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시도 파문… 공화당 키우고 VS 백악관 막고

임성수 2024. 9. 1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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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라우스, 이란 향해 “트럼프 암살할 자유 있어” 책도 펴내
미국 FBI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벌어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 비치의 골프장에서 17일(현지시간)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암살 시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연일 조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선거 쟁점으로 키우는 반면, 백악관은 폭력을 조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수사 당국은 암살 시도 용의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다시 부실 경호 논란이 제기됐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때문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조장한 적 없다”며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항상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자신의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조작되고 당파적인 ABC방송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동지가 한 거짓말과 수사”를 지목하며 “우리나라 정치를 새로운 차원의 증오와 학대, 불신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비판이 이번 총격 암살 시도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첫 번째 암살 시도를 당한 이후에는 단결을 촉구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응징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으로 다친 직후에는 미국의 단결을 촉구하며 비교적 절제된 메시지를 낸 바 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의원도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것을 문제로 삼으면서 비판했다. 밴스는 “지난 몇 달 동안 카멀라 해리스를 죽이려고 시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죽이려고 시도한 사람은 두 사람”이라며 “좌파들이 레토릭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를 향한 민주당의 비난이 총격 사건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위로했다. 사진을 두 사람 얼굴을 편집한 것. 연합뉴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해리스도 이날 오후 트럼프와 통화했다고 밝히며 파문 차단에 나서고 있다.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무사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직접 말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초박빙 상황인 대선 경쟁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뉴스위크는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맞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일부 미국인들의 표를 얻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미국정치센터 국장인 토머스 기프트는 “트럼프에 대한 여러 번의 암살 시도가 그를 더욱 동정적인 인물로 만들고 있다”며 “버틀러에서 트럼프가 목숨을 잃을 뻔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다시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스이스턴대학교 정치학 교수 코스타스 파나고풀로스는 “두 번째 암살 시도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무당파와 부동층 유권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의자 라우스, 트럼프 골프장에 12시간 머물러…경호 실패 논란

연방 수사관들은 이날 트럼프 암살 시도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가 2018년 이후 거주해온 하와이 자택을 수색했다.

조사 결과 라우스는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약 12시간가량 트럼프의 골프장 주변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소지한 총기는 SKS소총 계열로 나타났다. 비밀경호국(SS)이 다시 트럼프의 경호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SS는 용의자가 트럼프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총을 쏘지 못했으며, 현장에서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중범죄자인 용의자가 어떻게 트럼프의 골프 일정을 알게 됐고, 한 홀 떨어진 곳에서 반자동 소총을 조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남아있다”며 “SS가 임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이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 지난 2022년 4월 27일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서 촬영된 모습. 연합뉴스


라우스가 과거 이란을 향해 트럼프 암살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도 직접 출판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라우스는 지난해 자비로 펴낸 ‘우크라이나의 이길 수 없는 전쟁'(Ukraine’s Unwinnable War)’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트럼프에 대해 ‘바보’ ‘멍청이’ 등으로 지칭했다. 또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에 대한 공격을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비민주적인 무리들이 저지른 재앙”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라우스는 책에서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의 핵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 이란에 사과한 다음 ‘당신은 트럼프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고 적기도 했다. 291페이지에 달하는 라우스의 책 대부분은 다양한 분쟁에서 벌어진 군인과 민간인의 폭력적인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라우스는 2002년 대량 살상 무기 소지로 중범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또 도난 차량 소지와 교통 법규 위반 등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라우스는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특정한 직업 없이 한 달에 3000달러 정도를 벌고 있다고 밝혔다. 또 25세 아들을 부양가족으로 두고 있고, 가끔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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