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개미들, 우량주 투자의 덫에 걸리다!

[성승현의 차트로 세상 읽기]
어제 괜찮아도 오늘 처치곤란한 우량주
삼전, 수주前 7만4천원선에 청산신호
추세 벗어난 우량주는 단호히 청산해야
본질적 분석보다 차트 분석으로 대처하길

현재도 진행중인 위상 추락

최근 삼성전자(이하 ‘삼전’)의 시총 120조 원이 증발하며 5만전자까지 폭락했다. 몇 달전 9만전자를 깨고 신고점을 갱신할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위상만 믿고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처지만 곤란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량주라 여겨 투자했는데 실상은 알맹이 없는 속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런 삼전의 위상추락이 '현재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업계 1위 TSMC의 올해 점유율은 약 62%인데 삼전의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50% 포인트의 압도적인 격차다. 그리고 이런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삼전은 원래 타 경쟁사의 추격을 불허하는 ‘초격차’로 유명한 기업이었는데 이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제 1등 기업이라기 보다는 한낱 추격자에 불과하게 된 셈이다. 지난 몇 년간의 기술전쟁에서 완벽히 패배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는 인텔을 부활시키고자 자국 내 업체들에 제대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으니, 삼전은 기존 메모리 사업에서조차 있던 점유율도 지키기 어려운 피 말리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국내 경쟁사와의 싸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인데 AI반도체로 핫한 고대역폭(HBM)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뺐겼다. 전 세계 돈이 몰리고 있는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는 HBM을 열심히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 통과만 간신히 한 상태로 납품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게 정말 뼈아픈 게 원래 HBM을 개발한 국내 대학교수가 삼전에 먼저 찾아갔는데 당시 재무통이었던 삼전 최고임원이 이를 거절했다 한다. 신규 투자를 위해선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이 발생할 것이 뻔한데 그랬다간 단기적으로 재무재표 실적이 나빠질거라 자신들이 연말에 받는 성과급 걱정이 앞섰던 거다.

물론 이 결정을 한 그 임원은 막대한 성과급을 받고 퇴사할 수 있었지만 덕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경쟁사로 넘어가게 되었고, 지금의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고, 기술로 먹고 산다는 기업이 기술을 도외시한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삼성전자는 우량주였을까

삼전에 대한 나쁜 뉴스만 무성하다 보니 이게 주가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데 연일 지속적으로 내다 팔면서 외국인들의 최장 기간 순매도 기록 또한 매일 갱신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3일부터 무려 30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으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약 11조 54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를 늘렸던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량주라 믿고 투자했건만 돌아온 건 주가급락에다 막대한 투자손실이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 아니 우량주 투자의 배신이라고 할까.

보통 '우량주 투자'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은 높은데 재무가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하면 주가 역시 급등락 없이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우량주 투자가 기업의 기본적 분석에 기반하고 있어 기본적 분석의 본질적 한계를 그대로 계승한다는데 있다. 특히 우리같이 정보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은 언제나 한 발 늦게 정보를 입수할 수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주가급락에 기민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변심하는 시장 전문가들

이번 삼성전자가 그 대표적인 예일텐데, 지금과 같은 시장변화는 거의 한두 달만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이전만 하더라도 삼전에 대한 기업 레포트에는 위에 열거한 하락요인들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내부정보에 조금이라도 빠른 기관과 외국인들은 조기탈출이 가능했지만 이런 정보엔 깜깜이였던 국내 투자자들만 뒷통수를 맞게 되었다.

시장은 급변하는데 과거의 위상에만 머물러 있다보면 이런 결과가 생긴다. 특히 기업 내재가치의 급변동이 우량주라고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해보였던 기업이 오늘 보니 처치곤란의 문제투성이였을 수도 있다. 삼전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그 단적인 예다. 최근의 삼전에 대한 주가 전망은 대부분 비관적 내용 일색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주가가 역사적 저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 경쟁력 확보방안의 윤곽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곳에서는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등 모든 사업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로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과거 그렇게 그들이 물고 빨고 하던 종목이 삼전이었는데 이 정도면 변심이 지나치다. 이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삼전에 투자했던 개미들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말 그대로 우량주 투자의 덫에 걸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된통으로 말이다.

삼전은 수주前 '청산신호' 나왔다

추세가 깨진 종목은 날개 없는 비행체와 같다. 추진동력을 잃은데다 지지기반마저 사라졌으니 본격적인 하락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추세를 이탈한 종목은 단호하게 청산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우량주라 해도 말이다.

그러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우량주의 하락은 오히려 좋은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투자자들을 꼬드기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대부분 시장 외부충격에 의한 단기급락일 때나 유용한 접근이다. 지금처럼

기업의 본질적인 내재가치의 변동 앞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가중시키는 투자전략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본인이 차트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 수 주전에 삼전에 대한 '청산신호'가 발생했다. 적정가격이 7만 4,500원 대였으니 현재 가격과 비교해 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다. 당시 1년 넘게 유지해오던 추세를 하락 이탈하였고, 결국 지지대를 깬 주가는 그때부터 급락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차트로 보면 명확히 보이는 자리가 우량주라는 허상에 매달려 있으면 결코 보이지 않게 된다. 특히 시장엔 우량주는 언젠간 다시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일시적 하락으로 물렸더라도 장기보유를 통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차트분석을 조금만 할 줄 알아도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가성비 낮은 투자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쩌면 장기투자란 들어갈 자리와 나갈 자리를 모르는 이들의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일 지도 모른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저 깔고 앉아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반면 차트상에서는 들어갈 자리와 나갈 자리가 명백히 보인다. 게다가 지금 현재 주가가 추세를 탔는지 아니면 추세를 이탈했는지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우량주라는 타이틀만 믿고 허송세월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손실구간에서의 맘고생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추세가 만들어졌다 판단되면 들어가면 그만이고, 추세가 깨졌다 판단되면 나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쉬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우량주라는 헛된 타이틀이 투자자들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다.

NAVER · 카카오도 비슷한 경우

꼭 삼전이 아니더라도 우량주 투자의 폐해를 보여주는 예는 수없이 많다. 한때 코로나 시국의 총아로 각광받던 NAVER나 카카오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한없이 오를 것 같던 주가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다 결국 코로나 전으로 회귀해 버렸고, 해당 종목에 대한 시장평가 역시 매우 박하게 변한지 이미 오래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량주로 시장을 풍미했었는데 말이다. 덕분에 그때 물린 투자자들은 우량주 투자의 덫에 걸려 아직도 신음하는 중이다.

위 카카오 월봉 차트를 보면 코로나 이후 유동성 장세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2021년 하반기부터 꼬꾸라져 지금까지 힘을 못쓰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고점대비 무려 -78% 폭락이다.

필자의 차트분석에 의하면 이미 2021년 11월에 청산자리가 나왔다. 차트로는 매우 명확한 자리였지만 기업분석에만 의지하는 대다수 투자자들에겐 생각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저가매수를 부추키는 일부 전문가들의 꼬드김에 속아 매수규모를 늘리는 이들도 많았다. 카카오를 우량주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끊임없이 떨어졌고, 이때 진입한 투자자 역시 우량주 투자의 덫에 걸려 아직도 원금 회복만을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추세를 탄 종목이 우량주다

필자가 보기에 기업가치가 좋은 종목이 우량주가 아니라 추세를 탄 종목이 우량주다. 수급이 들어왔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굳이 그걸 내가 일일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지론이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저 이 추세를 향유하면 그만인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우량주라도 추세가 깨졌다면 빠른 청산만이 정답이다. 우량주란 우산에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된다. 비바람이 거셀 때에는 아무리 우산을 쓰고 있어도 들이치는 빗발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잠깐 몸을 피했다가 날씨가 좋아졌을 때 다시 바깥 출입을 하는 것이 현명하듯 우량주 투자도 이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차피 그 주식이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니고 상황이 호전돼서 추세가 살아난다면 그때 또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차트분석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우량주라는 허상에 매달려 결국 투자를 그르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나갈 자리를 모르다보니 마냥 가지고 있는 게 유일한 투자전략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시장이 담보하는 우량주라 하더라도 주가의 부침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기업 내재가치의 본질적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같은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때마다 손실은 눈덩이마냥 불어나고, 오랜 기간동안 마음고생을 피할 수도 없다. 우량주는 기다리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지만 그게 언제가 될 지는 기약할 수 없을뿐더러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라 근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량주가 불량주 되는 건 한순간

삼전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식조차 이럴진대 나머지 종목들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처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그 손해는 그대로 우리 몫이 되어버리는데다가 정보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들로선 기민한 대처는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모르니까 명성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안전하다 생각하여 우량주 투자를 한 것인데 결과는 매번 이리 뒤통수를 맞고 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전자의 덫에 걸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기에 그 위상만큼 피해도 막대하다. 옛날같았으면 바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텐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아마도 물려있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같은 일반 투자자들은 앞으로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어제의 우량주가 오늘의 불량주가 되는 것 또한 한순간이다라는 사실을.

또한 나갈 자리에선 과감히 나가야만 하는 것이 주식투자인데 오히려 우량주라는 믿음에 갇혀 빠른 탈출을 미루게 되면 결과는 이처럼 처참할 뿐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 성승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수년간 자산관리 업무를 경험하였다. 10년전 주식고수를 만나 차트분석의 묘법을 사사하는 기연(奇緣)으로 지금까지 주식 및 해외선물 투자 중이다. 차트분석 전문가로서 추세추종을 통한 장기투자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