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여름이 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 한 줄. 그리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파란 하늘 아래를 달리는 한 여배우의 모습. 이 광고 한 편으로 ‘청순’이라는 단어가 이름 앞에 붙었다. 바로 손예진의 파란색 음료 CF 이야기다.


2001년,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손예진은 생애 첫 메이저 광고 모델로 이 음료를 만났다. 촬영지는 그리스 산토리니. 하늘과 바다가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푸르던 풍경 속에서, 흰 원피스를 입은 손예진이 환하게 웃으며 달렸다. CF 속 그녀는 말 그대로 '청순 그 자체'였다.


이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손예진은 단숨에 ‘포카리걸’ 계보의 정점에 올랐다. 대중은 그녀에게 ‘청순미의 대명사’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산토리니는 CF 배경지로 유명세를 탔다. 광고와 함께 흘러나온 CM송 역시 이후 수년간 이 음료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CM송은 인디밴드 ‘두번째 달’이 자신들의 곡 ‘블루 브리즈 블로우’를 콘셉트에 맞게 편곡하고, 가수 정여진이 불러 청량감을 더했다.


손예진의 CF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풍경이나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이 광고는 ‘여배우 등용문’이라 불릴 만큼 청순 이미지의 신인들이 대거 거쳐 간 자리지만, 손예진은 그중 유일하게 2년 연속 모델 계약, 그리고 5년 뒤 재계약까지 이뤄낸 유일한 인물이다. 2001년 첫 모델 활동 이후 2007년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뒤 다시 이 음료의 얼굴이 된 것. ‘신인이던 그녀’와 ‘스타가 된 그녀’, 두 시절 모두를 대표하는 전설의 포카리걸로 기억된다.

손예진의 광고 효과는 단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단일 품목으로 매출 1000억 원 돌파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CF 한 편이 브랜드 전체의 상징이 된 사례로도 회자된다. CF가 방영된 그해 여름, 마트마다 이 음료가 동났다는 말도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 음료 광고는 시대별로 ‘그해의 유망주’를 대변해 왔다. 김혜수, 고현정, 한지민, 박신혜, 문채원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이 광고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역대 포카리걸 중 누가 최고냐는 질문엔 여전히 손예진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전지현=머릿결 샴푸, 손예진=파란 음료”라는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흔히 CF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장르다. 하지만 손예진의 이 광고는 예외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이 오면 포카리송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그 광고를 기억해 낸다.

푸른 지중해, 눈부신 햇살, 하얀 벽, 그리고 손예진. 그 모든 것이 어우러졌던 한 편의 광고는, 지금도 우리 마음속 ‘여름’의 얼굴로 남아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