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주렁주렁 달린 줄, 통계조차 없는 8살 해환이의 난치병
<국회에 온 '당신의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이자 해법을 찾는 공간인 국회에서 생략되고 지워져 온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국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국회 출입기자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복건우,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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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아 김해환군 어머니 허문영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목 아래 관을 삽입한 해환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해환군은 27주 미숙아로 태어나 괴사성 장염 세 번 수술로 장 80센티미터 정도를 잘라내 10센티미터만 남아있는 상태다. 단장으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어 이 관을 통해 하루에 한 번씩 TPN(중심정맥 영양주사) 수액을 맞아야 한다. |
| ⓒ 남소연 |
국회를 찾아온 어머니가 집에서 인화해 온 아들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8살 남자아이였다. 오른쪽 가슴에 얇고 가느다란 관을 꽂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 로봇 장난감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아이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슴에 삽입한 관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밝은 표정들을 보며 어머니는 아들의 삶과 직결된 의료 용어들을 덤덤하게 설명했다.
"오른쪽 가슴에 심어놓은 카테터(의료용 관)를 항상 달고 다녀야 해요. 평상시엔 몸에 찬 주머니에 카테터를 넣어 다니고, 물에 들어갈 땐 테가덤(의료용 방수밴드)으로 가슴을 덕지덕지 가려놔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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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아 김해환군 어머니 허문영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단장증후군 환우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
| ⓒ 남소연 |
화장실에 갈 때,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잠자리에 들 때 해환이가 반드시 차고 연결해야 하는 카테터와 TPN 줄엔 365일 아들을 돌봐야 하는 허씨의 이야기도 연결돼 있었다. 해환이가 태어나기 전만 해도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단장증후군 환자의 일상은 허씨에겐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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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아 김해환군 어머니 허문영씨가 1일 서울 은평구에서 하교하는 해환군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
| ⓒ 남소연 |
2018년 7월 8일, 해환이는 '해'처럼 '환'하라는 부모의 소망을 품고 세상에 태어났다.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 절반에도 못미치는 1.3kg이었으나 다른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한 달 뒤 니큐(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해환이는 '괴사성 장염'을 판정받았다.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떨어졌고 패혈증이 온몸에 퍼졌다. 허씨는 '소장이 100% 괴사했다', '테이블데스(수술 중 사망) 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해환이가 달고 있던 약들을 떼어내자, 혈압은 기적처럼 돌아왔다. 십이지장을 포함한 소장 10㎝만 남기고 괴사한 부위들을 잘라냈다. 짧아진 장으로 영양 흡수가 어려운 단장증후군과 만성장부전에 더해, 패혈증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뇌병변장애도 갖게 됐다. 해환이는 그때부터 매일 24시간 병원에서 TPN을 맞다가, 지금은 하루 11시간씩(오후 8시~오전 7시) 집에서 TPN을 맞는다.
해환이가 다시 살아날 상황을 "상상도 못했다"고 허씨는 떠올렸다.
"어쨌든 살아는 있으니까, 매일 정맥 주사라도 맞으면 되니까, 그 생각뿐이었어요. 모든 게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어요. 단장증후군도 처음 들어봤고, TPN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장염이 그렇게 무서운 병인지도 몰랐어요."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았다.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심지어 모르는" 단장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 허씨는 온라인 카페를 뒤지고 TPN 환자들을 수소문해 정보를 모았다. 2024년 7월엔 단장증후군환우회(현 만성장부전·단장증후군환우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몇 안 되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해환이와 가족의 일상을 전하며 단장증후군 환자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365일 달려 있는 TPN 줄은 해환이 몸의 일부예요. 일정 기간 지났다고 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해환이는 TPN을 맞아야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어요. 치료가 아니라 사실상 연명인 거예요. 소장 이식은 너무 위험 부담이 크고, 신약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TPN은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남겼다. 해환이가 5살 때 허씨는 집에서 40분 거리의 펜션으로 1박2일 가족 여행을 갔다. 단장증후군을 진단받고 단 하루도 정맥 주사를 빼놓지 않던 해환이는 그날 처음으로 TPN을 맞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혈당이 70~80에서 30까지 떨어진 해환이는 급히 집으로 돌아와 수액을 투여받았다. 허씨는 "이제 당일치기가 아니면 여행은 절대 멀리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해환이처럼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게 단장증후군 환자의 현실이다. 환우회에 따르면 국내 단장증후군 환자는 200명 정도의 추정치만 존재한다. <오마이뉴스>가 서미화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만성장부전·단장증후군과 관련해 집에서 TPN을 맞는 환자 수는 40명으로 집계된다(올해 1~8월 기준).
아들 위해 국회 찾은 엄마의 바람
"택띠(택시)~ 택띠~"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한 특수학교 앞에서 해환이가 허씨와 함께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며 말했다(자폐성 장애가 있는 해환이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수업을 마치고 제 몸만 한 책가방을 멘 해환이는 택시를 타고 7분쯤 뒤 집 앞에 내리자마자 "기분이가 너무 좋다!"며 허씨의 손을 잡고 집으로 총총 들어갔다.
"내가 방에 불 켤게요! 아차차, 손을 안 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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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아 김해환군은 하루에 한 번씩 TPN(중심정맥 영양주사) 수액을 맞아야 한다. 해환군 어머니 허문영씨가 TPN 수액을 놓아줄 때 필요한 용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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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장증후군 환아 김해환군(8세)이 하교 후 집에 돌아와 로봇 조립 삼매경에 빠져 있다. |
| ⓒ 남소연 |
"항상 그런 고민을 해요. 내가 아프면 해환이 약은 누가 달아주지?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이라도 없어지면 해환이는 누가 케어하지? 단장증후군이 장애로 인정돼서 해환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구축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TPN 환자 중엔 단장증후군과 가성장폐색으로 인한 만성장부전도 많아요. 이들에 대한 장애 인정과 지원도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해환이의 이야기는 국회 국정감사(10월 13일~11월 6일)에서 다뤄질 수 있을까. 치료가 아닌 연명의 삶, 평생 TPN 줄을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아들을 위해 국회를 찾아온 엄마가 국회의원들에게 바람을 담아 말했다.
"살기 위해 치료받는 우리를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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