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웨딩 수요 늘어나자…하이앤드 주얼리 입점 늘리는 백화점 업계
#다음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33) 씨는 최근 예식장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 특급호텔 예식장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김씨와 예비 신랑의 소득으로는 부담 되는 가격이 분명했지만 코로나19 기간 하객으로 참석하며 지켜본 지인들의 '소규모 럭셔리 웨딩'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인스타그래머블'한 호화로운 꽃장식도 욕심이 났다. 결국 장식 비용으로만 3000만원을 추가 지불한 김씨는 "결혼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초과됐지만, 평생에 한번 뿐이라 생각하면 아깝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신랑인 양모(37) 씨는 최근 웨딩 반지를 구매하려다가 당황했다. 한가하게 쇼핑하기 위해 일부러 평일 이른 시간에 백화점을 방문했는데도 오픈 시간 1시간 전부터 하이엔드 주얼리 매장 앞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또래 남성들 사이에서 프로포즈용, 결혼반지용으로 인기가 있는 브랜드였다. 양씨는 40분을 더 기다려 매장에 입성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고심 끝에 고른 상품을 구매해도 수령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양씨는 "웨딩 반지 하나 구매하는 것이 테슬라 자동차 사는 것만큼 어려울 줄 몰랐다"며 낙담했다.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럭셔리 웨딩'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경기 불황에도 특급호텔 예식장이 붐비고 있다. 쏟아지는 럭셔리 웨딩의 '격'을 맞추기 위한 하이엔드 주얼리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최소 3억원 고가 웨딩도 인기…호텔 업체들 실적 개선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 업계는 초호화 웨딩 상품 판매 증가가 전반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서울 시내 특급호텔 예식장 예약이 거의 마감됐을 정도”라면서 “제한된 하객만 입장할 수 있었던 코로나19 기간 규모는 작지만, 결혼식에 정성을 쏟는 럭셔리한 웨딩 문화가 번졌고, 이를 SNS 등에 과시하는 문화도 고착화되면서 꼭 특급호텔 웨딩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꽃장식 등을 신경 쓰는 예비 부부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얀트리 클럽&스파는 결혼 성수기를 맞아 이달 일주일간 일시적으로 진행한 초고가 웨딩 상품의 예약 판매가 완판됐다고 밝혔다. 최소 3억원부터 시작하는 이 초호화 웨딩은 내년 5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
고가 웨딩 수요 증가는 호텔 업체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올해 1분기 58.5% 증가한 매출 973억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215억원을 기록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MICE(기업 컨벤션·전시)와 웨딩이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또한 31.6% 증가한 매출 119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영향으로 실적이 축소됐지만, 호텔 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만큼은 개선됐다.
예물로 번지는 럭셔리 문화…매장 여는 백화점
럭셔리 웨딩 문화가 번지자 백화점 업계는 하이엔드 주얼리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일 판교점에 웨딩 밴드로 알려진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GRAFF)’를 오픈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그라프의 다이아몬드 제품을 비롯한 시그니처 주얼리 컬렉션, 브라이덜 주얼리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첫 웨딩페어를 진행하는 한편, 오는 25일까지 럭셔리워치&주얼리 페어를 연다. '쇼메'의 블루사파이어 조세핀 반지 등 국내에서 단독으로 공개하는 신제품 및 한정판 상품을 위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은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예물에 눈을 돌렸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이아몬드 나석(원석)을 직접 매입, 판매하는 ‘신세계 다이아몬드 갤러리’를 지난 4일 오픈했다. 이 매장에서는 결혼용 반지로 수요가 높은 0.5캐럿, 1캐럿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해당 매장에서 원석을 구매한 뒤 보관하거나 별도로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을 통해 주얼리를 제작할 수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추가로 선보인 '그라프', '쇼메'는 모두 호화 예물로 알려져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다. 신세계백화점의 주얼리 커스터마이징으로 연계가 되는데, 다이아몬드를 구매해 청담 웨딩숍 등 디자이너 숍에서 핸드메이드 반지를 제작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예물 반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맞춤제작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강남점을 시작으로 주얼리 고객이 많은 점포에 추가로 연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