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팬들이 갖는 짜릿한 자부심, 이 맛에 야구장 간다

백성동 2025. 6.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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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으로 말하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나에게 운명이자 또 하나의 자랑

화수목금토일, 이들의 평일 저녁과 주말엔 늘 야구가 있습니다. 운 좋으면 직관으로, 아니면 중계를 보며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습니다. 12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2025 프로야구 돌풍의 중심에는 이들 '찐팬'이 있습니다. 팬심으로 말하는 '내 팀'의 이야기, 야구를 좋아해서 겪어야 했을 희로애락,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백성동 기자]

 2024년 10월 21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1차전이 열리는 가운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경기장이 보이고 있다.
ⓒ 안현주
좋아하는 야구팀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응원하는 야구팀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 같다. 잘하든 못하든, 어느 날 운명처럼 말이다. 나에게 타이거즈가 바로 그랬다.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 확정되던 그 순간 MBC 스포츠 한명재 캐스터의 말을 인용하면, 광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타이거즈를 만난 것은 나에게 운명이자 또 하나의 자랑이었다.

타이거즈와 함께하는 챔피언스필드.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초록색 포니 택시가 등장했다. 박철민 배우가 그 택시에서 내려 마운드에서 18.44m 거리의 홈플레이트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무등경기장에서 수많은 택시와 버스가 모여 금남로를 향해 출발했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이 '민주주의의 축제'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야구장에서는 멋진 능선을 자랑하며, 유네스코 세계 지질유산으로 등재된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이거즈는 역사의 도시 광주와 함께 숨 쉬는 팀이다. 프로야구 출범 후 해태 시절부터 이어져 온 '고향팀'으로서의 정체성은 타이거즈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끈끈한 팬심으로 지켜져 온 타이거즈는 광주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희망이다. 팬들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응원은 그 어떤 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타이거즈만의 강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믿고 응원하는 '진정한 팬심'은 타이거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타이거즈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첫 번째는 어느 지역에 원정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수많은 타이거즈 팬이다. 다른 지역 원정을 가면 경기장의 절반 이상을 타이거즈 팬들이 채우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그들의 응원 목소리는 광주에서보다 더 쩌렁쩌렁 울리는 느낌을 주며, 팀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구단에서도 원정 경기에도 응원단장과 응원단을 파견하여 팬들의 열기에 보답하고 있다.

두 번째 매력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한국시리즈 12전 12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은 타이거즈 팬들에게 짜릿한 자부심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내가 응원하는 팀이 가장 높은 자리에서 끝낸다는 그 희열은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진다.

2024년 12번째 우승 후에는 엠블럼을 모은 시계가 공식 굿즈로 나오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 올라서는 타이거즈 선수들은 그 엄청난 압박감마저도 이겨내고 짜릿한 우승의 순간을 팬들에게 선물해 왔다. 이처럼 타이거즈는 팬들에게 스포츠 관람을 넘어선 감동과 역사를 선사하는 팀이다.

타이거즈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심장, NO.54 양현종
 2017년 10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대0 완봉승을 이룬 KIA 양현종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이거즈에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심장, 54번 양현종 선수가 있다. 나에게 2017년 가을, 한국시리즈 2차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1차전을 내준 뒤 2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 선수는 무거운 어깨를 짊어지고 등판했다. 팽팽하게 양 팀의 0의 행진이 이어지며 긴장되었던 순간, 공수교대 시간에 그는 팔을 높이 들며 선수들과 팬들을 독려했다.

당시 경기장에서 그의 뒷모습을 보았던 나는, '어떻게든 내가 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보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의지는 결국 2차전 완봉승과 시리즈 MVP로 이어졌다. 그날, 양현종 선수는 나에게 단순한 구단의 프랜차이즈이자 응원하는 선수를 넘어, 타이거즈에서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되었다.

2007년 데뷔 이후 꾸준한 성적은 그의 가치를 증명한다. 타이거즈에만 몸담고 있으면서도 현역 투수 중 다승, 이닝, 탈삼진, 선발승 등 수많은 부문에서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지면서도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마운드를 지켜주었다는 점이 경이롭다.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야구장 밖에서도 그는 타의 귀감이 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의 모자 안에는 세상을 떠난 그의 친구와 선배 선수,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여성 팬, 투병 중인 코치의 이니셜이 적혀 있다.

또한 양현종 선수는 타이거즈에서 팬서비스가 가장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기아 타이거즈 공식 유튜브에서는 선수에게 사인받는 팁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찍기도 했고, 본인이 등판하지 않는 날 출근길에는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준다. 오죽하면 KIA 팬들 가운데 '양현종 사인 없으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개 팬들에게 쉽게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테랑인 양현종 선수의 이러한 모습은 많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된다.

타이거즈 팬들은 양현종 선수가 타이거즈의 전설이자 영구 결번인 18번 선동열, 7번 이종범 선수에 이어 세 번째 영구 결번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건강하고 꾸준하게 뛰고 있는 양현종의 존재는 보면서 타이거즈 야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다. 그가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누구도 깨지 못할 기록을 KBO 역사에 새겨 넣어주는 선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타이거즈에 어쩌다 이렇게 빠지게 되었을까
 지난 3월 23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홈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팬들이 들어서고 있다.
ⓒ 안현주
광주와 타이거즈,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게 만들어 준 어른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나의 아버지다. 대여섯 살쯤 아버지 손에 처음 이끌려 가게 된 과거의 무등 야구장. 주말에 오시던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광주천을 따라서 걸어 다녀오던 그 길은 어린 시절 나에게 하나의 신나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응원석 반대편 약간 높은 곳에 앉아 어린 나에게 야구의 규칙과 타이거즈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설명해 주셨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께서 대성할 것으로 예측했던 선수들의 성적은 항상 반대였다. 미래의 타이거즈 4번 타자가 될 것이라거나 국가대표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했던 선수들은 늘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젊은 나이에 은퇴 수순을 밟았다.

어릴 적에는 잠수함처럼 공을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들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생애 처음 구입한 선수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도 언더핸드 투수이자 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투수였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야구의 깊이와 타이거즈 선수들의 투혼을 조금씩 느끼고 이해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허전했던 마음을 채워준 것 또한 야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었다. 믿고 따르던 학원 영어 선생님이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지치고 힘들 때 여러 번 야구장을 데리고 가 주셨다. 여러 번 함께 하면서 함께 응원하던 동호회에 막내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시기는 많은 사람들이 KIA의 암흑기라고도 했던 2000년대 중반이었다. 팀의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그저 열정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같은 팀을 응원하며 웃고 울었던 시간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야구장에서 만나서 연을 맺었던 좋은 어른들은 승패를 넘어선 야구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함께 응원하는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나에게 야구장은 유년기의 요람이었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통로였으며, 소중한 사람들을 연결해 준 공간이었다. 야구와 타이거즈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의 한 부분을 이루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2025년 지금, 나의 타이거즈에게
 2024년 10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7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압도적인 실력으로 V12를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절대 1강으로 평가받을 정도였던 올 시즌. 타이거즈 왕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팬들의 기대. 하지만 연초에 지냈던 고사가 무색하게 많은 주전 선수들은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2군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어 '함평 타이거즈'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여러 선수들이 등장해 근성과 끈기로 재능을 펼치며 중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멋진 수비 모습뿐만 아니라 최근 방망이까지 터지고 있는 '호령존' 김호령, 거포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오선우, 신인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성영탁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땀 흘렸던 선수들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열광적인 응원을 이어주고 있는 팬들이 있기에, 후반기에 부상자들이 돌아오고 날개를 달아 타이거즈가 또다시 날아오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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