJ를 목격하고서는 끝내 무너져 내린다.
이에 더해 피터는 갑작스러운 DNA 변이까지 겪는다. 거미 호르몬이 급격히 상승해 자기 힘을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다. 피터의 내적 변화와 정체성 혼란에 집중하는 서사 구조는 인물을 풍성하게 만드는 반면 액션 블록버스터 특유의 경쾌한 재미는 반감시킨다. 진중하고도 비장한 전개가 이따금 반복되면서 2시간2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극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끌어올려 주는 악당의 등장을 되레 반기게 되는 이유다.

명불허전의 거미줄 액션만으로 이 영화를 택할 가치는 충분하다. 국내 누적 관객 2282만명에 달하는 이 시리즈의 인기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 도심 빌딩 숲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웹 스윙’ 액션 시퀀스가 아찔한 쾌감을 자아낸다. 일인칭 시점을 오가는 앵글이 스파이더맨과 함께 공중을 나는 듯한 체험적 즐거움도 선사한다.
‘엑스맨’ 시리즈의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가 메인 빌런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가운데 다크 히어로 퍼니셔(존 번탈)가 피터의 새로운 조력자로 나선다. 헐크(마크 러팔로), 블랙 위도우(플로렌스 퓨)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캐릭터들의 등장은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기대케 한다. 한결 성숙해진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 일원으로서 펼칠 활약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말미에 등장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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