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다카이치 총리에게 “국민 정서상 군수지원협정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관해 “현실적인 필요성은 있지만,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는 현재로써는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중시하는 여론이 여전히 큰 가운데 한·일 간 군수지원 분야까지 협력을 제도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란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입장에선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싶어 하겠지만, 지금은 (동북아 안보 지형이) 매우 대결적으로 진척되고 있어 우리로서는 조심해야 할 측면들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경북 안동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비공개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당시 다카이치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ACSA 협정에 대해) ‘뭔 소리야’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보기에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 하면 (국민에게) 나 혼난다. 우리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론이 수긍하기 어렵다는 점을 일본 측에 직접 전달했다는 취지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당시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주먹질’에 비유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성을 강조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분명히 주먹질해서 내가 맞았는데, 눈도 터지고 치료비도 내고 일도 못 했는데,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면 완전한 협력이 가능하겠나”고 반문한 뒤 “‘내가 전에 때려서 미안하다. 다시는 안 때릴게’라고 해야 진짜 친구가 되지 않겠나. 이게 내 생각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들 바닥에 있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이 돈이 부족해서 ‘과거 치료비나 돈 못 번 것 다 내놔’라고 하지 않는다. 돈 문제가 아닌 정서의 문제”라고도 덧붙였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의 나무호 피격 사고에 대해선 “(이란이)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닌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원래 의도를 가지고 공격했으면 (자신들이 했다고) 선언을 했을 것이다”, “보통 미사일에 맞으면 침몰해야 하는데 살짝 터진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을 댔다. 미국과 이란이 교전 중인 수역인 만큼 우발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란 취지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나무호를 공격한 미상의 비행체를 이란산 대함미사일로 결론 내리면서도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이란 정부 역시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스라엘의 한국 구호선 나포를 두고는 “공해상에서의 사실상 납치이자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재차 날을 세웠다. 잇단 자신의 대(對)이스라엘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욱해서 한 게 아니라 해도 너무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전범”으로 비판했고, 이스라엘은 이 발언 다음날 나포했던 한국인 2명을 석방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대해선 “평화적 통일의 지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현재 상태에서 통일 얘기하면 더 나빠지니깐 일단 평화 공존하는 것으로 소통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과 해외 반출 저지, ICBM 기술 개발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 이것을 가지고 ‘왜 비핵화를 포기했느냐’고 하면 현실을 방치해 더 나쁜 상황을 만드는 거다”며 단계적 비핵화론을 강조했다. 일각의 자체 핵무장론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선 정말 무책임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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