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담배 손님들의 특징, 참 재밌습니다

서정호 2026. 4.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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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촌 편의점 이야기] 300가지 넘는 담배 종류만큼 다양... 곧이곧대로 들으면 찾아주기 쉽지 않아

재개발 바람이 부는 서울의 전형적인 서민 동네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며 만나는 신산하기도, 따뜻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기자말>

[서정호 기자]

"드워언 브루!"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가? 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는 알겠는가? 편의점을 인수하고 첫 영업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게 담배 이름과 진열 위치를 아는 것이었다. 첫 담배 손님의 주문이 바로 '드워언 브루' 였다. 어지간한 편의점이라면 판매하는 담배의 종류가 약 300~400가지 정도 될 것이다. 그 많은 것 들 중 '드워언 브루' 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 당황하고 있는데, 손님이 손짓으로 알려주신다.

"아, 그 뒤에, 어, 그 바로 아래 왼쪽 두 번째."

담배 이름을 정확히 말하지 않는 사람들

무사히 찾아 내주었다. 그가 말한 드워언 브루는 '더 원 블루'였던 것이다. 오래 전 레이프 개럿의 히트곡 'I Was Made For Dancing'을 경상도 사투리식으로 불렀던 가수 현철이 생각났다. 손님의 인상이 서글서글한 것이 외모도 닮았다.

"실례지만 손님 고향이 아래쪽인 것 같은데 어디세요?" 했더니 진주란다. "아하 진주요? 남강 가봤습니다. 역사가 오랜 도시라 그런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던데..." 하니 고향을 안다는 말에 반가와 하며 활짝 웃는다.

이후 그 손님은 거의 매일 와서 딱 그 한 마디만 한다 "드워언 브루!" 그렇게 한 달이나 지났을까? 하루는 자는데 꿈에 그 손님이 나타나 또 "드워언 브루!" 한다. 얼마나 우습던지 다음날 온 손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우스워 죽겠단다. 이상하다. 경상도 사투리는 특유의 억양 때문인지 쉽게 기억하고 따라 하게 된다. 오죽하면 꿈에도 나타날까. "드워언 브루!"
 편의점 담배 진열대.
ⓒ 서정호
뭐가 그리 급한지 대체로 담배를 사러 오는 손님들의 열에 아홉은 말이 짧다. 니코틴이 떨어지면 조급해지나보다. 딱 원하는 담배 이름만 던진다. "던힐 라이트!" 하고 더 말이 없으면 하나만 달라는 거다. 이제 나름 익숙해져서 알아 듣는다. 처음에는 아무리 찾아도 '던힐 라이트'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게 '던힐 6mm'였던 것이다. 전에는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나왔었단다.

또 있다. 대뜸 "마일드 세븐, 꽉!" 한다. 네? 요즘말로, "뭥뮈"? 하는 표정으로 눈만 껌뻑이는데, "스카이 블루 곽이요"라며 그것도 모르느냐는 투다. 그래서 지금의 메비우스가 과거의 마일드 세븐이었으며, 그중 스카이블루라는 담배는 곽으로 된 패키지와 팩으로 된 패기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것이 무려 300가지나 된다고 하지 않았나.

담배 손님들의 특징 중 하나는 담배 이름이 바뀌어도 결코 바뀐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처음 담배를 배웠을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거나, 내가 안 바꾸고 싶은데 왜 너희들 마음대로 바꿔? 하는 심정도 있는 것 같다.

자주 오는 손님 한 분에게, 그 담배 이름 바뀐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왜 옛날 이름을 계속 쓰느냐 물으니, 자기가 안 바꿔도 담배가게에서 다 알아듣는단다. 하긴, 세상에 담배 이름 하나라도 내 맘대로 부르는데 남들이 척척 알아 들어주는 게 있으면 바꾸고 싶지 않겠다.

반말 하는 손님도, 담뱃갑 그림 바꿔달라는 사람도

예전의 이름이든 새 이름이든 뭐라도 말해주면 좋은데, 아예 말도 없이 손짓만으로 주문하는 손님도 있다. 쑥 들어와서는 말없이 손가락 두 개 펼쳐 내민다. 안다. 그가 늘 피는 담배가 뭔지. 하지만 어떤 땐, 모르는 척 "뭐요?, 뭐 드려요?" 하면, "에이, 내가 피는 거 몰라? '수 0.1' 두 개!" 자기가 피는 담배를 모르느냐는 것인지 자기를 몰라주느냐는 것인지는 모르나, 그가 나보다 어리다는 것은 안다.

처음 이 동네로 이사와 그가 하는 철물점에 들렀을 때부터 내게 반말을 "찍찍" 하기에 그의 아내에게 물으니 나보다 무려 4살이나 아래란다. 하지만 내가 자기보다 젊어 보여 그러는 모양이니 고마운 일이다 싶어 모른척 존댓말로 대꾸하며 지낸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흡연자의 심정을 알지 못해 그렇겠지만, 보행 보조기를 밀고 절룩이며 겨우겨우 와서는 매일 똑같은 담배를 하나씩 사가는 할머니에게, "힘드신데 아예 보루로 사다 놓고 피시지 하나씩 사가세요?" 하니 그럼 많이 피게 된단다. 그런가?

또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 담뱃갑의 그림이 흉측하다며 바꿔달라는 손님도. 내 눈에는 그게 그거고 다 끔찍하건만 그중에도 덜 끔찍한 게 있단다. '폐암으로 가는 길 보'다는 '성기능 장애로 가는 길'이 좋단다. 난 그 반대일 것 같은데...

300가지가 넘는 담배 이름만큼 다양한 취향과 특징을 가진 담배 손님들이 매일같이 찾아온다. 그들이 피우는 그 많은 담배들이 비록 '폐암으로 가는 길'이 되고 '성기능 장애로 가는 길'이 될지언정, 당장의 고민과 애환이나마 한 모금 연기가 되어 멀리 날아가버리면 좋겠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며 "우리동네 담배가게 손님들은 재밌다네..." 한 번 시작한 콧노래가 다 쓰도록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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