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답 찾아야 하는 K-배터리, 한·체코 협력 통한 시너지 기대
"유럽내 경쟁력 확보 위한 단초로 평가"
윤석열 정부가 체코 순방을 통해 양국 간 배터리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향후 공동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산학연 협약이 양국 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인근 국가에 진출해 있는 국내 배터리사도 이번 협력을 통한 유럽 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양국의 배터리 MOU는 시장 정보 교환, 공급망 대응 모범사례 공유, 기술개발 협력 등 포괄적 협력이다. 이미 체코에는 우리 완성차 기업이, 인근 폴란드·헝가리에도 우리 배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만큼 MOU를 바탕으로 한국과 체코 간 중장기적 배터리 협력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체코배터리클러스터 및 브르노 공대와 ‘배터리 협력센터’를 세우고, 삼성SDI와 SK온의 헝가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인근 국가에 있는 생산 기지와 인력 양성 및 기술 교류를 추진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이차전지 분야에서 브르노 공대와 협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는 이같은 협력을 반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힘만으론 어려웠던 일을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서 협력을 이끌어 낸 것"이라면서 "우리 완성차 기업이 이미 진출해 있고, 인근 국가에 배터리 기업들의 공장이 있는 만큼, 향후 유럽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가 양국의 이같은 협력을 반기는 것은 최근 K-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속도조절에 나설 만큼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 새 활로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유럽 지역 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줄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현지 공장 가동률도 동시에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협력의 내용이 아직은 국내 배터리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활기를 띄기 위한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면서 "유럽 시장에서 입지 변화가 필요한 국내 기업들에 발판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이 유럽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어 이같은 협력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을 장악하려는 데 굉장히 힘 쓰고 있다"면서 "중국이 유럽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하면서 점유율을 쌓아가는 상황인데 우리와 유럽국 사이의 협력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럽 시장 장악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지난 2020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40%를 넘길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배터리 기업의 유럽 내 점유율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체코와 협력하며 유럽내 입지를 다지는 것은 국내 배터리 경쟁력에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유럽 진출 악재로 평가됐던 고관세도 최근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경쟁력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현지 전기차 관계자들을 만나 관세 인상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이후 유럽에선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 계획 입장을 선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EU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기대했던 국내 기업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안팎에선 양국의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 교수는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유럽에서 체코를 전초기지로 만든 것은 유의미한 것"이라면서 "현재 계획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우리 기업에 필요한 정책과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도 국내 기업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체코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로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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