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10개 만들기’ 시동…서울대 교수, 지방대 강단 선다

서울대가 이번 학기부터 지방대에 서울대 교수를 직접 보내 수업을 진행한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서울대가 선제적으로 지역과의 교류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란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 지역교류 사업을 전담하는 대학연대 지역인재양성 사업단은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교수가 지방대에서 직접 수업을 맡는다고 16일 밝혔다. 사업단은 2024년 설립된 총장 직속 기구로 지방대와 협력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대 학생들이 서울대에 와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교과 프로그램’도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 이를 담당 교수가 직접 지방대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김윤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경상국립대서 수업
처음으로 출강하는 교수는 서울대에서 ‘극한환경 및 충돌 연구실’을 이끄는 김윤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에서 매주 금요일 ‘항공우주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맡는다. 경상국립대 교수와 김 교수가 공동으로 수업에 참여하는데, 김 교수는 10월 초부터 강의 후반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수가 직접 지방대에서 강의를 맡을 만큼 사업단이 지방대와 교류에 주도적으로 나선 배경엔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철일 사업단장은 “사업단은 서울대가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고, 교육부도 사업단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교수의 지방대 출강 결정은 지역의 연구개발과 교육 수요에 적극 응답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 학기엔 김 교수만 시범적으로 출강하지만, 사업단은 앞으로 참여 교원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우주항공 분야를 집중 육성하려는 경상국립대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수업을 다음 학기에 확대 편성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경상국립대가 있는 진주에는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항공우주 연구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경상국립대와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연구·산업의 주축이 진주에 생기면 연구 생태계 자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출강 교수 인센티브 검토
다만 교수들 사이에선 현장 출강 형태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합당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공대 A교수는 “이동 시간만 해도 한나절이 걸리는데 좋은 뜻으로 하는 사업이라도 봉사 정신만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사업단도 출강하는 교수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 단장은 “본부에서 출강 교수에게 서울대 수업을 일부 면제하거나 지원금을 올리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방대와 사업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것도 하나의 숙제다. 사업단 관계자는 “한 지방대에서는 ‘우리 스스로도 교육·연구를 잘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가 굳이 와서 월권하는 것 아니냐’고 반응하기도 했다”며 “수요가 있는 대학부터 점차 교류를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상대 대학과 뜻이 맞는다면 교원 교류를 통해 학문의 저변을 키울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교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대 한 교수는 “교수가 직접 강단에 서는 것은 곧 그가 맡는 전공이 지방에 이식된다는 것”이라며 “교육·연구·산업이 지방에 뿌리내려 학문의 전체 파이가 커지면 연구자로서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 관심이 큰 만큼 서울대는 교수의 직접 출강뿐 아니라 교과·비교과 교육 프로그램 확대 편성을 통해 지방대와 교류를 늘릴 계획이다. 사업단에선 지금까지 이공계열 프로그램만 운영했지만 이번 학기에는 교육학과와 의류학과 수업이 신설된다. 또한 사업단은 서울대와 9개 지방거점국립대가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추가 편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1학기 처음으로 10개 지방거점 국립대학 학생들이 한자리에서 교류하는 수업이 열렸는데 서로 다른 지역 학생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네트워킹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더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규림 기자 lee.g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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