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추천, 맨해튼에서 트램 타고 꼭 가야 할 곳
[김종성 기자]
▲ 루스벨트 아일랜드로 가는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 |
ⓒ 김종성 |
뉴욕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던 작가의 실체적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행자의 입장이라면 아무래도 주요 관광지를 훑는 데 몰두하게 된다.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일정에 쫓기다보면 여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의 여행 일정은 2주(도 짧지만은 않다)에 불과했지만, 한 달 살기를 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지내고 싶었다.
▲ 트램 내에서 바라본 이스트 강 |
ⓒ 김종성 |
"우연히 트램을 마주한 그날부터 낮이든 밤이든 5번가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동쪽으로 쭉 걸어가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을 왕복하는 것이 뉴욕에서 나만의 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트램에서 보는 해질녘의 뉴욕하늘과 맨해튼의 야경은 여행 중 벅찬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 내가 사랑한 뉴욕이 있어>, p. 73)
뉴욕에 한 달 살기를 했던 저자가 가장 많이 찾았던 장소가 '루스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였다는 건 의외였다. 솔직히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허나 저자는 해질녘이 되면 매일같이 루스벨트 아일랜드행 트램을 타고, 그 작은 섬에서 뉴욕의 하늘과 맨해튼의 야경을 즐겼다고 한다. 그 시간이 엄청난 위로가 됐다는 얘기에 일정을 짤 때 그곳을 포함시켰다.
맨해튼을 벗어나야 보이는 맨해튼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맨해튼 섬 안에 있는 또 다른 섬인데, 맨해튼과 퀸즈 사이를 흐르는 이스트강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섬으로 가려면 트램을 타야 한다. 이 트램은 강 위를 건너가기 때문에 케이블카라고 생각하면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트램 한 대에 수십 명이 한꺼번에 탑승할 수 있고, 4~5분이면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맨해튼 |
ⓒ 김종성 |
트램에서 하차하면 뉴욕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해서 생경할 정도이다. 그만큼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맨해튼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공간이다. 숨막히는 도시의 소음이 사라진 평화로운 섬은 여행의 피로를 씻기에 더할나위 없다. 섬을 따라 걷다보면 맨해튼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 이 곳은 맨해튼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기에 특별한 장소이다.
실제로 가보니 <여기, 내가 사랑한 뉴욕이 있어>의 저자가 왜 루스벨트 아일랜드를 좋아했는지, 시도때도 없이 그 곳을 왕복하는 트램에 올랐는지 이해가 됐다. 낯선 땅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마음 둘 곳'이었으리라. 언제든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트램 한 번이면 갈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게다가 메트로 카드가 있다면 무료이다).
맨해튼을 보려면 맨해튼을 벗어나야 한다. 맨해튼의 빌딩 숲에 갇혀서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이는 뉴욕과 여행을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한 걸음 벗어나는 경험, 부감적(俯瞰的) 사고가 요구된다.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그런 시선을 부여하는 공간이었으리라. 나 역시 잠시나마 뉴욕을 객관화하고, 나의 여행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세렌디피티3'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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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렌디피티3'의 시그너처 메뉴 '프로즌 핫 초콜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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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는 '의도치 않은 발견', '우연한 행운'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세밀하고 정교하게 여행 일정을 짜도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기고, 우연한 상황이 발생한다. 예전에는 그런 변수들을 견디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도 수 차례 나만의 세렌디피티를 만났고, 그 목격 속에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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