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조전혁 후보만 부른 KBS TV토론..."선관위, 홍보 방송 원하나"

박수림 2024. 10.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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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 선관위 "법 개정 필요"

[박수림, 이정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토론회 규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KBS 후보초청 토론회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
ⓒ 이정민
"여론조사 1등 후보를 배제하고 보수 후보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7일로 예정된 서울특별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아래 서울시토론위) 주관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보수 성향의 조전혁 후보만 초청 받은 가운데,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토론회가 보수 후보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서울시선관위) 측은 "공직선거법과 '선거방송토론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 후보 측은 "과거 선거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규칙을 방치해 발생한 일"이라며 "선관위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맞섰다. 정 후보 측은 'TV 토론 중계 중단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근식 "나 같은 후보는 국민 앞에 어떻게 등장하라고"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토론회 규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KBS 후보초청 토론회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당초 정 후보는 4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의 한 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정 후보는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종로구 서울시선관위로 이동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TV 방송토론 편파 진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 성향'임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나타난 정 후보는 "서울시토론위와 KBS는 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TV 토론회에 (다른 후보들과) 논의 없이 '조전혁 후보만 참여하는 대담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우리 선거대책위원회에 알려왔다"라며 "이러한 결정은 공직선거법상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운을 뗐다.

교육감 선거에서 선관위가 주최하는 TV 토론 초청 대상은 최근 4년 이내에 출마해서 1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이거나 선거 기간 개시일 전날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다. 여기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방송토론규칙'에 따라 지상파 텔레비전, 종합편성 채널, 보도전문편성 채널, 일간신문이 실시한 것만 인정한다.

정 후보는 "최근 (CBS, 쿠키뉴스 등) 언론사가 주관한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 제가 여론조사 1위로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직전 (4년 이내)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한 사람만을 토론회 대상으로 한다면 저 같은 참신한 후보는 어떻게 (국민 앞에) 등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정 후보는 CBS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9월 30일부터 이틀 간 진행한 가상대결(무선 ARS 방식)에서 29.7%를 얻어 23.3%의 조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6.4%p로 앞섰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28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무선 ARS 방식)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정 후보(29.2%)가 조 후보(24.4%)보다 4.8%p 앞섰다(여론조사 내용에 관한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 후보는 "서울시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의 발달과 다양한 언론 환경의 변화 등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었고 자신들이 정한 언론 기관이 여론조사를 하지 않을 때 유력 후보가 배제되는 불합리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대안도 세우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기울어진 법 규정 적용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며 "만들어야 할 법을 만들지 않고 기계적으로 과거 관행에 탑승하는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선거, 교육감 후보로서 자질 평가 그리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와야 한다는 선거방송토론회의 목적은 어디로 갔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거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특정 후보만 놓고 일방적으로 시간을 배정하는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라며 "부당한 토론회 강행을 즉각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KBS 등 언론사 주관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당한 TV 토론을 진행하라"고 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던 정 후보 측은 결국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 "오늘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TV 토론 중계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선관위 "법 개정은 국회가... 지금 여론조사? 반영 못 해"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CBS나 쿠키뉴스는 '선거방송토론규칙'에서 정한 언론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후보 초청 여론조사 기준에 맞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국회 등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이라도 KBS 등 언론사 주관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TV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정 후보 측 주장에 대해서는 "설령 선거방송토론규칙에 따라 인정되는 언론기관이 (지금)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더라도 기간(선거기간 개시일 전일)이 지나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V 토론 방송 중단 가처분 신청' 예고에 대해서는 "후보 측에서 결정하고 판단할 부분"이라며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라고 밝혔다.

서울시토론위와 KBS는 6일 오후 5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자 중 조전혁 후보만을 초청해 일대일 대담회를 진행한다. 주제는 ▲ 교권 침해 대책 ▲ 학교폭력 방지 대책 ▲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 고교 학점제 ▲ 역사 교과서 편향 방지 ▲ 학령인구 감소 등이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초청 외 후보자 토론회가 개최되며 참석 대상자는 정근식·윤호상·최보선 후보 등이다. 토론 주제는 같다. 대담회 및 토론회는 녹화방송으로 진행되며 7일 지상파 3사를 통해 오후 2시 10분부터 각각 30분씩 방송된다.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토론회 규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여론조사 1등 후보 제외한 KBS 후보초청 토론회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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