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일당 “8만주 때려달라”, 김여사 “내가 매도”…검찰 판단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처분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내가 직접 주식을 매도했다”는 김건희 여사 진술의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2010년 11월 김 여사 계좌에서 발생한 거래를 시세조종으로 인정했는데, 김 여사는 관련 거래 주문은 자신이 직접 한 것이라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거래한 직접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의 관여 여부가 불명확해 기소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막바지 검토 작업을 마친 후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했었다. 검찰총장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어 사실상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7월 20일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2010년 11월 1일 대신증권 계좌에서 거래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 주문은 내가 직접 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로 알려진 김모씨는 2010년 11월 1일 ‘선수’ 민모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씨가 “준비시킬게요”라고 답장하자 김씨는 약 21분 뒤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김씨의 마지막 메시지 발송 후 7초 만에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김 여사는 거래 후 대신증권 직원으로부터 ‘방금 그 8만 주 다 매도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법원은 당시 이뤄진 주문이 세력 간 매매를 통해 주가를 움직여 매수세를 유인하는 통정매매라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여사가 사실상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김 여사의 매도 주문과 주가조작은 각각 별개로 이뤄진 행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주포와 선수의 주가조작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성립하려면 범행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범행을 돕는 직·간접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주가조작 일당들이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행위를 설명했다거나 김 여사가 이를 인지했다고 볼만한 직접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최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 중 한 명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여러 차례 연락했다는 정황이 공개되긴 했지만, 거래 당시가 아닌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인 2020년 9~10월 연락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주가조작 공모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강하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전제가 성립하려면 매도 주문 전 김씨나 민씨가 김 여사와 연락해 상황을 공유했다는 정황이 나와야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방조 혐의가 성립하려면 주가조작 정범의 범의를 인식해야 하는데, 일당에게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고 단순한 투자로 생각해 주문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가조작 일당이 전주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해도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 전주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며 “주가조작을 인지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를 기소해 주가조작 관여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법원은 통정매매로 인정된 거래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지만, 피고인이 아닌 김 여사의 관여 여부까지는 판단하지 못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매도 주문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이니 일단 기소를 해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기소하지 않으면 특검 도입의 당위성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될 경우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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