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사상 최대라는데…집 없는 K팝, 지갑 닫는 뮤지컬

이다연 2026. 5. 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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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5만석 전후의 국가 상징 공연장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취임 1주년 국정 성과를 점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K팝 공연 인프라 확충을 거듭 지시했다. 문체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입지 선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공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티켓 판매액 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시장은 커졌지만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K팝은 세계적 인기에 비해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해 인프라 병목 현상에 시달리고, 연극·뮤지컬은 높아진 관람 비용과 신선함을 잃은 콘텐츠 탓에 관객 이탈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공연 시장 티켓 판매액 중 K팝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 공연 매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9817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문제는 폭증한 수요를 받아줄 공연장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최정상급 그룹에 한정됐던 스타디움 공연은 3·4세대 장수 그룹과 글로벌 투어에 나선 신인 그룹까지 확대되며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 일정과 잔디 문제로 대관이 쉽지 않다. 고척스카이돔도 프로야구 일정이 우선이다.

스타디움급만 부족한 것도 아니다. 도심 접근성이 좋아 핵심 무대로 꼽히는 KSPO돔(체조경기장·1만5000석)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일정이 선점돼 있어 투어 일정을 맞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공연장 규모보다 원하는 날짜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연장 확보에 실패해 규모를 줄이는 사례도 적잖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세계적인 K팝 스타를 배출하고도 이를 수용할 공연장이 부족한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등 글로벌 팝스타들이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은 방문하면서도 한국은 건너뛰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문체부 업무보고 때도 K팝 공연장 확충 계획을 점검하며 조기 추진을 지시했다. 문체부는 수도권에 5만석 규모 공연형 아레나를 2031년 착공해 2034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로 인근에 연극·뮤지컬 외국인 관람객이 늘었다. 이한형 기자


연극·뮤지컬 시장은 다른 위기를 겪고 있다. 문체부의 국민 문화예술 활동 조사에 따르면 연극 관람 의향률은 2016년 20.1%에서 지난해 10.1%로 반토막 났다.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K뮤지컬의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뮤지컬 관람 의향률도 같은 기간 19.7%에서 15.4%로 하락했다.

관객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가격이다. 지난해 평균 티켓 가격은 뮤지컬이 4.1%, 연극은 11.3%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인상된 가격은 유지되는 반면 할인율과 재관람 혜택은 줄었다.

인기 작품의 재연 주기는 짧아지고 스타 배우 중심의 캐스팅이 반복되는 등 작품의 신선도 저하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작사들은 높아진 인건비와 대관료 부담 속에서 검증된 작품과 스타 캐스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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