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 퍼블리 창업자 & 전제완 프리챌 창업자 [실패경영학 인터뷰]
지금도 뼈아픈 내 오판의 순간들

A. 처음에는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글을 회사 경영 당시 도움을 줬던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글을 읽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혼자만 보고 끝내지 말고 밖에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처음에는 고민했다. 솔직한 경험이 담긴 글이라 어떤 분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던 중 많은 도움을 줬던 업계 선배가 “이런 콘텐츠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1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우리 사회에 받은 것들을 돌려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을 남겼다. 대표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 책으로 새롭게 쓰기로 결심하고, 8개월 동안 글을 썼다.
Q. 퍼블리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창업자로서 내린 ‘잘못된 의사결정’이 원인이었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A. 책에 나오는 10개 챕터 중 한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잘못된 결정에 관한 내용이다.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잘못된 의사결정이 뼈아팠다.
투자를 받고 나서 회사의 무게중심을 퍼블리에서 링크드인 느낌의 커리어리 서비스로 바꿀 때의 일이다. 커리어(Career)와 퍼블리(Publy)를 합쳐 채용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다. 채용 서비스 시장이 크다 보니, 콘텐츠 서비스인 퍼블리보단 커리어리를 키워야 회사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커리어리 중심으로 가자’라는 결정을 내리고 2년 동안 한 일은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나와서 한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 눈도 멀고 귀도 멀었다. 유니콘이 되고 싶은 욕심, 잘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혔다. 동시에 투자사와 이해관계자, 팀원들에게 좋은 대표, 잘나가는 대표로 칭찬받고 싶었다. 그런 욕심들이 맞물리다 보니 어느 순간 창업자로서 일하는 게 아니라 전문경영인처럼 일하고 있더라.
Q. 어려움 속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나. 옳은 판단과, 잘못된 판단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A. 2020년 연말에 퍼블리 콘텐츠 서비스 사업 리더를 겸임하며 9개월을 살았던 시기다. 책을 통틀어 유일한 성공 경험이다.
실패한 결정과 비교해보니 차이점 하나가 나왔다. 바로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결과까지 냈던 시기다.
Q.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이 있다면.
A.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가 큰 유행을 타도 나한테 안 어울리면 그 옷을 입을 이유가 없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 자신감이 스스로 생기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할 때 시장이 뜨니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한테 잘 맞는가, 내가 원하는 게 맞는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실패 한 번에 좌절?…끝까지 도전하라

A.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나 마케팅 등 모든 게 성공적이었어도 단계별로 자금 투입이 외부에서 원활하게 조달되지 않는다면 벤처기업은 결국 생존하지 못하게 된다. 2000년대 초기 한국에 벤처 시스템이 처음 도입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중 가장 크게 낙후된 게 바로 외부의 자금 조달 창구였다, 해당 시기는 벤처 펀딩 시장이 너무 영세해서 흑자 전 성장형 펀딩(시리즈C 펀딩)을 받지 못했다. 동시에 코스닥도 거품이 꺼지면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한 벤처기업은 진입할 수 없게 하는 조치가 실시됐다. 1300만명 회원을 확보한 국내 3위 포털 프리챌도 자금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Q. 첫 창업 이후에도 싸이월드를 다시 인수하는 등 재기에 나섰다. 실패 이후 다시 일어나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미국 벤처 중 성공한 창업자의 평균 실패 경험은 3.5회 정도 된다. 벤처기업이라는 게 원래 소수를 제외하곤 90% 이상이 실패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 그러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벤처를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가 원래 벤처 시스템의 핵심 역량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 번의 실패가 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또 나이도 40대였기 때문에 충분히 다시 시도해볼 만한 여력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프리챌은 ‘Freedom & Challenge(자유와 도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벤처기업가는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한 건데, 한번 무너졌다고 다시 일어서지 않는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싸이월드 인수도 부침이 있었는데.
A. 싸이월드는 초창기 폐쇄형 SNS로 출발했다. 그러나 당시 모바일 환경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고 개방형 SNS의 트렌드에 보완책을 갖지 못해 2010년대 소멸됐다.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다시 폐쇄형이 인기를 끌 시기가 됐다고 봤다.
다만, 싸이월드 인수 후 서비스를 분석해보니, 모든 서비스의 코드가 20년 전 낙후된 환경으로 개발돼 있었다. 또한 누더기 임시 땜질형이라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건 일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다.
또 투자자들이 이미 한 번 쇠퇴한 서비스는 부활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투자자들을 설득해 펀딩을 충분하게 받는 데 실패했다. 80% 정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마무리 20%를 완수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패 원인이라고 본다.
Q. 여러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창업 선배로서, 실패에 좌절하는 창업자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다면.
A. 창업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수지만 그것을 개발하고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펀딩 구조도 중요하다. 벤처기업가의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가는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없어 외부 펀딩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기업의 지속경영(Going Concern)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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