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대량 실업’ 공포에…캘리포니아 “인간 일자리 사수”

이가현 2026. 5.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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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섬 주지사, 노동정책 전면 개편
직원 AI로 대체 않는 기업 보조금
“5년 내 화이트칼라 절반 사라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AP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대부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대량 실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인간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 정책 전면 재설계에 착수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대규모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노동 정책 전면 개편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주 정부 기관들에 학계·노동계·AI 업계와 협력해 “직원을 AI로 대체하지 않고 유지하는 기업에 어떻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행정명령에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케팅·영업 인력 등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큰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또 주민 모두가 기업 주식·채권·국부펀드 등 자산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보편적 기본자본’ 제도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뉴섬 주지사는 기존의 실업보험이나 사회안전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AI 업계 지도자들로부터 “특히 화이트칼라 직군을 중심으로 전체 직업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에서 “캘리포니아는 미래가 우리에게 닥치는 것을 가만히 앉아 지켜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통치하며, 사람들을 미래에 어떻게 대비시킬지 전체 시스템을 다시 구상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지사가 AI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 대응을 위해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직업 전환이나 장기 실업 대응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메타는 전날 전체 인력의 약 10%인 8000명을 감원하면서 회사 전략을 AI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인텔·시스코·아마존 등 다른 기술 기업들도 AI로 인한 효율성 향상을 이유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해왔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공동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향후 5년 안에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기술업계 인사들은 그 정도로 급진적인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통신·법률·엔지니어링 분야 등에서 AI가 인간 노동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중국에서는 법원이 AI로 대체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보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영국·일본·한국 등에서는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UBI)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도 유사한 시범사업 법안이 제안된 상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엑스(X)에 “AI로 인한 실업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보편적 고소득’ 수표”라고 적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AI 규제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주 가운데 하나다. 대형언어모델(LLM)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안전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켰고, 최근에는 주 정부와 계약하는 AI 기업들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장치를 검증하는 별도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반면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태다. 백악관은 그동안 중국과의 AI 경쟁을 이유로 기업들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앤스로픽의 신규 모델 ‘미토스(Mythos)’ 공개 이후 백악관 내부에서는 신형 AI 모델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주 미국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 행사 연설에서 “기업들은 자동화를 통해 세제 혜택을 받는데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에 세금을 내고 있다”며 현행 조세체계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자동화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은 기업만 부유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에게는 이중의 부담을 안긴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에는 세제 개편이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주 정부 기관들이 AI 시대 노동 체계를 새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포함될 수 있다고 주지사실은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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