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먹고 마시던 유원지는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동화마을로 변신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인파의 외국인 관광객을 보고 있노라면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2001년 ‘나미나라공화국’을 선포한 남이섬 이야기입니다. 2010년엔 세계에서 14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유니세프 어린이친화공원으로 선정됐고, 지금은 연중 33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섬이 되었습니다. 서울서 한 시간이면 닿는 ‘남이섬’! 정책주간지 ‘K-공감’과 함께 여행해볼까요?

서울서 한 시간 작은 섬나라
나미나라공화국으로 ‘입국’하세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이국(異國)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나미나라공화국’.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드넓은 메타세쿼이아길, 울창한 숲속을 제멋대로 뛰노는 타조와 청설모는 이 나라의 명물. 자전거로, 나룻배로 흙길과 물길을 가르며 ‘고국’에 두고 온 근심을 날려버리는 일은 자연의 땅을 찾은 입국자의 특권입니다.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나미통보)와 문자(나미짜), 우표를 경험하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입니다. 쉼이 필요한 이들은 연중 언제고 방문할 수 있는 나미나라공화국 전용 여권을 발급해 때마다 입국도장을 찍습니다. 서울에서 한강 동쪽으로 63㎞, 청평호수 위에 가랑잎처럼 떠 있는 이 작은 섬나라엔 오늘도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누구나 어린아이의 마음을 품게 되는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남이섬’입니다.

남이섬이 ‘나미나라공화국’을 선포한 건 2001년의 일입니다. 동화작가이자 디자이너인 강우현 씨가 당시 연봉 100원에 대표직을 맡은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는 싸구려 유원지 신세였던 남이섬을 탈바꿈하기 위해 상상의 나라를 세웠습니다. 쓰레기로 덮인 자연을 복원하고 버려진 소주병과 캔, 나이트클럽의 폐자재로 섬 구석구석을 꾸몄습니다. 공예체험과 전시회를 여는 등 갖가지 문화행사도 벌였습니다. 먹고 마시는 유원지는 이내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동화마을로 변신했습니다. 2010년엔 세계에서 14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유니세프 어린이친화공원에 선정됐습니다. 지금은 연중 330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옵니다. 여의도의 5분의 1 크기. 46만㎡, 둘레 5㎞의 땅은 발칙한 상상으로 ‘관광국’으로 거듭났습니다.

‘욘사마’ 걷던 메타세쿼이아길서 유유자적

작은 섬이 무슨 ‘나라’냐고? 입국장에 들어서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인파의 외국인 관광객을 보고 있노라면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2024년 1분기에만 이곳을 찾은 외국인은 44만 2000명. 지난해보다 약 68%(17만 9000명)나 늘었습니다.

남이섬에 입도(入島)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육지와 작별하고 바닷길을 가르는 상쾌함은 비행기 타고 하늘길 건널 때의 설렘 못지않습니다. 선착장까지는 서울에서 차로 가도 한 시간 남짓. 경춘선 전철이나 ITX-청춘 열차를 타고 가면 낭만까지 더해집니다. 더욱 강렬한 첫 만남을 원한다면 집와이어(zip wire)로 섬에 다다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맨몸으로 줄에 매달린 채 아파트 25층 높이(80m) 상공에서 땅에서 섬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데 단 1분이면 됩니다. 호젓한 뱃길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달나라를 향해 전진하는 지구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호수 위에 홀로 뜬 남이섬이 반달 모양을 하고 있어서입니다.

이 섬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단연 메타세쿼이아길입니다. 초록 모자를 걸쳐 쓴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드넓게 펼쳐진 길은 그 자체로 볼거리, 놀거리입니다. 1970년대 초, 모래펄 땅콩밭이었던 이곳에 서울대 농과대학에서 가져온 묘목을 심은 것이 50년의 세월을 지나 도시민의 쉼터가 됐습니다. 울창한 고목들은 사진의 훌륭한 배경도 돼줍니다. 방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 속에 추억을 저장하기 바쁩니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2002)’의 두 주인공 ‘욘사마’와 ‘지우히메’가 사랑을 나누던 그곳에선 카메라 셔터소리가 더욱 바쁘게 들려옵니다. 엄청난 한류열풍을 몰고온 드라마 덕에 이곳을 찾는 이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22년이 지나 드라마의 기억을 간직한 이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인공들이 만들던 눈사람 모형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K-콘텐츠의 힘입니다.

남이섬은 섬 전체가 하나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길은 흙길로 이뤄져 있어 ‘부스럭’ 모래 밟는 소리가 계속 따라옵니다. 초입에 난 메타세쿼이아길 외에도 잣나무길, 겹벚나무길, 산딸나무길, 강변오솔길 등 온갖 종류의 나무 길이 형성돼 있는 덕에 어디로 가든 자연의 품입니다. 또한 계절마다 길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남이섬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사계절 모습을 모두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눈부시게 푸른 초여름 남이섬에 마음을 빼앗기면 주황빛으로 물들 가을의 섬도, 새하얀 눈으로 뒤덮일 겨울의 숲길도 기약하게 됩니다.

타조·청설모 찾아 ‘숨은그림찾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이곳의 인기 스타입니다. 나뭇가지를 물고 냅다 나무 위로 올라가 집을 짓는 청설모부터 부챗살 같은 꼬리 깃털을 펴고 유유히 걷는 공작새, 잔디밭을 깡충거리는 토끼는 숲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방문객들은 숨은그림 찾듯 동물들을 찾아다닙니다. 다만 타조 가족만이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말썽을 부린 탓이라고. ‘깡타의 집’이라고 쓰인 푯말을 보며 방문객의 과자봉지를 탐하는 귀여운 깡패짓을 한 건 아닐까 상상을 해봅니다.

마냥 유유자적할 것 같은 남이섬에도 ‘하이텐션’의 순간은 찾아옵니다.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레저시설이 마련돼 있는 덕분입니다. 커플자전거, 패밀리자전거는 기본이고 어린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베이비 전기자전거, 상공 레일 위를 달리는 하늘자전거도 있습니다. 반려견과 타는 댕댕이 전기자전거도 준비돼 있으니 그 누구와도 즐겁습니다. 더욱 남이섬을 빠르게 ‘정복’하고 싶다면 무정차로 20분간 섬 외곽을 달리는 스토리투어버스를 타세요. 걸어서 서너 시간을 돌아야 다 볼 수 있는 남이섬을 한 번에 훑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엔 수상레저도 빠짐없이 즐겨보길 추천합니다. 플라잉피시를 비롯해 바나나보트, 디스코팡팡, 허리케인 등은 이름처럼 짜릿합니다. 이밖에 남이섬과 인근 자라섬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모터보트 일주코스, 노젓는 배 등도 준비돼 있으니 섬나라 여행을 제대로 만끽해보세요.

섬에서 펼쳐지는 ‘굿판’… 연중 문화행사 풍성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과 박물관, 각종 공예체험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모두 즐기다 보면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나기가 아쉽습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섬 안에는 별장과 게스트하우스, 호텔도 갖춰놓았습니다.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호텔, 북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낀 별장 등 종류도 다양해 여행자는 그저 취향에 맞게 선택만 하면 됩니다.

한편 5월, 이곳에선 좀체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남이 장군 도당굿’이 섬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 남이 장군(1441∼1468)은 조선 전기 여진 정벌 등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역모의 누명을 쓰고 스물여섯 나이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남이 장군 묘가 있는 남이섬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도당굿은 남이 장군과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의 태평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관광객들도 가족의 안녕을 빌며 굿판에 참여해 어깨를 들썩이고 춤을 추는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남이섬은 전통축제인 굿을 이색관광 콘텐츠로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섬에서는 각종 문화체험과 환경교육 프로그램, 주말 공연이 1년 내내 펼쳐집니다. 섬나라는 하루도 즐겁지 않을 때가 없으니 언제든 입국을 환영합니다.

남이섬 이용법